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쥐 사건의 재구성 – 수다피플

박근혜 정부 인선이 워낙 일반인의 상식을 초월하는 엽기적 인물들로 이루어진 탓에 좀 묻힌 감이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인선도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인수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이경숙은 숙대 학생들을 제외한 일반인에게는 그 사람이 어떤 정견을 지니고 있는지 알 기회조차 없었던 정치신인이었다. 한 정권의 미래 정책을 발표하는 중대한 자리에서 이경숙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전혀 뜻밖의 미래상을 제시했다. 제가 미국에 가보니까 오렌지라고 발음하면 못 알아듣더라고요. 어륀쥐라고 발음해야 알아듣더라고요.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고 하듯이 이 뜬금없는 경험담이 어디로 튈까 고민했지만 그것은 길지 않았다. 곧바로 이경숙은 영어몰입교육이라는 전대미문의 교육정책을 차기 정부 첫 번째 정책으로 발표했다. 국어와 국사를 포함한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도록 하겠다.


이 보도를 처음 들은 순간 일감으로 떠오른 단어는 ‘미친년’이었다. 초중고 교사를 모두 미국인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정책인데다가 한국어와 한국사를 전문가 수준으로 알고 있는 미국인을 찾아다가 학교마다 배치시켜야 한다는 수고는 덤이다. 아니면 기존의 교사들이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정도 수준의 영어를 익혀야 하는데 학생들 가르치고 교무 담당하면서 피로에 찌들린 교사들에게 그 정도 수준의 영어 훈련을 강요해야 한다. 인간으로서 기본 양심이 있다면 그런 수고를 강요하는 것은 범죄나 다름없다. 자기가 무슨 모세 마냥 팔 벌리고 ‘바다야 갈라져라’ 외치면 갈라지게 하는 능력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실현 가능성 제로에 가까운 저질 정책이다. 이걸 첫 번째 정책으로, ‘고려 중’도 아니고 ‘실시하겠다’라고 선언해버린 이경숙을 보면서 ‘미친년’이라는 단어 외에 다른 단어는 떠오르지 않았다. 미친년이 여성혐오적 표현이라 지적하실 분이 있다면 미친인간으로 수정하겠다. 더 이상은 양보 못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심오한 자기만의 논리구조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많다. 어찌나 장인어른과 친밀한지 스스럼없이 영감탱이로 부르면서도 집에는 못 오게 하고 친한 사이는 돈거래 하는 게 아니라는 철칙을 지키기 위해 용돈조차 주지 않는 사위도 있고, 친구에게 돼지 발정제를 구해주면서 강간을 독려해주면서도 젊은 혈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사람이 아무 문제 없다고 지지하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20%에 육박한다. 영어 몰입교육 정책안이 발표된 순간부터 이 형편없는 정책은 각계각층의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열광적으로 지지한 집단들도 있었다. 짐작하겠지만 영어 사교육 시장에 몸담은 사람들이었다. 그무렵 나는, 지금은 폐업했지만 당시에는 대치동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국어논술학원에 근무하고 있었다. 향후 교육정책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정보 수집 차원에서 기획팀장이 상담실장을 아발론 어학원 학부모 설명회에 다녀와보라고 지시했다. 갖다 온 상담실장이 혀를 내두르며 분위기를 전했다. “거기 완전히 무슨 종교집단 부흥회더라고요. 사회자가 마이크 잡고 ‘위대하신 우리 이명박 대통령 각하께서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셨습니다.’이렇게 소리를 지르니까 사람들이 ‘와’하고 함성을 지르면서 박수들을 쳐대는데, 어휴…” 이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본인이 발음이 안 좋아서 간단한 의사소통도 힘들었다는 경험이 어떻게 전 국민에게 영어몰입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어마어마한 결론에 도달하는지 나는 지금도 이경숙의 논리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다. 보통은 그런 경우 본인이 영어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기 마련이다. 다만 정신줄 놓고 최대한 미친인간으로 빙의해서 추론해보면 아마도 이런 프로세스를 거쳐 그런 결론에 이른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 기본 전제 1 – 영어는 중요하기 때문에 전 국민이 알아야 한다. 기본 전제 2 – 그런데 영어는 배우기가 무척 어렵다. 본인의 경험 – 마트에서 오렌지 달라고 말했는데 못 알아 들어서 어륀쥐로 발음해서 겨우 알아듣게 할 수 있었다. 추측 – 대학 총장인 내가 이 정도인데 일반인들은 얼마나 영어 실력이 허술할까. 결론 – 영어 몰입교육을 실시해서 어려서부터 수업시간에 영어만 쓰게 해야 전 국민이 영어를 잘 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이런 문틈에 鳥끼는 소리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혈관에 광인의 DNA가 흐르는 탓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십여 년 전에 복거일이라는 한물 간 소설가가 ‘영어 공용어론’이라는 희대의 鳥까는 소리를 나불댔던 탓에 한 차례 면역이 생긴 탓이다. 처음 영어공용어론을 들었을 때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분명히 개소리인 것은 사실인데 어디서부터 개소리인지 찾을 수 없이 방대한 스케일의 개소리인 탓에 망연자실했던 경험이 있다. 사실 이경숙이 말하는 영어 몰입교육이란 표현만 달리 한 영어 공용어론이다. 일제 시대 때 학교에서는 일본어 사용만이 가능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자는 헛소리이다.


