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기본료 폐지를 둘러싼 동상이몽 by 수다피플

요즘 이동통신업계에는 전운이 감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통신 기본료 폐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른 단말기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 단말기 가격 분리 공시제 등 8대 통신 공약을 내세우며,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힌 까닭이다.

이 중 가장 뜨거운 감자는 통신 기본료 폐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 달에 1만1천원씩 내는 기본료를 완전히 폐지해 기업에 들어가는 돈을 어르신과 사회 취약계층에 다시 돌려준다는 입장을 대선후보 시절 내세웠다.

이동통신업체 시선은 자연스레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를 향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우상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시작으로 공약 이행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안을 보면, 이 공약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아주 높다.

기본료 폐지로 가닥 잡은 국회, 난색 표하는 이동통신사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은 매년 반복됐다. 이동통신업체는 이명박 정권 이후 매번 가계통신비 인하 요구 독촉을 받았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가계통신비를 20% 인하를, 박 전 대통령은 반값 통신비를 공약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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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 계류 중인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내용을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모두 기본료 폐지를 발의했다. 단순 통신료 인하를 추진한 앞선 정권 움직임에서 한발 더 나아가 통신 기본료 폐지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내용에 따르면, 이동통신사업자는 미래부 산하에 있는 이용약관심의위원회 결과에 따라야 한다. 이 발의안은 미래부 산하에 이용약관심의위원회를 두고 요금에 기본료를 포함할 수 없도록 한다. 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이동통신사의 약관이 이용자에 지나치게 불리하게 만들어졌다면, 미래부 장관이 이용약관 변경을 명할 수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내용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내용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이보다 한층 더 강력하다. 기본료를 단순 폐지할 경우 이동통신사업자에게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전기통신설비 설치비용의 회수가 완료된 시점부터 요금에 반영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배덕광 자유한국당 의원은 오세정 의원이 발의한 내용과 흐름을 같이 한다. 배 의원은 고도화된 이동통신망의 구축이 오래전에 완료된 것을 지적하며, 이동통신사업자가 전기통신서비스 이용량에 비례하지 않는 기본료를 이용자로부터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최근 3년 이내 대규모 신규설비 투자가 이뤄진 경우에만 기본료 부과를 허용하는 방안을 대표 발의했다.

배덕광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배덕광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사실상 어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이동통신사업자에겐 쉽지 않은 문제다. 이동통신사업자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국회, 시민단체는 통신 기본료 정의부터 1만1천원 인하 현실성, 통신 서비스가 어떤 성격을 지녔냐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을 내세우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쟁점1. 통신 기본료는 무엇을 포함하는가

이동통신사업자 : 이동통신 요금구조는 가입비, 기본료, 정액요금 등 고정수익과 이용자의 사용량에 따른 통화료(음성, 데이터), 기타(부가서비스 등)로 이뤄져 있다. 통신서비스 초기 통신요금은 고정비를 회수하는 기본료와 사용량에 기반을 둔 통화료가 기본구조인 표준요금제였다. 지금은 다양해진 서비스와 이용자 사용패턴을 고려해 선불, 표준, 통합요금제 등 다양한 요금상품을 운영 중이다.

참여연대 : 기본료는 통신망 설치를 위한 비용이고, 통화료는 소비자가 사용한 통신량에 비례해 지출하는 비용이다. 즉, 이용자가 언제든지 이동전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일반 관리비, 판매 및 영업비용, 일반지원자산의 감가상각비, 연구개발 관련 비용을 모두 포함한다. 통신 기본료는 이런 고정비용을 말하며, 2G와 3G 요금뿐 아니라 데이터 중심요금제 같은 정액요금제(통합요금제)에도 기본료가 엄연히 존재한다.

