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서브프라임 사태 10주년 기념(?) – 2.RMBS와 CDO – 수다피플






지난글에서는 자산유동화라는 과정을 다루었다. 이 자산유동화 과정을 통해서 수많은 파생상품들이 만들어졌는데, 각 상품들의 가장 큰 차이는 원재료가 무엇이냐이다.


2008년도에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건 지적했다시피 서브프라임 모기지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아주 낮은 등급의 주택담보대출을 의미한다.


이 주택담보들은 자산유동화과정을 통해 금융시장으로 유통되었는데,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RMBS가 있다. ‘Residential Mortgage Backed Security’의 줄임말로, 쉽게 말해 거주용 주택담보대출(Residential Mortgage)을 묶은 금융상품 (Backed Security)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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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대부분의 모기지는, 공기업인 Fannie Mae가 나서서 구입해준다. 미국에서는 자국민이 낮은 금리로 주택구입자금을 빌리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Fannie Mae를 세웠고, Fannie Mae를 통해 아래와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모기지를 구입해 왔다.

  1. 30년 만기 고정금리일 것 (굉장히 중요한 조건이다. 이 조건덕분에, 미국인들은 집 구입 시 장기간 동안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금리가 내려갈 경우 기존 대출을 없애고 더 낮은 금리로 다시 빌리는 재상환도 보장되어 있다).


  2. 집 값의 20%를 계약금으로 낼 것


  3. 일정 소득 이상일 것 (이자, 원금 등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소득).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모기지를 프라임 모기지라고하는데 (실제로는 훨씬 더 복잡한 조건들이 있다), 시장에서 다수를 차지한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모기지는 Fannie Mae가 안 사가기 때문에, 은행들은 돈이 묶이지 않기위해 규격화된 대출을 해 오고 있다.


이 모기지들을 사 간 Fannie Mae는 모기지의 만기까지 보유하는 게 아니라 (아무리 공기업이라지만,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모기지를 사서 보유하긴 불가능함으로), 비슷한 것들끼리 묶어서 자산유동화 과정을 거쳐서 다시 시장에다가 내다 판다. 이렇게 공기업이 묶어서 발행한 자상유동화 상품은 보통 Agency CMO(Collateralized Mortgage Obligation)란 이름을 붙혀서 시장에 유통된다. 공기업이 직접 심사를 해서 만든 데다가, 파산이 발생하면 미국정부가 이 부분에 대한 손실을 메꿔주니, 이 상품들은 매우 안전한 축에 속한다.


(정확히 말하면, 상위 트렌치들만 파산으로부터 보호해 주었다. 일부 하위 트렌치는 파산의 위협에 노출되기도 하니, 계약서를 잘 살펴보아야한다. 하지만, 이 상품들은 대체로 괜찮은 모기지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만큼 안전하게 설계 되었고, 그 대신 이자 수익률도 낮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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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공기업인 Fannie Mae에게 매입을 거절당한 모기지들이다. Fannie가 정한 가이드라인을 벗어나서 설계 되었기 때문인데, 원래 의도(원래는 부유층이 저택을 짓기 위한 자금 등이 포함 되었다)야 어쨌든 간에 2007년도를 기점으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대표적이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란, 프라임보다 아랫등급의 신용등급을 가진 모기지란 뜻이다. 즉, 부채가 아주 많거나 소득이 매우 적은사람들에게 빌려준 주택담보대출인데, 파산확률이 높은 반면, 높은 이자를 쳐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제한적으로 빌려준 대출이다. 특히 2000년대 중반 미국 부동산경기가 호황을 맞으면서, 집값이 쑥쑥 올랐기에, 아주 나쁜 신용등급의 서브프라임모기지라고 해도, 파산하는 일이 매우 드물었다.


부동산 호황기에 서브프라임모기지는, 액면 (신용등급)으로 보기엔 위험하지만, 실제 파산은 매우 적은, 리스크 대비 수익율이 뛰어난 금융상품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결국 돈 냄새를 맡은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은 앞다투어 이 서브프라임모기지들을 수집했고, 이들을  자산유동화하여 RMBS라는 금융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유통시켰다. 보통 공기업이 만드는 CMO와는 별도의 명칭을 가지고, RMBS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시장에 널리 유통시켰다.