복거일의 영어 공용어론 역시 자신의 책을 영어로 번역했는데 번역이 엉망이어서 잘 안 팔리더라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한다. 내가 아는 복거일의 소설은 오래 전에 발표된 ‘비명을 찾아서’ 하나 뿐이고 그마저도 읽어보려다가 영어공용어론을 주장한 이후, 굳이 이런 인간의 글 나부래기를 읽기 위해 내 인생의 소중한 몇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 읽지 않았다. 미안한 얘기인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인이 한국어로 발표한 소설도 한국에서 잘 안 읽히는데 그걸 영어로 번역하면 잘 팔리겠는가? 영어 공용어 같은 아이디어나 떠올리는 구닥다리 두뇌 구조에 혁신적인 개선이 있지 않은 이상 앞으로도 복거일이 소설로 돈을 벌게 될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영어 번역은 하지 않길 바란다. 번역료만 나간다.


복거일은 사용자가 일억 이하의 소수 언어는 필연적으로 사멸의 과정을 거칠 뿐이고 한국어 사용자도 일억이 못 되기 때문에 미래에는 박물관에서나 접할 수 있는 언어가 될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면서 이미 국제 공용어의 지위를 획득한 영어만이 미래에 살아남을 언어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영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인의 전반적인 영어 수준이 낮기 때문에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해서 강제로 사용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장대한 스케일의 개소리의 대강이다.


일단 자발적으로 미국의 식민지 상태를 받아들이자는 노예 근성에 대해서는 따로 지적하지 않겠다. 그런 것 아니라도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헛소리이기 때문이다. 우선 복거일의 말마따나 미래에 한국어가 박물관 언어로 소멸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먼 미래이다. 케인즈 말마따나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인간은 모두 죽는다.’ 어차피 복거일도 미래에는 죽을 것이고, 그날이 한국어가 사멸되는 날보다는 훨씬 빨리 닥치리라는 점에 나는 내 손목을 걸 수 있다. 어차피 죽을 인생 미리 관 짜고 드러누워 있을 것이지 뭐한다고 쓸데없는 소리나 지껄이고 요상한 이승만 찬양 문학대회 따위나 주최해서 스스로 작가라는 정체성마저 비웃음거리로 만들고 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언제 올지도 모를 한국어 사멸이라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지금 영어를 공용어하자는 소리는 어차피 죽을 거니까 관뚜껑 닫고 병풍 뒤에서 향냄새나 맡자는 주장에 함유된 진리치와 정확히 일치한다.