통신 기본료 폐지가 쉽지 않은 이유는 우선 이동통신사업자와 국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간 기본료를 정의하는 개념부터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10월 우상호 국회의원과 함께 기본료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이동통신사업자는 이동통신 요금 구조가 통화료만 있는 균등요금제에서 기본료와 통화료가 있는 2부 요금제, 월정액으로 기본으로 제공하는 음성, 데이터, 문자와 통화료가 있는 통합요금제(3부 요금제)로 바뀐 만큼 스마트폰 도입 이후 기본료와 통화료 구분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통합요금제에서는 요금고지서에서 기본료 항목이 찾을 수 없다.

이동통신사가 정의하는 이동통신 요금 구조

이동통신사가 정의하는 이동통신 요금 구조

참여연대 측은 단순히 고지서에서 단독 표기가 이뤄지지 않을 뿐, 기본료가 존재하는 건 아니라고 반박한다. 국책 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2012년 1월 발행한 ‘정액 요금제 확산이 이용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근거로 들었다. 이 보고서에 적힌 “현재 스마트폰 요금제와 같이 기본요금, 종량요금 외에도 초기 할당 이용량으로 구성되는 3부 가격제로 요금을 구성하게 되면”이라는 부분을 들어 통합요금제에도 기본료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국회의원과 참여연대 측이 생각하는 이동통신 요금 구조

우상호 국회의원과 참여연대 측이 생각하는 이동통신 요금 구조

기본료 폐지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측은 국내 최초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한 기업이 공기업인 한국이동통신이었던만큼, 현재 민영회사인 이동통신사업체가 기본료를 징수할 이유가 더는 없다고 본다. 과거엔 공기업이 추진한 만큼 공공요금 개념인 기본료가 도입되었지만 더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스마트폰 도입 이후에는 기본료와 통화료 구분이 없는 ‘통합요금제’가 일반화돼 있기 때문에 통신서비스 초기의 기본료 개념은 무의미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이미 기본료와 통화료 등의 구분은 과거 요금 체계 잔재로 명목상 구분항목에 불과하므로, 기본료 개념은 더는 유효하지 않은 용어라고 주장한다.

쟁점2. 1만1천원 인하,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이동통신사업자 : 현실적으로 기본료 1만1천원을 완전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통신요금 수준을 나타내는 통신서비스비용은 꾸준히 내려가고 있는 점을 눈여겨 봐줬으면 좋겠다. 만약, 요금제 관계없이 월정액 1만1천원을 인하할 경우 정상적인 경영 자체가 어려워진다. 특히, 5G를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참여연대 : 기본료 폐지는 마케팅 비용과 배당금 축소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동통신 3사가 2016년 기준 지출한 마케팅 비용이 7조6187억원에 이른다. 연간 기본료 총액을 6조6천억원으로 추산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마케팅 비용만 줄여도 기본료 폐지는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다. 5G를 이유로 기본료 폐지 불가를 외치는 점도 아이러니인 게, 해가 갈수록 투자지출 금액은 줄어들고 있다. 기본료 폐지는 필요하다.

통신 기본료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다르다 보니, 기본료 1만1천원 인하에 대한 의견도 첨예하게 갈린다. 이동통신사업자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경영난을 이유로 인하 반대를, 국회와 참여연대 측은 물가 안정과 통신 3사 과점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인하가 필요하다고 외친다.

요금 인하를 둘러싼 반발은 거세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초기 투자비 회수 완료를 이유로 기본료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이동통신산업 투자와 통신요금 구조 전반 특성을 도외시한 정치적 논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동통신 요금은 사업자가 비용회수, 미래투자, 수익, 이용자의 수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즉, 설비 구축이 완료된 상황에서도 네트워크 운영비용, 일반자산운용비용,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용은 지속해서 발생하는 만큼, 단순히 망 설비 부분만 보고 기본료 1만1천원을 인하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동통신사업자는 데이터 사용량이 꾸준히 늘어나는 등 다른 요소도 충분히 고려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로 미래부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2년 가계통신서비스비용은 14만5400원, 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938MB에서, 2016년 12만4500원, 4356MB로 비용은 줄고 데이터 사용량은 급증했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통신요금은 매년 감소하지만, 소비자 통신이용량은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통신요금은 매년 감소하지만, 소비자 통신이용량은 늘어나고 있다

