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찰]신보수의 탄생: 갈 곳 잃은 보수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 수다피플






철옹성 같았던 보수의 벽은 19대 대선에서 무너져 내렸고, 많은 보수 유권자들은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유권자로서 이들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보수 유권자를 고찰하고 탐구해볼 필요가 있다.



1. 보수가 존재하는 것은 정상이다


보수와 진보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자.


보수(명사)

① 보전하여 지킴, ②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 함


진보(명사)

① 정도나 수준이 나아지거나 높아짐, ②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에 따라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함


사회에 보수가 한 명도 없다면, 그 사회는 지금까지 지켜왔던 가치 중에서 앞으로 지켜나갈 게 하나도 없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보수가 없다면) 지금까지 막장 사회였다는 의미다. 직업정치인들이 보수의 가치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 보수적 성향을 가진 유권자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2. (박근혜 득표율 – 홍준표 득표율) + @ = 신보수 집단


문제는 현재의 정치권이 보수 유권자의 민심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당수의 보수 유권자가 보수정당을 싫어한다. 상당수가 갈 곳이 없어졌다.

 

– 18대 대선 박근혜 득표율은 51.6%, 19대 대선 홍준표 득표율은 24.0%. 차이는 27.6%이다.


– 18대 때 박근혜를 찍었지만, 19대 때 문재인을 찍은 유권자도 있다. 

방송 3사(SBS, KBS, MBC)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투표자 중 16.6%는 지난번에 박근혜를 찍었다. 문재인 투표층이 순수한 지지자 혹은 진보층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투표자 중 진보는 42.8%, 중도가 38.5%에 달하며, 보수도 12.9%나 된다.


– 19대 때 처음으로 투표권이 생긴, 20대 초반의 보수 유권자도 있다.


전통적인 보수 집단에 대비한 개념으로 이들을 ‘신보수 집단’이라고 칭해보자.


(박근혜 득표율 – 홍준표 득표율) + @ = 신보수 집단


이 판국에도 박근혜는 결백하다고 믿는 구보수 집단은 변하지 않는 상수(constant)다. 그 님들은 지구가 쪼개져도 변하지 않는다. 일단 그들 양심의 자유를 존중하자.


이 판국에도 유권자의 4명 중 1명 꼴로 홍준표를 찍었다는 것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한 가지 희망적인 건 여론조사 공표금지 직전 여론조사에서, 홍준표의 지지율이 18~19%였다는 점이다. 실제 득표율(24.0%)과 여론조사 간의 차이인 5~6% 정도는 ‘이번 선거에서 홍준표를 찍는 것이 떳떳한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고찰해야 할 대상은 앞으로의 투표 성향이 정해지지 않은 변수(variable), ‘신보수 집단’이다.



3. 보수에 대한 분석은 왜 필요한가?


보수에 대한 분석이 왜 필요한지 ‘확증편향(선입관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것, 한경 경제용어사전)‘이라는 개념을 통해 고찰해보자.


당신에게 ‘안 지지자를 문 지지자로 만들려는’ 목적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다음 중 필요한 정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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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지지자는 문에게 불리한 정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반론하려면 ③이 필요하다.


– 안 지지자는 안에게 유리한 정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반론하려면 ②가 필요하다.


– ①과 ④는 내 마음을 편하게 해줄 뿐, 전략적 가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신의 확증을 강화시켜주는 편향된 정보를 원한다. 


(세상 일이라는 게 이렇게 단순하고 간단할 리 만무하지만, 확증편향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예로 들었을 뿐이다)


자유한국당 내부 상황을 살펴보자. 선거 패배의 후유증으로 내부가 분열된 상황이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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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은 박근혜가 결백하다고 믿기 때문에(혹은 믿는 척)배신자 철새를 받아들일 수 없다. 지난 5월 13일 태극기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서로 욕설을 주고 받는 모습도 나타난다. 


친박, 비박 모두 보편적 상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나마 비박이 상식에 조금 더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7월 자유한국당은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전당대회를 열 예정이다. 자유한국당을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싶다면, 보편적 상식에서 더 떨어져 있는 친박이 승리하기를 응원해야 한다. 비상식의 끝판왕 친박이 당권을 잡을 경우 신보수가 자유한국당에 표를 줄 가능성이 더욱 줄어들기 때문이다. 구보수 집단의 지지만으로 자유한국당이 수권정당이 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24%라는 수치는 반성을 안 하기에 최적이다. 득표율이 10%대에 머물렀다면 바뀌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24%는 그럭저럭 먹고 살 만한 정도이므로, 반성 없이 현재에 안주하기에 딱 좋다.  