영어 공용어론이 불가능한 이유는 한국에 영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인구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두 개 이상의 언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나라들은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여서 그 나라 말을 강제로 익혀야 했던 과거가 있는 나라이거나, 중국이나 인도처럼 나라가 워낙 커서 공용어를 지정하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한다. 영어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조차 히스패닉 인구가 25%에 육박하면서 히스패닉어를 공용어로 지정해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가 계속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일제의 일어 강요가 대략 한 세대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굳이 일어를 공용어로 지정하지 않아도 될만큼 빨리 일어의 잔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백 년 이상 영국이나 미국의 식민지 상태에 있었던 인도나 필리핀 같은 국가에는 모국어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인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국가에서 영어를 공용어처럼 사용하는 것은 필요에 의한 것이지 영어공부를 위해서가 절대 아니다.


당장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하게 된다면 일단 정부와 지자체에서 발행하는 모든 문서는 한글 버전과 영어버전을 동시에 작성해야 하고 발표도 두 언어로 동시에 해야 한다. 학교 교육은 이경숙이 구상했던 영어 몰입교육으로 진행될 수 있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대한민국의 영어능력자들이 자기 직업 다 때려치우고 모두 여기에만 투입된다 해도 턱없이 모자란다. 결국 함량미달의 교사들이 어거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7,80년대까지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영어수업의 풍경이 전 과목으로 확산되는 결과만을 낳을 뿐이다. 영화 친구에서 “아버지 뭐 하시노?”라는 대사로 유명세를 탄 배우 김광규의 극중 역할은 영어 선생이었다. 그는 매우 익숙한 콩글리쉬 발음으로 책을 읽으며 시험 성적 낮은 학생들을 구타하는 것으로 시간을 때운다.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준까지 영어 실력을 끌어올리지 못한 사람이 수업을 맡게 되면 별다르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닥달하고 두드려 패고 단어 외우기 같은 의미없는 일에 몰두하게 하고, 결국 이런 식으로 영어를 배우게 되면 차라리 안 배우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을 뿐이다. 내 또래 사람들 중에는 학창시절에 이런 식으로 영어를 배워서 영어라면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영어 공용어론이나 영어 몰입교육은 조금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실현 불가능한 정책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이런 것들에 비하면 차라리 허경영의 공약시리즈가 현실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셰퍼드 입에서나 나올법한 개소리가 비중있는 의제로 다뤄지는 것은 우리 사회 지도층이 한국의 이익보다 미국의 이익을 더 중요시하는 골수 친미부역자 세력이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 파문에서 드러나듯 이들은 한국이 중국의 경제보복을 받아 관광업이 폭탄을 맞고 롯데같은 대기업이 휘청거리고 아이돌들의 중국진출이 막히고 성주, 김천 시민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반대 시위를 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 오직 미국 군수사업가들의 배를 불려주고 거거서 떨어지는 떡고물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마침 오늘은 대선일인데 차기 정부는 이미 구치소에 수감된 수인번호 503(기왕이면 516을 수인번호로 쓰는 게 더 좋았을 텐데)을 비롯해서 황교안, 김관진 같은 친미 부역자들을 청문회장에 세워서 그렇게 사드 배치를 강행한 배후에 어떤 모의와 협잡이 있었는지를 밝히고 감방에 처넣어야 한다. 이런 부류들은 영어 몰입교육 같은 소리를 들으면 파블로프의 개마냥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그들이 영어 몰입교육을 주장하는 개인적인 차원의 경험을 분석해보자. 