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이야기 2. 대학교까지의 삽질들 – 수다피플

  1. 멍청한 만물박사

 

멍청함에는 종류가 여러가지있는데, 내가 가장 먼저 극복하고자 한 것은 “무식함”이었다. 여기서 무식함이란, 해당 개념자체를 모르는것이다. 무식함을 뜻하는 낫놓고 기억자모른다라는 속담에서 핵심은, 한글을 배운적이 없기에, 낫을 보고도 기억자를 떠올리지못한다는점이다.

 

나는 내가 멍청한게 혹시 머리에 든게 부족해서가 아닐까란 생각했다. 그래서 위키백과에서 항목을 추가해나가듯, 모르는 단어나 개념에 대해 정의나, 단편적인 사실 같은걸 채워넣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이 뭘했는지가 궁금하면, 작용반작용을 설명하는 다큐멘터리를 본다던가, 어떤 물리학자가 대중들을 위해 설명하기위해쉽게 쓴 짧은 토막글을 찾아 읽었다. 이렇게 아주 약간의 품을들여 10분정도를 할애하면, 이해는 못하더라도, 멍청한본인은 그걸 이해한줄 알고 넘어가는 정도의 얄팍한 지식이 만들어진다.

 

사실 모르는 단어를 검색해서 잘 정리된 페이지를 찾고, 이에 관한 내용을 암기하는건, 가장 쉬운 공부방법이기도했다. 문제는, 그렇게해서 만든 단편적인 지식만가지고는 깊이가없어, 사고를 하는데에 별 도움은 되지않는다는점이다. 베이즈 방정식을단순히 아는것과,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건 전혀 다른문제인것처럼. 또한,  내가 읽은 내용에 한해서는 어느정도 아는척을 할수있으되, 그 읽은 내용은 틀렸거나 편향되기 일수였고, 그 진위를 판단하지 못하는 나는 여전히 바보였다.

  1. 멘땅의 헤딩식 독서

이러한 단순 상식쌓기가 깨끗이 실패한이후로, 내가 자연스레 관심을 기울였던 부분은 독서였다. 사실나는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입시를위한 공부외에 별도로 독서를 해본적이 거의없었다. 단순 검색질보다는 품이 훨씬더 많이들어가지만, 직접 그럴듯해보이는 책들을 읽다보면, 나도 좀더 똑똑한 인간이 되지않을까란 생각으로 나는 닥치는대로 책을 읽기시작했다. 책 선정 기준은 딱하나, 오로지 있어보이는 걸로다가.

 

아무것도 모르는상태에서, 있어보이는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대견해서 시작한 허세 가득한 독서였다. 간혹 “백년의 고독”처럼 술술 익히는 책을 만나기도 했고, “마의 산”같이 나랑은 안맞는 책을 만나도, 스스로를 자학해가듯 억지로 책을 읽어나갔다. 특히 군대있었을 때 이짓을 많이했는데, 아마 내려간 자의식과 외로움을 채우기위한 발버둥이었던것같다.

 

이런 맨땅의 헤딩식 독서의 가장큰 문제점은, 딱 내가 아는만큼만 읽힌다는점이다. 배경지식이나 작품세계에대한 이해없이, 닥치는대로 아무거나잡고 읽다보면, 줄거리 정도는 파악할수있으되, 낯선 내용을 파악하는데 급급해서 정작 중요한작가가 담고자했던 인간 군상에 대한 통찰같은건 있었는지도 모르고 지나간다는 점이다. 결국, 재독 삼독을 해야 그런게 눈에 들어올텐데, 허영심에 가득찼던 나는, 좀더 많은 책을 읽은척 하는게 더 중요했다. 가령 ‘장미의이름’으로나 ‘푸코의진자’ 같은 책에서, 움베르토 에코가 가득 담아놓은 언어적, 지적유희를 전부 걷어내고, 줄거리만 열심히 따라가다보면, 명탐정 코난을 읽는듯한 착각에 빠지기도했다. 한마디로, 이렇게 무작정 아무책이나 잡고 덤비는건 미련한짓이었다.