저들이 최선을 다해 분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보수를 무턱대고 욕하기 보다는 분석하고 이해해야 안드로메다로 보낼 수 있지 않을까?



4. 한국의 보수가 지금까지 써먹었던 프레임


1) 반공 프레임


한국의 보수가 지금까지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가치는 하나 밖에 없다.


“북한에 반대한다”


반공 프레임 하나로 지금까지 장사를 해왔다는 게 새삼 신기하다. 그만큼 북한은 한국 정치사에서 있어서 모든 것을 정당화시켜주는 마법의 주문이었다. 마법의 주문의 약빨이 슬슬 떨어져가던 시점에, 이들은 새로운 프레임을 개발한다.


2) 반노 프레임


잘못된 모든 것은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 10년 탓이니까 자신들을 찍어달라고 한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일부 진보 지지자의 행동 특성도 반노 프레임을 확립하는데 상당히 기여했다. 이들의 대표적인 행동 특성은 다음과 같다.


– 확증편향을 나타낸다.


– 나만 민주적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는 선민의식에 빠져 있다.


– 진영논리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매도한다.


– 나만 정의롭다고 생각하며 배타성을 나타낸다.


– 권위주의적 훈계조를 사용한다.


– 결과적으로 중립적이었던 사람조차 적으로 만든다.


신보수 집단에게 있어서 일부 진보 지지자에 대한 반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일례로 일부 진보 지지자에 대한 반감 때문에 보수가 된 유권자도 있다.



5. 더 이상 약빨이 안 먹히는 이유는?


마르고 닳도록 써먹어왔던 보수의 프레임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1) 가치관의 변화: 구보수와 신보수


공 프레임은 기본적으로 한국전쟁의 증오심에서 동력을 얻는다. 한국전쟁을 경험한 적 없는 젊은 보수에게 북한을 미워하라는 구호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신보수는 그보다 일부 진보 지지자에 대한 반감을 더 가지고 있는 집단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한 구보수 정치세력은 ‘우리가 젊은 사람들한테도 인기가 있구나’라는 착각을 한다. 그래서 북한 타령만 계속한다. 신보수는 지금까지 새누리당이 좋아서 표를 줬던 것이 아니다. 달리 선택지가 없었을 뿐이다.


신보수를 고객으로 삼아야 하는 바른정당과 유승민 후보가 왜 그렇게 북한 타령만 해댔는지 모를 일이다. 북한 타령에 넘어갈 유권자라면 나라를 팔아도 자유한국당을 지지했을 것이다. 반공 프레임은 자유한국당의 전유물 아니던가.


2) PK에 대한 홀대: TK와 PK


김영삼의 삼당합당 이전에 PK는 보수의 본진이 아니었다. TK에 본진을 두고 있는 민주정의당(전두환의 당)이 김영삼의 통일민주당과 합당을 하면서 PK가 흡수된 거다. 그 후 구보수 세력은 ‘PK는 거저먹고 가는 지역’이라고 안일하게 인식하면서, 오랜 기간 홀대한다. 이걸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이 ‘동남권신공항 백지화’다.

 

*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요약

– 2000년대 초, 포화상태가 된 김해공항으로 ‘부산 근교 가덕도에 신공항을 지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됨

– TK의 표를 얻고 싶은 정치인들이 가덕도보다 TK에 가까운 밀양을 후보지로 내세우면서, PK의 가덕도와 TK의 밀양이 대립

– 2016년 6월, 김해공항을 확장(김해신공항)하는 것으로 신공항 논의가 백지화

– 백지화 후 박근혜 정부가 대구공항 이전(대구신공항)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대구신공항은 활주로 길이, 공항 면적, 개항 시기 등 모든 면에서 김해신공항보다 우월하다)


대구신공항은 TK에 신공항을 짓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공항급 시설을 몰래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알면 니들이 어쩔 건데’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PK의 유권자들은 굉장히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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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수에 대한 오해, PK에 대한 홀대로 구보수 세력 지지는 떨어져 나가고 있다. 안일하게 장사해왔던 업보로 보수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진보가 장사를 잘해왔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다룰 문제는 아니다). 정치가 수입해서 쓸 수 있는 공산품이었다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진즉 망했을 것이다.