이경숙은 한국인이 영어를 못하는 이유를 발음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내가 ‘흙수저를 위한 영어공부법’ 시리즈에서 발음이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지만, 좀 본격적으로 파헤쳐보자. 우리는 흔히 우리의 콩글리쉬 발음과 비슷한 동남아 사람들의 영어를 동남아 발음이라고 무시한다. 그러나 영어 구사력을 놓고 본다면 그들은 원어민 수준이다. 오랜 기간 미국이나 영국의 식민지로 지낸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한국인의 영어를 영어도 못하는 것들이 발음만 신경쓴다고 비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단어의 발음은 좋으나 영어 구사력이 안 되는 사람과 영어 구사력이 체화되었으나 발음이 좀 나쁜 사람이 미국인들처럼 말하는 것은 후자가 훨씬 쉽다. 발음 때문에 영어가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영어 수준은 인심 좋게 평가해도 초급을 넘어가지 못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TV 광고를 통해 당시 IMF 사태를 맞이한 현실을 말하며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브릿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라고 강하게 말한 바 있다. 너무 친숙한 발음이어서 그냥 웃어버렸다. 그렇지만 당선 직후 IMF 관계자들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경제 정책을 운용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미처 통역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본인이 직접 영어로 그들과 대화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상당한 수준의 영어능력자이다. 옛날 사람이라 발음만 좀 친숙할 뿐이다. 한참 영어 공부하던 시절 래리 킹 라이브를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거기 중동 출신 정치인이 등장한 바 있었다. 전반적으로 필리핀 발음 비슷한데다가 ‘r’ 발음을 하지 못해 ‘ㄹㄹㄹㄹㄹ’ 식으로 혀를 떨며 발음했다. 그러나 어쨌든 r과 l은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었고, 중동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막힘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조금 듣다보니 r발음이 이상하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되었다. 누누히 말하지만 발음은 본질적인 요소도 아니고 발음 못해서 영어 안 된다는 핑계는 가장 허접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렇게 발음을 중시하는 이경숙은 정작 회의장에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를 못 읽고 ‘서브 프라이 모르그’어쩌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희한한 영어 발음을 선보인 바 있다. 영어 알파벳도 나름대로 규칙성이 있기 때문에 그것만 알면 모르는 단어도 대강 읽을 수 있다. 윤선생 영어에서 선전하는 파닉스 교육법이 그것이다. 미국 영어는 발음 규칙이 영국영어에 비해 좀 더 복잡한 현상들이 많이 발생하긴 하지만 파닉스를 이해하면 90% 가깝게 완벽한 발음으로 읽어낼 수 있다. 일단 이런 단어는 없지만 ‘압파’라는 단어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것을 아브파라고 구별해서 읽을 한국인이 있겠는가? 처음 보는 단어이지만 다들 ‘아파’로 읽을 것이다. 당연히 subprime을 서브 프라임으로 읽을 이유가 없다. 서프라임으로 읽으면 된다. ‘prim’ 뒤에 ‘e’가 붙은 것은 그 e를 읽으라는 뜻이 아니고 앞의 ‘i’를 ‘아이’로 읽으라는 뜻이다. 그냥 ‘prim’으로 적혀 있다면 프림으로 읽어야 한다. mortgage 중간에 끼어 있는 t도 읽으라는 뜻이 아니다. n이나 l 뒤에 붙는 d나 t는 읽으라는 뜻이 아니고 n,l 앞에 있는 모음을 길게(d), 혹은 짧게(t)읽으라는 뜻이다. 그래서 ‘and’는 길게 ‘앤’이라 읽어야 하고 ‘ant’는 ‘앤’하고 짧게 끊어서 읽어야 한다. 이걸 굳이 d와 t를 살려서 ‘앤드’ ‘앤트’로 구별하는 순간 콩글리쉬가 된다. 마찬가지로 mortgage에서 r 뒤에 붙은 t는 앞의 음절 mor를 짧고 힘있게 발음하라는 뜻이다. 그럼 액센트도 당연히 첫 음절에 오게 된다. gage를 게이지라 읽어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될 것이다. 영어 파닉스를 이해하다보면 세종대왕이 얼마나 위대한 분인지 실감할 수 있다. 아무튼 여기서 드러난 이경숙의 영어실력은 윤선생 영어 일년 한 초등학생보다도 알파벳 읽기를 못하는 수준이다.