참여연대 측은 이동통신 3사의 배당금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투자지출 금액은 줄어든다는 점을 꼬집는다. 통신 3사는 2016년 배당금으로 8671억원을, 2017년엔 9843억원을 지급했다. 참여연대 측은 국내 통신 서비스 이용료에는 이런 거품이 끼어 있다고 맞선다. 이들이 기본료 폐지를 포함한 획기적인 통신비 인하를 거듭 외치는 이유다.

기본료 인하가 되더라도 통신사 이익이 반드시 줄어들지 않는다. 기본료 폐지를 하더라도 통신사의 이익은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료 인하가 되더라도 통신사 이익이 반드시 줄어들지 않는다. 기본료 폐지를 하더라도 통신사의 이익은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케이블 매설, 기지국 설치 등 기본적인 통신망 설비가 완료된 만큼 기본료 폐지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았다. 4G LTE에서 5G 통신으로 신규 망을 구축하는 것 역시, 기존에 설치를 완료한 통신망 업그레이드 수준으로 통신사 본연의 사업 운영으로 충당할 문제라고 강조한다.

쟁점3. 자율 경쟁 vs 공공재

이동통신사업자 : 가장 좋은 해결책은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전기나 도시가스 요금과 같은 공공요금과 달리 통신요금은 민간 통신사업자가 결정하는 부분이다. 정부가 이를 강제하는 것은 해외에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자율적인 경쟁을 통해 요금 규제 완화, 알뜰폰 사업자 자생력 화보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참여연대 : 이동통신 서비스 자체가 공공재 성격이 강한 서비스다.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5:3:2의 비율로 오랫동안 과점을 유지하고 있다. 유무선 결합상품까지 출시하면서 유선 시장까지 지배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 가정은 5만원에서 30만원까지 통신비를 부담한다. 2012년 우리가 청구한 통신요금 원가 공개 청구 소송 진행 과정에서 서울행정법원 판결문을 보면, 통신은 공공성이 높기 때문이 모든 고객이 공평하고 저렴하게 이용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통신 기본료 폐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입장도 제각각이다. 이동통신사업자는 법으로 요금을 강제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회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공공재로 취급한다. 민간사업이긴 하지만, 통신 서비스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측은 이동통신 시장이 과점으로 흘러가면서 민간사업자면서 공공재 혜택을 보고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이동통신사업자가 통신을 공공재로 인식한다면, 기본료를 인정하고 가격 통제를 받거나, 민간 사업자를 한다면 기본료를 폐지하고 경쟁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렇기에 기본료 폐지가 이뤄질 땐, 기존 통화와 데이터제공량은 그대로 유지된 채 요금 가격만 인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측은 설비투자에 든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차라리 5G 시대에 맞는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데이터 중심으로 변화된 통신 소비 행태를 반영해 새로운 가계 통신비 개념과 분류체계를 세울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끄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맞선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높은 스마트폰 요금제는 정부 공약과 반대로 가계통신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기본료를 폐지한다면 어떻게 폐지할 것인지, 가계통신비를 내린다면 어떻게, 얼마나 내릴지 아직 무엇하나 뚜렷하게 나온 해결책은 없다.

과거 유선전화 시절에는 기본료와 통화료 구분이 쉬웠다. 현재 이동통신요금은 회계적으로 비용 구분이 어렵다. 구체적인 항목이 사용자에게 드러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통신 기본료 1만1천원 인하가 현실화 된다 하더라도, 풍선효과에 의해 이동통신사가 다른 요금을 늘리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법으로 풀 것인가, 합의로 풀 것인가. 결론은 머지 않았다.

from Bloter.net http://www.bloter.net/archives/280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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