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서브프라임 사태 10주년 기념(?) – 1. 자산유동(Securitization)이란? – 수다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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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발생한 경제위기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어느덧 10주년이 되어간다. 기준은 조금 애매한데, 리만브라더스가 망하고 시장에 패닉이 닥쳐온 것은 2008년이지만, 그 원인이 되는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고, 여기에 기초한 부실 대출이 문제가 되기시작한 건 2007년부터이기 때문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뒤로 미국 금융시장은 어떻게 변했는지를 한번 살펴보려고 한다. 특히, 그 중에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원흉으로 지목되었던 자산유동화(Securitization) 시장을 천천히 살펴보면서, 미국 채권시장에서 돈이 어디서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맥을 짚어보는 게 목표이다.




2008년이전의 자산 유동화시장


이 문제를 이야기하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전 시장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딴지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연재한 글이 이에 관한 글이었는데(돈 놀이의 역사 : 위기의 메커니즘 – 링크), 그 글의 결론으로 두 가지를 지적했다.


하나는, 부동산 담보 대출이 이 시기에 완전히 개판으로 이루어졌다는점. 대출을 찍어낼수록 여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돈을 버는 구조였기 때문에, 일선에서 담보대출을 해주는 주택담보 대출(모기지) 담당자부터, 이걸 사다가 묶어서 파는 유통업자 및 금융기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담보대출을 최대한 많이 만들기에 급급해서, 개인의 소득이나 재무상태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실대출이 이루어졌다.


사태의 막판으로 갈수록, 소득이나 채무상태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출해 주는,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들이 엄청나게 많이 발행되었고,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자 이 대출들은 연쇄부도를 일으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일선에서 부실대출을 눈감아 줬던 많은 은행원들이 줄줄이 감옥에 갔고, 미국의회는 부동산 대출상품을 공기업인 Fannie Mae가 거의 전담하도록 함으로써, 최소한 부동산 담보 대출로는 위험한 돈 놀이를 못하도록 막아뒀다. (참고로 트럼프는, 최근 Fannie Mae를 민영화하자는 주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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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이유는, 부실대출을 가능하게 하고, 이를 널리 유통시킨 자산유동화(Securitization) 시장이었다. 한국말로 번역이 사실 마땅치않은데, 영어로 ‘Security’는 널리 유통되는 금융자산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금융자산으로는, 주식이나 채권같은 게 있는데, 이런 자산들의 특징은 거래소나 전상망을 통해 사고 팔기가 쉽다는 점이다. ‘Securitization, 금융자산화 시킨다’라는 말에는, ‘거래가 잘 안 되는 자산을’이란 말이 생략되어 있다. 즉, 거래가 잘 안 되는 어떤 자산을, 주식이나 채권처럼 거래하기 용이하도록 바꾼다란 뜻이다. 기존에, 거래가 잘 안 되던 자산에는 대표적으로는 대출(Loan, Mortgage)이 있다.


대출이란, 보통 은행이나 금융기관에서 기업이나 개인에게 직접 빌려주는 것이다. 처음부터 유통을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이나 주식과는 달리, 대출은 원래 은행이 보유를 목적으로 발행한다. 그렇다보니, 돈 빌리는 사람은 채권처럼 신용평가 기관에다가 비싼 돈을 들여 신용등급을 평가받지 않기도 하고, 복잡한 투자설명회나 자산등록절차를 거치지 않기도 한다. 그 대신, 자기 돈이 걸린 은행이 대출심사를 통해 대출을 해줄지 말지를 직접 결정한다. 대출자의 최근 거래 내역이나 재무상태를 종합해 보기도 하고, 소득이나 매출 추이를 살펴보기도 한다. 각 은행별로 이에 관한 규정과 관행이 존재하지만, 애초에 유통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기에, 외부 투자자는 이 대출의 내용을 잘 모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렇게 은행들이 만든 대출은 시장에서 자산으로써 잘 거래되지 않았다.