이경숙의 영어실력에 대해서는 전 주한미대사 버시바우도 증언한 바 있다.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1090911074864975 


버시바우 대사는 회담 내용을 정리한 뒤 “이경숙 위원장은 통역자가 있는데도 회담 내내 영어로만 대화했다”며 “그는 때때로 적절한 단어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그는 편하게 대화를 했지만 어휘는 다소 제한적이었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버시바우가 나름대로 예의차려서 말했지만, 그의 말을 토대로 판단하는 이경숙의 영어실력은 초급 회화 가능자 수준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영어 대화 사건 이후 경쟁심을 느꼈는지 자격지심을 느꼈는지는 몰라도 정치인들은 본인이 통역없이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입만 열면 뻥치는 명박이의 경우는 아예 통역사의 표현을 정정해주는 수준이라고 자랑하고 다녔고, 박근혜는 정상회담에서 영어 연설하고 박수를 받았다고 선전했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몰라도 나는 그들이 직접 영어를 말 안 해도 평소 영어에 대해 말할 때 드러나는 인식 수준만으로도 그들의 실력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의미있는 인간관계라 할 수 있는 미국 정치인들과의 교류가 진작부터 있던 사람이다. 따로 훈련 안 해도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이 향상되었을 것이다. 다만 발음에서 훈련 안 한 취약점이 드러났을 뿐이고, 고급 어휘 사용 능력에 있어서 나보다 상위에 있다고 판단한다. 나는 IMF 관계자들과 국가대사를 영어로 논하는 수준까지 올라간 적 없다. 이명박이나 박근혜의 경우는 미국 정치인들과 딱히 친교가 있어보이지도 않아 보이고 언제 영어 훈련 했을만한 시간이 있어보이지도 않고 했다는 말도 없다. 그들이 영어를 그 정도로 구사한다고 말하면 나는 그냥 웃을 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h_6fCLefVhU  이 영상을 보면 박근혜가 그렇게 자랑한 영어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적나라하게 파악할 수 있다. 다만 보다가 구역질이 나도 나는 책임없다. 보기 전에 심호흡 한 번 하고 멀미약이라도 먹기를 바란다.


이경숙도 인수위원장이랍시고 이 꼴값의 대열에 합류했던 모양이다. 통역자를 무시하고 회담 내내 영어로만 대화했다는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듣기와 말하기에 자신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적절한 단어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어휘가 제한적이었다’라는 평가를 들었다면 이건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정도 수준이다. 나는 내가 영어능력의 정점에 있던 시기였어도 이 정도로 중요한 회담이 있으면 행여 실수할까봐 내가 직접 대화하지 않고 통역을 거치며 내가 들은 것과 그가 들은 것이 일치하는지 확인했을 것이다. 역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것은 진리이다.


다시 어륀쥐 에피소드로 돌아가보자. 오렌지라고 내가 말했을 때 외국인이 못 알아들을 수 있다. 가령 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자. 내가 나가사끼 짬뽕이 먹고 싶었는데 순간 생각이 안 나서 아까징끼 짬뽕 있어요?라고 물어보았다고 하자. 센스 있는 사장님이라면 ‘나가사끼 짬뽕’이요?하고 되묻겠지만 뭐요? 하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아까징끼가 아닌가? 이끼징끼 짬뽕? 나쁜새끼 짬뽕? 이렇게 계속 발음을 바꿔서 말할까 아니면, 그 왜 있잖아요. 고춧가루 안 들어가서 국물 하얀데 얼큰한 매운 맛 나는 짬뽕이요.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할까? 마찬가지로 오렌지라는 발음을 상대가 못 알아들었을 때 영어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사람이라면 곧바로 “a fruit it looks like a lemon, but it’s taste is less sour and sweeter than a lemon.” 이런 식으로 설명을 했을 것이다. 이경숙이 내뱉은 워딩으로 판단해보았을 때 이경숙은 아직 이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버시바우가 관찰한 바와도 일치한다. 오랜 시간 대화를 하다보면 갑자기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비슷한 다른 단어로 대체하거나, 양해를 구하고 그 단어를 설명하기 마련이다. 한 단어에 집착해서 적절한 단어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고 상대가 인상깊게 관찰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이경숙의 수준이 융통성이 부족한 전형적인 초급 회화 가능자 수준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가죽이 모자라 뚫어놓은 것이 아닌 이상 뚫린 입 가지고 영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 가르치기에도 부족한 수준의 영어 구사력을 지닌 사람이 국가 교육을 영어 몰입교육으로 바꾸겠다고 설치는 것은 선무당 사람잡는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는 국가적 재앙이다. 그리고 보다 큰 문제점은 이런 저질 담론이 국가 정책 의제로 둔갑하는 우리 사회의 영어 콤플렉스이다. 모든 영어 사교육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from 딴지일보 RSS http://www.ddanzi.com/18247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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