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바둑 잡담록12: 선거에 개표부정 있듯, 바둑엔 계가부정 있다 – 수다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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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이기고 개표는 진다. 선거가 생긴 이래 개표부정은 패자들의 끝없는 유혹이었을 것이다. 불과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개표 부정이 횡행했다. 바둑도 마찬가지다. 바둑은 이기고 승부는 질 수 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눈치 채셨으리라. 오늘은 계가부정에 대해 이야기 하겠다.


계가란 무엇인가? 끝난 바둑의 결과를 확인하는 행위다. 바둑을 어느 정도 두는 사람이면 굳이 계가를 안 해도 승패를 안다. 프로급이 되면 반집승부도 누가 이긴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하수들은 계가하기 전까지는 누가 이긴지 알 수가 없다. 여기서 비극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계가부정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란 말인가? 바로 내기 바둑꾼들이다. 그들은 최후의 순간까지 역전의 기회를 노린다. 그리고 그들의 사냥감들은 복기가 안 되는 사람들이다. 당하고도 당한지 모른다.


내기바둑 이야기 하자면 정말 할 말이 많다. 지하바둑계의 전설 같은 이야기와 호구들의 이야기를 하자면 밤새 얘기해도 끝이 없다. 지금이야 인터넷이 있고 실력이라는 게 어느 정도 상 평준화 되었지만 20년 전까지만 해도 강호는 넓고 기인이사들이 많았다. 특히 프로 되어 봤자 먹고 살기 힘드니깐 차라리 내기바둑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기바둑의 수법은 다양하지만 대선도 있고 하니 계가부정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다. 이 자리에서 계가부정을 말하는 이유는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기사를 보고 부디 모방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한다.


첫 수가 반상 위에 놓인다. 서로 진영을 갖추는 포석의 시간. 그리고 상대의 진영과 나의 진영이 중앙에서 대규모 회전(會戰)을 하는 중반. 전투 후 점령한 고지를 지키며 마무리를 하는 종반. 전장의 황혼은 짙어지고, 살아남은 병사들은 전리품과 부상자를 챙기며 결과를 기다린다. 마지막 공배를 메우자 약간의 방심이 스며든다. 사석을 메우며 결과를 확인하기까지의 시간. 혹자는 말한다. 이 시간은 신의 부재(不在)라고… 바둑의 신이 잠시 한 눈 파는 시간이다. 그리고 바둑은 이기나 승부는 지는 참담한 결과가 나온다.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계가부정을 하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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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돌 가져오기

가장 기본적으로 쓰는 수법이다. 사석 10개만 있으면 이길 텐데… 이 때 패자는 유혹을 느낀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사석을 가져온다. 특히 서로 잡은 돌이 많을 경우 웬만큼 사석을 추가해도 잘 모른다. 이 방법의 단점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상대가 다 끝난 후 서로의 돌 수를 세어보자고 할 경우 걸린다. 분명 한 수씩 교대로 두었는데 왜 한 쪽 돌이 10개나 많은 걸까? 라는 풀리지 않는 신비를 주위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때는 당황하지 말고 바둑알 교배설을 제시하면 된다. 흑과 백이 만났으니 음양의 조화로 바둑알이 불어났다고 당당하게 주장하자. 그리고 상대에게 그것도 모르냐며 꾸짖으면 된다. 그 외에도 바둑알 귀순설과 조명에 의한 탈색설 등을 주장하며 이래서 국산은 안 된다고 개탄한다. 중요한 건 상대가 어이가 없어 턱이 빠진 틈을 타 재빨리 자리를 뜨는 것이다.