참고로, 이 사태로 망한 리만브라더스나 베어스턴스가 만든 RMBS는 아직도 유령처럼 시장에 돌아다닌다. 대체로 2004, 2005년에 만든 RMBS들은 그럭저럭 원래 계획의도대로 굴러가는 반면에, 2006, 2007년도에 만들어진 RMBS들은 끔찍한 실적을 보여준다. 이에대해 내 나름대로 내린 가설은, RMBS를 설계한 월스트리트 담당자들이 절대로 멍청해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꽤 정교한모델로 이 상품들은 설계 되었고, 실제로 초기 만들어진 상품들은 괜찮았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탐욕과 실적압박이 더해졌고, 괜찮은 모기지들이 완판되자, 점점 주택구입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당초 의도와는 점점 벗어나게 됐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한 줄로 정리하면, ‘원래 Fannie Mae에서 괜찮은 모기지를 모아다가 Agency CMO를 찍어내 왔는데, 여기 못 들어가는 서브프라임 등급의 모기지들을 모아다가 투자은행들이 RMBS를 만들어 유통시켰다’가 되겠다.


이 정도만 해도,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한테 설명하려면, 설명하는 사람도 괴롭고 읽는 사람은 더 괴로울 정도로 복잡한 이야기인데, 월스트리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어진 금융상품이 바로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즉 CDO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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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O는 Debt가 자산유동화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금융상품이다. Debt는 한국어로 번역하면 부채이다. 부채에는 기본적으로 채권과 대출이 있다. 그러니까 원래 CDO는 기업들이 빌린 대출이나 채권들을 묶어다가 자산유동화과정을 거쳐 만든 금융상품이다.


지금이야 CDO가 금융위기에 원흉으로 찍혀서 신나게 까이고있지만, 원래 의도는 신용도가 별로 좋지 않은 중견기업들에게 돈을 쉽게 빌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다.


디즈니 정도 되는 대기업들이야, 저금리로 100년짜리 장기 채권을 찍어내기도하지만, 그 축에 못 끼는 중견기업은 미국에서도 돈 빌리기가 까다롭다. 당장 일정 신용등급 이하(무디스기준 Baa3, S&P기준 BBB-)의 기업은 채권을 발행해도, 많은 기관투자자는 구입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문제는, 후술할 CLO시장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여기선 CDO가 원래는 기업대출을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정도만 기억하고 넘어가자.


좋은 취지에서 출발했다고했지만, CDO시장은 부동산 호황을 겪으면서 급격하게 변질된다. 기존 기업대출에 더해서, 돈이 되겠다 싶은 상품들은 모조리 섞어서 자산유동화를 시킨 것인데, 그 중에는 문제의 RMBS도 포함된다. 이른바 ‘끔찍한 혼종’이 탄생한 거다.


CDO의 장부를 까보면 이게 왜 끔찍한 건지 이해할 수 있다. CDO의 기본이 되는 회사 대출은 물론, 위에서 언급한 CMO, RMBS 그리고 그외에 기타 파생상품 (신용카드 대출 묶음, 자동차 할부금 묶음, 비행기 리스 묶음 등등)이 한데 엉켜있다. 심지어, 다른 CDO의 트렌치 한 조각이 섞여 있기도 하다.


여기엔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하나는 너무 복잡한 자산들이 몰려있다 보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게 도저히 얼마 정도 되는지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당장 RMBS 하나만 해도, 이게 얼마가 적정가격인지 판단하기 어려운데, 이런게 자산유동화를 거쳐 다른자산과 함께 다발로 묶여 있으면, 자산가치를 평가하기란 매우 어렵다.


두번째 문제는 자기복제다. 모기지 하나를 가지고, CMO / RMBS를 만든 것도 모자라, 이걸 다시 재포장해서 CDO를 만들고, 또 CDO끼리 묶어서 CDO Squared를 만든셈이다. 기초가 되는 모기지 하나가 맛이 가면, 이걸 투자한 모든 상황이 동시에 빅엿을 먹는 상황이 연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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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사는 사람들은 누구고, 무슨생각으로 이걸 사갔을까?