이러한 기존의 대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 자산유동화이다. 여러 개의 대출을 묶어서, 자산으로 만든 뒤 이걸 일반 투자자에게 파는 거다. 보통 헤지펀드나,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상품을 많이 발행하는데, 이걸 만든 업자들은 이 상품들을 발행하고 운용하는 대가로 돈을 번다.


이들은 많은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자산을 유동화 할 때 몇가지 ‘금융 테크닉’을 가미하는데, 일단 이렇게 만들어진 자산유동화상품엔 기본적으로 분산투자효과가 있다. 대출이 금융시장에서 잘 유통되지 않았던 건, 투자자 입장에서 각 대출의 값어치를 제대로 평가하기가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 즉 모기지의 경우 담보인 주택이 어디에 있고, 몇 년도에 지어졌고, 대지면적은 얼마고, 재건축은 언제 가능한지 등의 여러가지 정보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렇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가지 정보는 대출을 해 준 은행만 알고 있을 뿐, 외부 투자자는 알기가 어렵다. 설사 알더라도 이걸 종합해서 앞으로 가격이 어떻게 변화 할지를 예측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많은 전문 지식이 요구되는 데다가, 대출약관 등에 대해서도 빠삭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산운용사들은 담보대출 수백, 수천 개를 하나로 묶는다. 이렇게 대출들이 묶여진 다발에 투자를 하는 투자자는, 꽤 많은 리스크를 분산시킴으로써 최소화 할 수 있다. 만약 주택담보 대출 하나에 투자를 하는 거라면, 그 주택이 위치한 동네의 집값 변동으로 인해 큰 손실을 입을 수도있지만, 수천 개에 동시에 투자 한다면, 전체적인 주택경기가 급격하게 나빠지지 않는 한 큰 손실은 입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미국같이 큰 나라의 경우, 서부인 LA 부동산 경기와 동부인 보스턴의 부동산 경기는 크게 다를 수 있다. 그러니, 여러 개의 대출이 고루고루 묶인 유동화 자산에 투자를 하면, 개별 대출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해진다.


두번째로, 이렇게 만들어진 자산 유동화 상품은, 보통 조각화(Tranche) 되어 유통된다. 모든 금융상품에서 수익률은 리스크와 비례한다.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더 많은 돈을 받아가겠단 투자자가 있는 반면,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투자자들의 요구 및 투자성향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자산 유동화상품은 트렌치라는 조각으로 쪼개져서 팔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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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5억짜리 대출 천 개를 묶어서, 5천 억짜리 자산 유동화 상품이 만들어졌다고 해보자. 그리고 다섯 명의 각기 다른 투자성향을 가진 투자자가 천 억씩 내고서, 이 상품의 한 조각씩을 균등하게  사간다고 가정해 보겠다.


첫번째 투자자는 가장 위의 A 트렌치를 1천 억 주고 사 가고,

두번째 투자자는 차순위의 B 트렌치를 1천 억 주고 사 가고,

세번째 투자자는 세번째 트렌치인 C 트렌치를 1천 억 주고 사 가고,

네번째 투자자는 네번째 트렌치인 D 트렌치를 1천 억 주고 사 가고,

마지막으로 다섯번째 투자자까지 E 트렌치를 1천 억 주고 사 갔다.


가장 선순위인 A 트렌치를 사 간 투자자는, 가장 안전중심의 투자자이다. 5천 억의 대출 중 4천 억이 부도나지 않는 이상, A 트렌치 투자자는 손실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4천 억까지의 파산은 차례로 E, D, C, B에서 감당하기 때문이다. 숫자를 바꿔, 만약 2천 500억의 파산이 발생했다면, C 트렌치 투자자가 500억의 손실을 보는 선에서 피해가 멈춘다. A나 B 트렌치 투자자는 전혀 손실을 보지 않는다.


이를 수치화 해서 표현하면 과담보화(Overcollateralization)라고 하는데, 유동화증권이 갖고 있는 모든 자산을 내가 가진 트렌치, 혹은 상위 트렌치의 투자금으로 나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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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담보화율 = 담보 / (내가 갖고있는 트렌치 + 상위트렌치 투자금의 합)


 

예를 들어, A 트렌치의 경우, 5천 억짜리 담보가 있지만, 본인이 낸 투자금 1천 억만 있음으로. 5천 억 / 1천 억 해서 투자금의 500%가 담보로 설정되었다.