2. 집수 늘리기

아마 실전에서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걸릴 경우 실수했다고 우길 수 있다. 서로 큰집이 날 경우 9줄인데 10줄인 것처럼 만든다. 이 방법의 핵심은 연기에 달려있다. 돌을 메우며 “제가 조금 남는 거 같네요.” 라고 밑밥을 뿌리는 거다. 상대는 내가 이긴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라고 혼돈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63집 대 61집 힘들었습니다. 끝내기에서 겨우 따라잡았네요. 중반에 요석이 죽어서 지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계속 이빨을 털어서 상대를 혼란시킨다. 그 후 자연스럽게 돌을 담는 것이 포인트다. 설사 걸렸다 하더라도 웃으면서 “아이고 10줄 인줄 알았는데 9줄이었네.” 하면서 넘어가는 것이다. 또한 이 작전의 응용으로 상대방 집을 11줄로 만들고 10줄인 척 계산 할 수도 있다. 가장 안전하고 실제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내기바둑꾼들이 애용하는 수법이다.



3. 내 집은 내 집, 니 집도 내 집

저급자 사이에 간혹 쓰이는 기술이다. 상대방 집을 내 돌로 바꾸어 메운다. 그리고 내 집이라 우기는 것이다. 이 기술의 백미는 한 군데가 아니라 2군데 이상하여 1군데를 걸리더라도 다른 곳은 살리는 방법이다. 2번 집수 늘리기와 콤비네이션으로 쓸 경우 파괴력이 상당하다. 다만 이 경우 자연스러운 모양은 드물어서 쓰기는 쉽지 않고, 구사하기까지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4. 집 밀기

이 기술을 공개해야 하나 고민했다. 궁극의 기술이다. 화투에서 밑장빼기가 있고, 카드에서 스테키(자신이 원하는대로 카드를 배치하는 것)라는 기술이 있다면 바둑에는 집 밀기라는 기술이 있다. 상대 집과 내 집의 경계를 미는 것이다. 경계가 2점인데 1줄을 밀면 상대집이 2집 줄고, 내 집은 2집이 늘어난다. 순식간에 4집 이득 보는 것이다. 더구나 이것은 증거가 없다. 이상함을 느끼고 바둑알을 세어봐도 증거가 없다. 복기를 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다만 상대가 악질이라면 복기의 수순이 틀리다고 우길 것이다. 억울하다. 밑장빼기와 스테키는 소리로 알 수 있는데 이건 소리로도 알 수 없다. 확실한 방법은 계가할 때 상대방이 자신의 집을 메울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뿐이다. 큰 내기가 걸린 바둑이라면 계가가 끝날 때까지 방심하면 안 된다. 특히 계가를 두 손으로 하면 더욱 주의 깊게 봐야 한다.



5. 기타

이건 실수 혹은 우연으로 가끔 나오는 상황인데 돌의 빈틈이 묘하게 엇갈리며 1집정도 어긋나는 경우가 있다. 1집이 있는데 둘레를 엉성하게 매꿔 사라지게 하는 방법이다. 반집승부일 경우 결과가 바뀌기도 한다. 대처법은 다음과 같다. 흑으로 둘 때 마지막 공배를 메운다면 반상의 집의 합은 짝수가 나와야 한다. 바둑판은 361개의 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흑이 먼저 두고, 흑이 마지막을 두면 반상의 돌은 홀수다. 그러므로 서로의 집의 합은 당연히 짝수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짝수가 아니라 홀수가 나올 경우에는 계가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빈 칸이 있는 지 꼼꼼하게 세어보고 빈 칸이 없으면 바둑알 수를 세어야 한다. 4번 집 밀기가 무서운 이유는 일단 성공하면 절대 안 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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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밀었냐?


계가부정에 대해 마치겠다. 이 글을 쓰며 따라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겁이 나기는 하지만 이것도 제대로 하는 방법을 알아야 할 수 있다. 혼자 머리 써서는 잘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선수급한테 어설프게 했다가는 말 그대로 오함마에 손이 날라가서 후크선장과 의형제를 맺을 수 있다.


만약 내기바둑을 두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 크게 하지 마라. 특히 방내기는 하면 안 된다. 내기 바둑꾼에게 걸리면 패가망신한다. 계가부정이야 모든 작전이 실패했을 때 마지막에 쓰는 방법이다. 바둑 두는 중간 중간 속일려면 할 수 있는 게 너무나 많다. 그러니 결코 내기는 짜장면 값 정도에서만 그치길 바란다.


바둑도 선거도 계가가 정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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