6. 4분면 분석: 모두까기는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


신보수가 다가올 선거에서 어디에 투표할 지는 알 수 없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신보수는 이념성향, 가치관, 지역, 연령대 등 모든 면에서 다양성을 보인다. 신보수 집단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공통점은 일부 진보 지지자에 대한 반감이다. 따라서 반공 프레임은 먹히지 않지만, 반노 프레임은 먹힌다. 그리고 반노 프레임은 진보 지지자가 다양한 세력을 적대시 할수록 더욱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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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진보 지지자들은 4분면 모두를 깐다. 그러나 이는 원하는 것과 반대 결과를 가져온다. 자유한국당에서 “저놈들 나빠요, 저놈들에 대항하는 우리에게 표를 주세요”라는 구호로 지지자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지형은 바뀌었어도 반노 프레임은 여전히 유효하다. 일부 무분별한 진보 지지자의 무차별 공격으로 반노 프레임은 끊임없이 동력을 얻고 있다.



7. 확증편향과 배타성


확증편향과 배타성이 원하는 것과 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온 전형적인 예가 박근혜 탄핵 심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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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심판의 대리인단이었던 김평우 변호사


김평우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변호인 측 대리인을 맡아 헌법재판관을 빡치게 하는 막말 퍼레이드를 펼쳤다. 그는 탄핵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확증편향으로, 본의 아니게 탄핵을 도왔다(8:0 만장일치 탄핵 인용에 결과적으로 기여했다는 분석이 있다).


보수를 무차별 공격할 것이 아니라, 보수를 이해해보자. 게다가 새롭게 나타난 신보수는 이쪽과 말이 통할 가능성이 높다. 탄핵을 함께했던 신보수는 우리의 적이 아니다.


구보수 유권자는 어떤 집단일까? 60대 이상 유권자 중 기득권이 몇 명이나 될까? 상당수의 노령세대는 빠른 사회변화에 적응하지도 못하고 후세대로부터 존중 받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과거를 추억하며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지 모른다. 지역구도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대구도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현상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구가 쪼개져도 변하지 않는 상수(constant)를 욕해봐야, 내 성질만 더러워지지 않을까?



8. 앞으로서 선거


가장 가까이 있는 선거는 내년 6월에 있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이며, 다음 총선은 2020년 4월이다. 당의 존립이 위태로운 자유한국당은 한 가닥 희망이라도 찾기 위해 일부 진보 지지자에 대한 반감과 반문 프레임을 활용할 것이다. 이들이 앞으로 취할 전략은 이명박근혜 시절 민주당이 취했던 전략인 “우리는 2등이 편해”가 될 확률이 높다. 자유한국당이 2등을 하려면 TK로는 부족하다. 최소한 PK, 강원 정도는 추가 확보해야 가능하다.


이때 4분면에 대한 무차별 공격은 자유한국당에게 있어서 한 가닥 희망이 될 것이다. 신보수와 자유한국당이 손잡을 여지를 주지 않아야 자유한국당을 TK와 60대 이상 지지층에 가둬둘 수 있다. 그래야 신보수가 흔쾌히 한 표를 줄 수 있는 ‘말이 되는 보수 정치 세력’이 나타날 수 있기도 하다. 이 기회에 보수를 멸절시키고 말겠다는 배타성은 괴물 보수의 탄생을 촉진시킬 것이다. 지금의 자유한국당보다 더욱 악질적인 보수 세력이 나타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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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조국의 Brand New 보수


반공 프레임, 반문 프레임에서 벗어난 말이 되는 보수가 정치세력화되면, 드디어 저쪽이랑도 ‘대화’를 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고 해도 이 땅에 보수 유권자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어떤 가치관을 차용하든 어떤 형태로든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말이 되는 보수 정치세력이 나타난다면 신보수의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이다. 호남이라고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없겠는가? 호남은 보수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살인마 박정희, 전두환의 당을 거부하는 것이다. 5.18민주화운동에서의 학살극으로 호남은 보수에 투표할 선택지를 박탈당했다. 살인마의 후예가 아닌 보수 세력이 나타난다면, 진보는 진보대로 보수는 보수대로 투표권을 행사할 것이다. 


말이 되는 보수의 탄생은 순진한 희망일지도 모르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괴물 만들기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Naiveself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from 딴지일보 RSS http://www.ddanzi.com/18413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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