흙수저를 위한 공부법 4 – 문법 – 수다피플

앞선 글들에서 내가 해왔던 듣기와 읽기 공부법을 소개했다. 영어공부를 하려는 사람은 비싼 돈 들여 유학 안 가도 그 방법으로 꾸준히만 한다면 원하는 수준의 영어능력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방법을 알려줘도 본인의 의지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나는 무수히 겪어왔기 때문에 그간 영어 공부 관련해서는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다. 얼마전에 어떤 예능 프로에서 이연복 셰프가 나와서 나름 조리 비법에 해당하는 부분을 공개하자 엠시가 당황해하면서 ‘그런 거 공개해도 돼요?’하고 묻자 이연복 셰프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게으른 놈들은 알아도 귀찮아서 안 해요.” 보다가 무릎을 치면서 감탄했다. 내가 수없이 느낀 바이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영어 때문에 죽겠다 영어 좀 잘했으면 소원이 없겠다 하면서도 막상 방법을 알려주면 실행하지 않는다. 얼마 뒤에 보면 또 똑같은 소리이다. 영어 좀 잘했으면 소원이 없겠다. 가물에 콩나듯이 실행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걱정만 하고 살아간다.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그런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쓴다. 시중에는 쓰레기 교재들도 널려 있지만 잘만 활용하면 돈 값어치 수십배를 하는 좋은 교재들도 많다. 그리고 나는 독학하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나머지는 여러분의 몫이고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라도 나에게 조언을 부탁해도 된다. 금전적인 부담이 없는 한에서 노하우 전수나 정보 제공 정도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듣기와 읽기를 하다보면 자꾸 한국어로 번역하는 습관이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문법 공부이다. 여러분이 기존에 알고 있는 성문이니 맨투맨이니 하는 것은 잊어버리고, 지난 번에 내가 소개해준 세 권의 책(영어약장수PCMI영문법, 애로우 잉글리시, understanding and using English grammar) 을 읽으면서 문법을 잡아나가기 바란다. 다만 영어약장수는 절판이 되었는데 프린키피아라는 분이 그 책의 요약본을 다운 받을 수 있는 카페의 주소를 알려주었다.


 http://cafe.daum.net/engtizen/JQqh/2782?q=D_Ar_LhVqXNgo0&


고맙다고 인사를 했는데 막상 가보니 회원들만 다운 받을 수 있다. 반만 고맙다.

문법은 기존에 성문 공부하듯 외우려고 하지 말고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만 사전 찾듯이 찾아서 읽으면 된다. 영어학자가 될 것 아니면 문법 자세히 몰라도 된다. 개인적으로 세부적인 것은 애로우 잉글리시를 반드시 읽기 바란다. 특히 시리즈 가운데 전치사 편은 예술이다. 문법책을 읽으며 감동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힘들어하는 영어의 어순에 대해서만 좀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누구나 처음 영어를 배우게 되면 어순이 우리말과 달라서 헷갈리고 짜증이 난다. 그리고 이른바 문장의 5형식이라는 것을 달달 외우려 한다. 다 필요없다. 한 가지 원칙만 알면 된다. “영어는 무조건 중요한 순서대로 말한다는 것!”

이를테면 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자. 내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증오한다 홍준표 그놈 구해줬어 돼지 발정제를 친구에게 강간모의 하고 있는.” 아마 대부분의 한국인이라면 뭔 말을 그리 두서없이 하냐고 핀잔을 주고 좀 정리해서 말하라고 할 것이다. “나는 강간모의 하고 있는 친구에게 돼지 발정제를 구해준 홍준표를 증오한다.” 이렇게 교정해주고 이것이 바른 한국어라고 가르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보자. 우리 말이 서툴어서 아직 한 문장을 들으면 앞의 세 단어 정도 넘어가버리면 리스닝에 곤란을 느끼는 외국인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가 들은 두 문장은 이렇다.1.  “나는 증오한다 홍준표를.” 2. “나는 강간모의 하고 있는” 1번 문장의 경우는 앞의 세 단어만 들어도 문장 전체의 뜻을 대강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2번 문장은 전체 문장과는 전혀 다른 의미가 돼버린다. 아마도 그 외국인은 “What the fuck! Are you crazy?”라고 외치며 호들갑을 떨 것이다.

우리는 한국어 어순이 몸에 배었기 때문에 그게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논리적으로 보면 대단히 불편한 어순이다. 문장 서두에 중요한 것을 배치하고 부차적인 요소는 뒤로 빼는 게 더 의사소통하기에 쉽다. 실제로 미국 유학 3년 정도 다녀온 중학생들은 번역서를 읽다가 어휴 차라리 원서로 읽을래요, 이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아이들이 특출나게 영어를 잘 해서가 아니라 한국어 문장이 그만큼 이해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우리말은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는 구조이다. 여기에도 나름의 장점이 있어서 이런 식으로 언어가 발전해 왔겠지만, 아무튼 외국어로 익히기에는 상당히 불편한 언어라 할 수 있다. 

