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큐핸즈, 잃어버린 당신의 손을 찾아드립니다 by 수다피플

AI가 바둑에서 인간을 이겼다는 뉴스로 세상이 시끄러웠고, 인공지능은 똑똑한 세탁기나 청소기 정도까지 밖에 경험하지 못했던 우리 부모님 세대까지도 밥상에서의 새로운 화제로 연일 뜨거웠었던 며칠이 있었다. 언론들은 서로 앞다투어 앞으로 각광받을 직업과 없어질 직업,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직업을 분류해서 연일 기사화하기 시작했고 관련해서 영문도 모를 4차 산업혁명이 순식간에 대선주자들의 선도 공약이 돼버렸다.

이런 첨단 인공지능 로봇의 홍수 속에서 어쩌면 앞으로 퇴화해서 없어져 버릴 신체기관이 될지도 모르는 인간의 ‘손(手; hand)’ 사용에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보이는 한 기업이 일본에 있다. 바로 도심형 홈센터 도큐핸즈(Tokyu Hands)이다.

도큐핸즈의 기함점포(flagship store) 시부야점

도큐핸즈의 기함점포(flagship store) 시부야점

도큐핸즈, 놀고 있는 땅을 살려보자는 프로젝트에서 출발

일본에서 철도회사는 몇 가지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는데 그중 본업인 철도 여객사업 이외에 가장 큰 이익을 만들어 내는 사업 분야가 바로 부동산이다. 동경을 중심으로 방사선으로 뻗어 나가는 철도망에 각 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상업시설을 만들어 라이프 거점을 만들고 이로 인해 철도회사가 소유한 역과 역 주변의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추가로 이익이 발생하는 철도개발을 통한 이익 선순환이 그것인데 도큐핸즈도 이 철도회사의 놀고 있는 부동산 활용 안이 탄생 배경이 되었다.

도큐핸즈 1호점 후지사와점 (현재는 폐점)

도큐핸즈 1호점 후지사와점 (현재는 폐점)

1976년 11월, 후지사와의 유휴지에 ‘도심형 DIY 점포’를 표방하면서 도큐핸즈 1호점이 문을 열었다. 개점 당시부터 새로운 업태(業態)에 흥미를 느낀 많은 고객들이 밀려들면서 유휴 부동산을 활용해보려고 했던 단순한 아이디어가 50년을 이어져 내려오며 일본 유통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는 계기가 되었다.

선진국들에는 존재하나 아직 한국에는 명확하게 유통 업태의 카테고리로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바로 홈센터(home center)다. 홈센터는 1) 수리(repair)를 목적으로 한 품목들을 구매할 수 있는 교외형 홈센터1와 2) 만들기(craft)를 중심으로 개인의 DIY 세계를 서포트하는 도심형 홈센터로 나누어질 수 있다.

교외형 홈센터는 수리를 직업으로 하는 이른바 ‘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까지 망라되어 있어서 꽤 넓은 물리적 면적이 필요한 반면, 도큐핸즈 같은 도심형 홈센터는 크래프트 위주의 소형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어 부동산 가격이 높은 도심 한복판에도 매장 전개가 가능한 강점이 있다.

교외형 홈센터 비바 홈 내부 전경. 업자 상대의 대규모 매장이 필요하다.

교외형 홈센터 비바 홈 내부 전경. 업자 상대의 대규모 매장이 필요하다.

유휴 부동산 개발 계획은 규모가 커지면서 본격적인 도심형 홈센터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되었던 시부야점에도 그대로 이어져 비탈길이라는 위치 때문에 제대로 된 유통시설을 짓기가 힘든 도큐 그룹의 유휴지를 리테일 점포로 바꿔서 성공한 사례로 남게 되었다.

잃어버린 ‘손’의 권리를 돌려받고 싶다

산업혁명 이후에 인간은 점점 손을 사용하는 기회를 잃게 되면서 기계에 의존하게 되었고, 의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휴머니즘을 잃어가는 인간성 파괴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었다. 결국 ‘인간의 양손을 좀 더 즐겁게 사용하게 하면 잃어버린 휴머니즘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순수한 발상으로부터, 양손을 사용해서 만들기의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는 도큐핸즈 사업이 기획되었다.

“손(手)의 복권(復権)”이라는 도큐핸즈의 이념은 로고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양손을 모티브로 한 이미지는 물론 ‘TOKYU HANDS’라는 텍스트 폰트도 손으로 만든 느낌이 안 난다는 사내 의견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오리지널 폰트를 손으로 그려서 완성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핸드메이드’에 의미를 두어 만들어졌다.

도큐핸즈 로고

자, 그럼 손의 권리를 되찾아서 잃어버린 휴머니즘을 만들어내는 창조적 라이프 스타일 점포(creative life store)라는 이 전 지구적(全地球的)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이들이 과연 어떤 일을 하는지 한번 살펴보자.