 

억지로나마 위안을 찾자면, 쓸데없이 많은 책의 줄거리를 기억한단점과, 작가나 문체에 대한 내나름대로의 호불호가 생겼다는것정도일려나.

 

  1. 부전공 콜렉터

 

혼자하는 독서가 어느정도 버거워질무렵, 역시 있어보인다는 이유로, 대학교에서 역사과나 철학과수업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수강했던 역사수업은“중세 이교도학”이었는데, 여기서 나는 그 교수에게 흠뻑빠져버렸다.

 

학부때 러시아문학을 전공했던 교수는, 지금 본인연봉보다 높은 초봉을 받으며 잘나가는 마케팅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한다. 자기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면서, 분에 넘치는 연봉을 받았던게 스스로도 신기해서, 나중에 인사담당자에게 자길 왜 뽑았는지를 물었더니 글을 잘썼기때문이란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교수는 첫수업에서 우리에게 왜 역사수업을 들어야하는지를 설명했다.

 

“이 과목을 수강하는 너희들중에, 역사를 업으로 전공해서, 중세이교도학을 하면서 교수를 할사람? 아마, 없을것같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에게 어떤 암기를 요구하지않는다.

 

하지만, 너희들이 졸업해서 무슨일을 하던간에, 거의 반드시 글이나 발표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여러분의 생각을 표현해야하는 순간이 올거다. 이때, 자신의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정리해서, 다른사람들에게 설명하는것은 굉장히 중요한일이다.

 

역사는 왜?에 대한 대답이다. 몇 년도에, 어떤 이교도가 유럽에서 유행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건, 살아가면서 별로 중요하지않다. 그러나, 나는 왜 특정시기에 어떤지방에서 이교도가 유행했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과정을 통해서 너희들은, 문제를 설명할만한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입증할만한 근거를 찾아서 제시하는 것을 연습할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수업에는 퀴즈나 시험이 없다. 대신, 한달에 한번씩 나는 여러분에게 왜 어떤일이나 현상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질문을 할것이다. 여기에 여러분은 열쪽남짓한 답을 써서 제출하면된다. 미리 말하지만, 페이퍼에서 여러분이 얼마나 열심히 암기나 독서를 했는지를 보여주기위해, 단순 사실들만을 장황하게 느려뜨렸다간 절대로 이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수없다.  모든 글에는 주장이있어야하고, 그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사실만이 근거가될수있다.”

 

이말을 듣고난 나는 그 교수와 역사수업에 흠뻑 빠져버렸다. “역사학자 처럼 생각하기”는 굉장히 멋있어보였고, 나는 역사를 부전공하기로 결심했다. 비슷한 이유로, 나는 철학자처럼 생각하고 싶어서 철학을 부전공하기로한다. 경제도 그냥 관심이있어서 하고싶었다.

 

마침 내가 다니던 대학교는, 과목당이 아닌 학기당으로 등록금을 받았고, 네과목을 듣든 여섯과목을 듣던 같은 돈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본전 뽑겠단 생각으로, 남들보다 훨씬 많은 과목을 수강했고, 그결과 내 졸업장엔 세가지 부전공이 생겼다.

 

근데 4학년이 되고 졸업을 앞두고서야 나는 깨달았다. 학부생이 아무리 어떤 학문을 전공을 한다해도, 그 학문에서 다루는 기초조차 이해하기 힘들단걸. 적어도 박사정도는 밟아야, 그학문에대한 눈이 조금 트이는 건데. 교양과목 몇 개 채워서 부전공을 한다해서, 역사학자나 철학자처럼 생각할줄 알았던건, 순진을 넘어서, 도둑놈의 가까운 생각이었다. 이런 세상이있고, 나는 그에비하면 한참 모자라는구나라고 짐작할뿐.

 

이후 나는 내 분야에서 전문가가되고자 노력했다. 

from 딴지일보 RSS http://www.ddanzi.com/184268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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