영어가 안 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이렇게 간단한 구조의 언어를 굳이 복잡한 우리말로 바꾸려는 습관 때문이다. 이미 중요한 정보를 모두 듣고도 굳이 서술어를 뒤로 배치시켜 한국어 문장을 완성하려고 노력하는 동안에 상대는 두 번째 문장, 세 번째 문장을 막 쏟아낸다. 그런 부질없는 노력 하지 말고 상대가 말하는 그대로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말 어순과 달라서 좀 어색해도 익숙해지면 이게 더 편한 말하기 방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학습자들이 이런 습관을 키우게 된 것에는 영어 교육자들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 처음부터 이런 영어의 특성을 잘 이해시키고 납득시켰으면 될 일을 굳이 문장의 5형식 같은 것 개발해서 익히게 하는 어리석은 짓거리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학 전반의 이해 수준이 낮은 채 영어만 익히니까 발생하는 현상이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이다. 어떤 도구이든 익히기 쉬운 쪽으로 발전하게 마련이지 그 반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는 않는다. 앵글로색슨족의 조상들이 모여서 “나중에 외국인들이 우리 말을 배우려 할텐데 그때를 대비해서 미리 문법을 어렵게 만듭시다. 문장도 다섯 개의 형식을 정해놓아서 말할 때마다 몇 형식으로 말할까 고민하게 하고, 특히 한국인들 곤란하게 주어 서술어 위치도 바꿔놓고,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서 잉글리쉬의 쓴 맛을 보게 해줍시다. 그래야 그들이 우리를 우러러 볼 것입니다.” 뭐 이런 모의를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오랜 세월 언어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어순이 정리되었는데 그것은 다섯 가지 형식으로 정리된 것이 아니라 중요한 순서대로 단어를 나열한다는 원칙이 확립되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무슨 5형식이니 뭐니 하는 사람 있으면 측은하게 여겨야 한다. 이 사람은 왜 이리 세상을 어렵게 살까.

영어가 단어를 중요한 순서대로 나열하지만 하나의 예외는 있다. 형용사는 명사 앞에 놓인다. 프랑스어는 이 원칙에 보다 충실해서 아예 형용사도 명사 뒤에 배치시켜 버린다. 영어가 이 원칙을 따랐다면 리처드 기어와 줄리어 로버츠가 나온 영화의 제목은 “woman pretty”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형용사만큼은 명사 앞에 온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른다. 억울하면 그간 세상을 떠난 수많은 앵글로 색슨족 조상들에게 따지도록 하고 일단은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배경을 알면 이른바 관계대명사도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형용사가 주로 명사를 수식하는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구나 절이 그런 역할을 맡을 때가 있다. 내가 학교 다닐 때 입담 좋은 선배가 있었는데 그 선배는 술자리에서 학생회장을 소개할 때면 항상 이런 식으로 소개했다. “낮에는 민족해방의 투사이시며, 밤에는 불세출의 색마이시며, 날아오는 짱돌을 헤딩으로 받아버리시고, 날아오는 최루탄을 배때지로 튕겨내시는 통일국문 **대 학생회장 ***.” 이 문장에서 앞의 장황한 서술은 모두 뒤의 ‘통일국문 **대 학생회장 아무개’를 수식하는 역할을 한다. 영어의 경우는 이렇게 길다란 문장 비스무리 한 것이 어떤 명사를 수식하는 상황이 되면 모두 관계 대명사를 붙여서 명사의 뒤로 배치한다. 이런 식이다. “통일국문 **대 학생회장 아무개, 이 놈은(관계대명사) 낮에는 민족해방의 영웅이시며~~.” 확실히 이럴 때 보면 정보 전달의 측면에서는 영어가 우수하지만 정서나 문학적인 측면에서는 우리 말이 우수하다는 것을 느낀다. 수식어를 뒤로 배치시키면 별로 재미가 없다. 아무튼 관계대명사도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고,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연습하다보면 꽤 긴 문장도 관계대명사를 활용해서 말할 수 있게 된다.

서두에서 조금 기분 나쁘게 들릴지도 모르는 소리를 해서 미안하긴 한데, 그만큼 사람들에게 받은 실망감이 큰 탓이다. 외눈박이 나라에 가면 눈 두 개 달린 사람이 장애인 취급 당한다는 말마따나 엄연히 내가 바른 방식으로 공부해서 일정 수준까지 영어를 활용했던 경험으로 충고를 해도 곧이 듣지 않고 심하면 무슨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도 받고 이런 일이 많아서 살면서 영어 이야기는 가급적 안 하려고 다짐했었다. 어쨌든 이 글을 읽고 영어를 공부하겠다 마음 먹으신 분들의 건투를 빌며 소걸음으로 뚜벅뚜벅 걷다보면 무슨 비법이니 뭐니 하면서 앞질러 나갔던 다른 사람들이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이제 영어 공부에 대해서는 디테일한 부분 말고는 더 할 말이 없고, 다음 글은 우리나라에 만연된 영어에 대한 오해를 좀 정리해볼까 한다.

from 딴지일보 RSS http://www.ddanzi.com/181558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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