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칼럼]세월호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 순직 인정 : 이 당연한 일이 3년만에 – 수다피플






고대 중국 진나라 환온이라는 사람이 촉(蜀) 지역을 정벌하기 위해 수군을 이끌고 장강을 거슬러 올랐다. 요즘도 크루즈로 유명한 코스인 삼협(三峽)이라는 곳을 지나는데 한 졸병이 뭘 잡아 왔다며 떠들었다. 원숭이 새끼였다. 병사들이 웃고 떠들고 원숭이 새끼를 가지고 놀았다. 지루한 항해 중에 그만한 재미가 어디 있었으랴.



그런데 어디선가 날카로운 짐승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두리번거리다 발견한 것은 강물 저편 뭍의 벼랑에서 필사적으로 배를 따라오는 한 어미 원숭이였다. “어미인가보다.” 그러나 이미 넓어진 강폭 한 가운데를 노 저어가던 함대를 원숭이 새끼 때문에 돌릴 수도 없었다. 그렇게 백 리를 원숭이는 계속 따라 오며 울부짖었다. “아직도 따라붙고 있느냐?” “예. 우리가 멈추면 저것도 멈추고 우리가 가면 따라오고 있습니다.” 



강폭이 좁아졌다. 원숭이 소리가 가까워진다 싶더니 갑자기 어미 원숭이가 배를 향해 몸을 날렸다. 철퍼덕 소리와 함께 원숭이는 갑판에 떨어졌다. 다급히 새끼를 찾는 듯했으나 이미 원숭이는 기력을 다하고 있었다. 잠시 헉헉거리던 원숭이는 곧 쓰러져 거품을 물다가 머지않아 죽었다. 새끼를 찾으러 백 리를 내달린 원숭이의 한계였다. 병사들이 그 배를 갈라보자 창자가 조각 조각 끊겨 있었다. 새끼를 잃은 슬픔이 그 창자를 잘라낼 정도로 컸던 것이다. 환온은 이 소식에 크게 놀라서 원숭이를 풀어 주고 애초에 새끼를 잡아 왔던 병사를 붙잡아 흠씬 두들겨 패고 내쳐 버렸다. 



이 고사에서 나온 말이 ‘단장’(斷腸)의 아픔, 즉 창자를 끊을 만큼 큰 고통이다. ‘단장의 미아리고개’와 ‘단장의 능선’ 전투에 등장하는 그 단장이다. 수많은 이들이 자식을 뒤로하고 철사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끌려갔던 고개와 수 없는 어머니의 피눈물과 자식들의 피가 뿌려졌을 전장이니 그 끊긴 창자 조각이 여북했을까. 사람의 고통 가운데 자식을 앞세우는 것만큼 큰 고통이 없기에 이런 말이 나왔고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3년 전 4월 16일의 참사 후 수백 명 부모의 창자가 끊겼 나갔다. 그나마 살아 있는 새끼를 바라보며 뛰었던 어미 원숭이와 달리 자신의 아이들이 고스란히,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물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부모들의 창자는 곱절로 토막나 있었을 것이다. 살아서 숨 쉬고 밥 먹고 잠자면서 창자가 끊어지는 소리를 툭툭 들어야 했을 것이다.



단장의 아픔이야 누가 더하고 덜하랴마는 창자가 끊긴 그 위해 심장이 터지는 소리까지도 감당해야 했던 분들이 있었다. 기간제 교사로 담임을 맡았고 반 아이들과 함께 있기 위해 사지(死地)로 정신없이 달려갔던 교사 두 명의 부모님들이다. 



교직을 천직으로 알았던 딸, 그렇게 아이들을 좋아했고 아이들과 함께하기를 원했던 선생님의 아버지와 어머니들이다. 그런데 자신의 책무를 다하다가 죽어간 사람들에게 붙는 순직(殉職) 두 글자는 두 교사들의 영전에 바쳐지지 않았다. 기간제라는 이유에서였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2년쯤 전, 어느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느라 사무실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런데 한 초로의 신사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토요일 오후여서 텅 빈 사무실. 나는 그와 둘이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인사를 시켜 주는 PD도 없어서 멀뚱멀뚱 천정의 거미줄만 찾고 있었는데 PD가 들어왔다. 




“이분 먼저 좀 인터뷰 부탁드릴게요. 세월호 참사 때 돌아가신 기간제 선생님 아버님이신데 다음 일정이 또 있으셔서…..”



기꺼이 그러시라고 했고 좀 더 기다렸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오는데 이미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고 PD의 눈도 벌갰다. 



꼭 순직이 이뤄질 거라고 PD가 울먹이며 위로하자 아버지는 그예 꺽꺽거리는 울음을 터뜨리셨다.



“훈장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헉헉…… 그냥 그 아이가 헉헉…… 했던 대로만…. 했던 대로만….. 헉헉 인정해달라는 겁니다.”



그 소리에 나도 눈물이 흘렀다.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다. 창자가 툭툭 끊기는 소리였다. 그리고 하나 더, 성대가 녹아 내리는 소리였다. 



그때 잠시 만났던 고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는 몇 년 동안 울부짖고 소리 지르고 통곡하고 꺽꺽거리다가 성대를 다쳐 인공 성대 삽입 수술을 받았다. 이걸 뭐랴고 해야 하나 용성(鎔聲-목소리를 녹이는)의 아픔이라고 불러야 하나 파성(破聲)의 고통으로 이름해야 하나.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마침내 참사 때 임무를 다하다 돌아간 고인 두 분에 대한 순직 절차를 밟을 것을 관계 기관에 지시했다. 관계 기관은 즉시 지시 이행에 나섰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아버지들의 감회를 어찌 상상할 수 있을까. 그저 옛 사람의 노래를 빌려 그 심경을 짐작할 따름이다.



 ‘오늘이 오늘이소서. 매일이 오늘이소서. 저물지도 새지도 말으시고 새려면 늘 언제나 오늘이소서.’



오늘 그분들의 끊어진 창자가 몇 조각이라도 이어지기를. 그래서 자식들의 못다함 삶까지 행복하게 사시기를 바랄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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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께 감사하며, 하나 더 바란다면, 어미원숭이의 조각난 창자를 본 환온이 분노하여 새끼를 잡아온 병사를 매질하여 내쫓았듯, 세월호 사건에 책임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물어야 할 책임을 묻고 숨겨진 진실이 있다면 밝혀 주시기 바란다. 



그리고 우리가 할 일이라면 환온이 새끼를 놓아 주어 생명을 이어갔듯 세월호 사건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정의로운 사람들, 자신의 목숨 바쳐 책임을 다하고 다른 사람을 살린 이들의 이야기를 기억하여 우리 안의 아름다움으로 삼는 일일 것이다. 추악하고 어이없는 참사 속에서도 빛나는 사람들은 많았다. 두 분 기간제 선생님들의 명복을 다시금 빈다.



무한히 기쁘다. 오늘 술 쏘고 싶다. 동시에 슬프다. 이 당연한 일이 3년 만에야 이루어지다니.






산하


편집: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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