연간 1회전 상품도 매장에 비치한다

도큐핸즈는 말한다. ‘크리에이티브는 고객에게 맡깁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뜬금없는 변명인가? 로고에다가 떡 하니 크리에이티브 라이프 스토어라고 박아 넣은 주제에 고객에게 맡긴다니? 이런 용서할 수 없는 변명을 그들은 이렇게 설명한다.

저희는 고객의 크리에이티브를 구현하는 소재(素材)를 제공할 뿐, 고객의 크리에이티브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않습니다. 고객의 크리에티브 폭이 너무나도 넓으니 저희도 그 폭넓은 고객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서 100만 개가 넘는 아이템을 구비하였습니다. 어떻게 쓰시든지 그건 고객님의 크리에이티브입니다. 저희는 최선을 다해서 그 폭넓은 고객의 크리에이티브를 지원하겠습니다.

100만 개. 유니클로가 수천 개, 대기업 할인점도 10만 개를 넘기가 힘든데 도대체 무려 100만 개의 아이템을 구비해서 고객을 맞는다. 온라인 같은 가상공간이 아니라 명확히 물리적인 공간이 존재하는 오프라인 점포에 말이다. 이게 바로 도큐핸즈식 “접객”의 출발점이다.

“저희는 고객이 정확히 어떤 크리에이티브를 가지고 뭘 구현하고 싶어 하는지 미리 알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도큐핸즈에 가면 어떻게든 된다.’라는 신뢰는 꼭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1년에 1개 팔리는 제품도 철수하지 않고 그대로 매장에 진열합니다.”

하지만, 연간 회전율 1회 제품도 그대로 전시라는, 효율을 철저하게 무시한 채 고객만을 생각하는, 무모하게만 보이는 비즈니스 모델은 사실은 ‘도큐핸즈에 가면 어떻게든 된다.’라는 종교에 가까운 고객 충성도와 재구매를 유도하는 고도의 마케팅 근간이었던 것이다. 그 어떤 마케팅 수단보다도 강력한 세뇌가 가능하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아무리 충성도와 재구매율이 높아도, ‘물리적으로 장소가 필요하면 비용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 질문에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꾸를 한다.

“대신 저희는 ‘세일’을 하지 않습니다. 늘 정가로 판매합니다.”

도큐핸즈는 세일을 하지 않는다. 1년에 한두 번 “핸즈 마세(hands masse)”라고 일부 품목에 대해 약간의 할인 행사를 할 뿐이다. 막대한 상품 구색으로 인한 세뇌 마케팅과 이로 인한 비용의 비효율성을 정가 판매를 통한 이익 확보로 보완해서 비즈니스 모델의 선순환으로 돈을 버는 선진국형 사업인 셈이다. 작금의 한국 온라인 쇼핑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별성 없는 쿠폰 남발이나 불필요한 최저가 경쟁, 투자를 통한 자금으로 비효율을 메꾸는 상황을 비추어보면 상당한 귀감이 된다.

고객을 위한 접객에는 극도의 효율과 전문성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이 100만 개나 되는 상품을 고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주고 소개할 것인가? 여기에는 역설적으로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시부야점의 플로어 가이드

시부야점의 플로어 가이드

고객이 원하는 크리에이티브에 가장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철저한 카테고리 분류를 통해 매장 구성을 하고 있다. 위의 이미지는 시부야점의 플로어 가이드인데, 적확한 고객의 니즈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상품의 대분류부터 명확한 표기와 정리가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그 플로어에 가면 대분류를 중심으로 중, 소, 세분류까지의 선반 표기가 있어서 쉽게 본인이 원하는 물건까지 접근이 쉽게 설계가 되어있다.

층간의 관계성에도 철저히 신경을 써서, 시부야점 같은 경우는 꼭대기 층에서부터 나선형으로 걸어 내려오면서 쇼핑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비탈길에 위치한 입지적 약점을 극복한 건축 설계의 승리라는 훈장도 덤으로 달았다.

플로어 가이드를 확인한 후 해당 플로어에 들어서게 되면 마치 소름 끼치도록 잘 정리된 선반들과 상품명, 가격표 등을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눈길이 가는 것은 벽면을 가득 메운 패널들이다.