가장 큰 손은 연금이나 보험사같은 기관투자자였다. 연금이나 보험회사에선 고객들이 낸 납입료를 수십년간 차곡차곡 모아서 일정한 수익을 내야만, 수십년이 지나서 고객들에게 연금과 보험료를 지불해 줄 수 있다. 남의 돈을 굴려서 수익을 내는 게 일인데, 오늘 다룬 RMBS나 CDO는 이들에게 채권처럼 안정적이고 쏠쏠한 이자소득을 지급해 왔다. 맛이 가기 전까진.


물론, 이들은 위에서 언급했던 대로, 일정 신용등급 이상의 상품에만 투자 할 수 있다. 그래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서브프라임모기지나, 회사채권에는 직접투자를 하지 못한다.


이들에게 투자기회를 열어준 게, 아이러니 하지만, 이들로부터 파생한 RMBS와 CDO이다. 이들은 자산유동화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지난 글에서 언급한 대로, 리스크 분산과 과담보화율이란 안전장치가 탑재되어 있다. 아무리 신용등급이 낮은 대출들이 모여있다 해도, 원금의 2~3배 정도가 담보로 설정되어 있다면, 최상위 트렌치는 최고 신용등급인 AAA등급을 받곤 한다.


이렇게 최상위인 A트렌치가 AAA등급을 받게되면, 기관투자자들은 안심하고 최상위 트렌치를 사갔고, 이들한테 받은 투자금으로 이 금융상품을 운용하는 헤지펀드매니저들은 시장에 가서 각종 파생상품을 사왔다. 헤지펀드 매니저 입장에서는, 최대한 높은 액수의 투자금을  최상위 트렌치로 만드는 게 유리했는데,


  1. 최상위 트렌치는 AAA등급을 받기 때문에, 기관투자자에게 판매하기가 용이하다.


  2. 최상위 트렌치는 가장 안전한 대신, 가장 적은 이자를 지급한다. 즉 가장 싸게 빌릴 수 있는 자금이다.


와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식하게 5천억짜리 CDO에서 4천억을 A트렌치로 만들 수는 없었는데, 이렇게 되면 과담보율이 매우 낮아지기 때문이다(5천억 / 4천억 = 125%). 이렇게 과담보율이 낮아지면, A트렌치가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없어 투자자들이 안 사가거나, 높은 이자를 달라고 요구할 위험이 생긴다.


그래서 이 헤지펀드 매니저는 여기서 머리를 한 번 더 굴린다. 어떻게 하면, 자산유동화 과정에서 더 높은 비율로 AAA등급의 A트렌치를 만들 수 있을까?


그 고민의 결과가 각종 스왑과같은 더 복잡한 금융 안전장치를 다는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문제가 됐던 건 CDS(Credit Default Swap)가 있는데, 쉽게 말해 보험을 드는 것이다. CDO차원에서 AIG같은 보험사에 평상시 보험료를 납입하다가, 투자한 회사가 부도가 나면 원금을 보전받는 것이다.


AIG는 경기가 좋을 때 파산이 거의 없어 보험료만 챙기고, 실제 지급액은 적어서 이러한 CDS 계약을 많이 맺었었는데, 경기가 나빠지자 지급액이 폭발적으로 증가, 파산직전까지 몰렸다가 미국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고 겨우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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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나중일이고, 이런 CDS같은 계약이 CDO에 추가될 때만 해도, 금융상품의 파산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혁신적인 금융기법으로 평가받았다. 여기에 더불어, 금리가 급등할 시를 대비한 Interest Swap, 환율변동을 의식한 Currency Swap 등 온갖 스왑계약같은 게 CDO에 더해졌다.


정리를 하자면, 모기지가 RMBS가 되고, RMBS와 온갖 부채가 묶여 CDO가 됐으며, 더 많은 금액의 트렌치를 더 좋은 신용등급을 받기위해 각종 스왑계약이 이들 CDO에 추가된다.


그리고, 이 CDO들은 이쁜 AAA등급의 포장된 트렌치로 잘려나가, 퇴직연금과 보험사들에게 널리 유통됐다. 그 복잡한 구조 안에 얼마나 많은 뇌관과 문제가 섞여있는지 아무도 모른 채로.





지난 기사


자산유동(securitization)이란



씻퐈


편집 : 꾸물

from 딴지일보 RSS http://www.ddanzi.com/18562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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