B트렌치의 경우, 똑같이 5천억짜리 담보가 있지만, 이를 B 트렌치 1천 억과 A 트렌치 1천 억이 나눠 가져야 함으로 5천 억 / 2천 억 해서 250% 담보가 설정된 것이다.


이렇게 내가 직접 투자하는 금액보다 더 많은 담보를 설정해 둠으로써 상위 트렌치 투자자는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반면 가장 밑 트렌치인 E 트렌치의 경우, 똑같이 5천 억짜리 담보가 있지만, E 트렌치 투자금 1천 억 위에 4개 트렌치의 투자금 4천 억이 존재함으로, 과담보화율이 5천 억 / 5천 억 해서 100%가 된다. 즉, 아주 작은 손실이라도 발생한다면, 이는 오롯이 E 트렌치 투자자의 투자금 원금에서 차감된다.


대신, 이렇게 큰 리스크를 감수하는 만큼, E 트렌치 투자자는 가장 많은 이자소득을 가져가게 된다.


예제를 좀 더 보강해 보자. 만약 5천 억짜리 대출들의 평균금리가 약 4%라면, 이 유동화된 자산 상품은 1년에 약 200억의 이자를 벌어들인다 (5천억 * 4%). 그리고 벌어들인 이 200억은 리스크에 비례해서 투자자들에게 분배될 것이다. 숫자를 만들어서,


A 트렌치 이자율 1%

B 트렌치 이자율 2%

C 트렌치 이자율 3%

D 트렌치 이자율 4%

라고 가정해 보겠다.


산수를 해 보면,


A 트렌치는 1000억 * 1% = 10억을 이자수익으로 가져갈 거고,

B 트렌치는 1000억 * 2% =20억을,

C 트렌치는 1000억 * 3% =30억을,

D 트렌치는 1000억 * 4%= 40억을 가져갈 거다.


지금까지의 이자를 다 더하면, A~D 트렌치 투자자들에게 총 100억의 이자가 지급되었다. 이 이자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몫 (200억 – 100억 = 100억)이 E 트렌치 투자자가 가져갈 몫이 된다. 즉 E 트렌치 투자자의 수익률은 10%이다.


보통 A~D 트렌치까지는 이자수익률을 채권처럼 미리 정해놓지만, E 트렌치에는 따로 명시된 이자수익이 없다. 이 유동화증권에서 남는 수익의 모든 것이 E 트렌치가 가져갈 몫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E트렌치는 가장 큰 소득을 가져갈 가능성이 있으니, E 트렌치 소유자는 가장 큰 리스크를 감수하게 된다. 

 

참고로 E 트렌치는 ‘Equity’ 혹은 ‘Subordinated Note’라고 불리곤 한다. ‘Equity’란 표현이 나는 가장 적당한 것 같은데, 실제로 E 트렌치 투자자가 유동화된 자산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산운용사나 헤지펀드가 맘에 안 들면 짜르고 새로운 자산운용사를 선임할 권리를 갖고 있다.


(이건 진짜 여담이지만, 회계에서 모든 회사의 장부는 자산 = 부채 + 자본으로 표현된다. 유동화자산에서 A~D 트렌치는 부채에 해당되고, 맨 밑의 트렌치는 자본이다. 즉 맨 밑의 E 트렌치 소유자는 A~D 트렌치로부터 돈을 빌려다가, 우수한 대출상품들에 투자함으로써, 이자비용을 능가하는 수익을 걷어내는 걸 목표로 한다)


여기까지가 자산유동화의 기초(?)인데, 아직 2008년 이후는 커녕 서브프라임 얘기는 시작도 못했다. 이즈음에서 한 번 짜르고, 다음에는 2008년도 무렵에 문제가 되었던 CDO라는 상품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를 먼저 보고, 그 뒤에 어떤 상품들이 나왔는지를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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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씻퐈


편집 : 꾸물

from 딴지일보 RSS http://www.ddanzi.com/185019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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