도큐핸즈 패널

도큐핸즈 패널

벽면 공간을 이용해 제품의 이해를 돕는 디스플레이 패널은 진열대에 그저 놓여있으면 평범했을 제품들이 관련된 정보와 함께 디스플레이 패널에 올라가게 되면서, 고객의 입장에서는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관계 카테고리에 다른 제품들에 대한 정보도 얻게 된다. 또한, 조금 더 자기가 원하는 제품을 적확하게 찾을 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더러, 제품에 대한 방계 지식이 높아지며 향후 관련된 제품이 추가로 필요하게 되었을 때 “아, 도큐핸즈에서 봤었는데…”라는 연상작용도 할 수 있게 되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재방문율을 높이는 데에도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이는 사람을 통한 대면 접객 이상으로 고객에게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이 될뿐더러 “기능적 미(美)의 추구”라는 도큐핸즈의 인테리어 컨셉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매장 전체가 잘 정리된 실험실 같다는 이미지를 전달한다.

도큐핸즈 힌트 파일

도큐핸즈 힌트 파일

도큐핸즈에는 이런 것들 이외에도 대면 접객이 아닌 간접 접객 수단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힌트 파일(Hint File)”이라는 것인데 힌트 파일에는 일상생활 여러 장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DIY 팁들이 내용별로 하나씩 적혀 있다. 이 힌트 파일은 무료로 고객이 가져갈 수 있는데, 힌트 파일을 모아서 책처럼 만들 수 있는 전용 바인더를 판매할 정도로 내용이 충실해서 폭넓은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사입 판매원 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도큐핸즈 접객의 백미가 있으니, 바로 “사입 판매원(仕入れ販売員)”이다.

핸즈 매장에 가보면 로고가 적힌 앞치마를 두르고 볼펜 같은 걸 잔뜩 꼽고 다니는 이른바 “점원”들이 있는데 이들은 단순히 판매하는 아르바이트 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그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프로들이며, 매장의 제품을 사들이는(사입하는) MD이자 바이어(buyer)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자신들이 맡은 분야의 경험이 풍부한 프로들임에도 불구하고 고객들과 상담을 할 때는 철저하게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고객: 제가 이번에 원목으로 된 테이블 천판을 하나 얻었는데 니스칠만 하면 너무 번쩍거리고 좀 촌스러워서 어떻게 하면 될까요?

도큐핸즈 판매원: (‘아… 그럼 무광 니스 바르시면 돼요.’ 휙. 썰렁… 이런 게 아니라) 혹시 색상을 입히시려면 스테인을 칠하시고, 혹시 아이가 있으신가요? 제가 칠해보니 아이가 테이블을 입에 자꾸 대서 혹시 도료가 입에 들어가서 안 좋을까 걱정이 많이 되더라고요. 이 천연 페인트는 실제 입에 넣어도 전혀 유해하지 않은 성분으로 만들어져 있으니 한번 사용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테이블 천판 크기가 어느 정도 되나요? 시간을 절약하시려면 붓보다는 이 롤러를 쓰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

철저하게 고객 시선이다.

난 전문가니까, ‘이거 쓰시면 됩니다. 쓰실 때는 배합비(칵테일도 아니고)가 이 정도이고요, 붓은 5호 정도 쓰시면(5호가 뭥미?) 어쩌고저쩌고…’가 아니라, ‘저도 써보니까 이게 좋더라고요.’라며 같은 소비자 관점에서 컨설팅을 하니, 듣는 사람은 친근감을 더 느끼고 점점 질문을 더 많이 하고 싶어진다. 판매원과 고객 간의 벽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이건 앞서 썼던 사토 카메라의 사례와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도큐핸즈에 가면 어떻게든 된다.’라고 하는, 막대한 상품 구색을 통한 신뢰감에 전문가지만 철저히 고객 시선에 맞춰서 안내하는 사입 판매원들이 더해져서, 다른 회사들은 흉내 낼 엄두도 못 내는 서비스의 질을 갖추게 된 것이다.

결국은 기승전사람이다. 그리고 “접객”이다.

선진국에는 다 있는 홈센터가 한국에 아직 없다는 건, 혹시 휴머니즘을 구호로만 외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일까? 모두의 휴머니즘이 매몰되어 가고 있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떠들썩한 4차 산업혁명만큼 우리의 “손(手)”과 사람에 의한 “접객(接客)”을 더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 당신이 소박한 꿈을 꾼다. 당신이 상상했던 모든 것을 최대한 그 상상에 가깝게 만들게 도와주는 친근한 전문가들이 있다. 도큐핸즈다.

다음은 도큐핸즈 40주년 기념 광고다.

“학교에 태양계를 만들고 싶어요.”
“뛰어들면 위험해요. 간판을 만들려고요.”
“할로윈을 더욱더 신나게 만들고 싶어요.”

도큐핸즈의 손을 빌려드립니다.

이 콘텐츠는 2017년 10월 북저널리즘 시리즈 [접객(최한우 저)]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1. 미국의 홈디포(Home Depot), 일본의 비바 홈(Viva Home) 같은.

from 슬로우뉴스 http://slownews.kr/6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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