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찰] AI에 관한 고찰: 자연과 자본주의 – 수다피플

1. 조류독감(AI: Avian Influenza)이란 무엇인가? 

 

조류독감: 조류에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 Avian Influenza, 줄여서 AI라고 부른다.

 

모든 동물은 질병에 걸린다. 생로병사는 자연의 섭리이며, 동물이 질병에 걸려 죽는 것도 자연 현상의 일부이다. 그런데 좁은 축사에 밀집하여 사육되는 동물은 면역력이 약할 수 밖에 없다. 안 그래도 면역력이 약한 상황에서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질병은 순식간에 번진다.

 

육식의 반란-팝콘치킨의 고백.mp4_000166540.jpg

<이미지 출처: 다큐멘터리 『육식의 반란 3편: 팝콘치킨의 고백』 중 캡쳐>

 

야생 조류도 조류독감에 걸린다. 그러나 야생은 축사와 같이 밀집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조류독감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전염력은 높지 않다. 또한, 야생 조류는 좁은 축사에서 밀집하여 사육되는 가축보다 면역력이 높다. 수많은 동물들이 좁은 공간에 밀집함으로써 질병이 순식간에 퍼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상황이다. 좁은 축사에 가축을 밀집하여 기르는 이유는 경제성을 위해서이다. 더 간단하게 말하면 돈 벌기 위해서이다.

 

<AI의 확산원인: 농림축산식품부(2014)>

야생조류 축주/관계자 차량 가축이동 기타
28.3% 27.4% 26.9% 7.1% 10.3%

 

2000년대 초반 AI가 처음 화제가 되었을 때, 주요 감염원인은 철새의 분변이었다. 야생 철새 중 일부는 당연히 조류독감에 걸린다. 감염 조류의 분변이 축사에 낙하하면, 면역력이 낮은 가축 사이에 순식간에 질병이 번진다. 그러나 AI가 자주 발생하고 토착화되면서, 주요 감염원인은 축주/관계자, 차량 등 인간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AI사태의 근본 원인은 AI라는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이 순식간에 퍼질 수 밖에 없도록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사육 환경이다. AI가 한국만 겪고 있는 고유한 문제는 아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그 양태가 다른 나라보다 심각하게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2. 1 1닭이 가능한 이유우리가 먹고 있는 치킨은 닭보다는 병아리에 가깝다.

1인 1닭이 가능한지, 먹성에 관한 농담스러운 논쟁이 있다. 1인 1닭이 가능한 이유는, 한국의 축사에서 출하되는 닭의 사이즈가 작기 때문이다.

 

<육계(肉鷄) 출하 시 평균 체중 및 사육일수(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한국 중국 미국 브라질 네덜란드
체중 1.5kg 2.6kg 2.4kg 2.2kg 2.6kg
사육일수 35days 55days 46days 45days 45days

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자연 상태에서 닭이 성체까지 성장하기까지 기간은 약 6개월이며, 기대수명은 약 7~20년 정도이다.

 

아무리 먹성이 좋아도 2.6kg짜리 닭을 혼자 먹기는 쉽지 않다. (가능한 개인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보편적인 인간을 기준으로 생각해보자.) 한국 닭은 왜 이리 작을까? 좁은 사육장에서 밀집해서 사육하는 병아리들은 면역력이 낮아서 완전한 성체가 될 때까지 살지 못한다. 한국 이외의 육계 생산국이라고 하여 밀집사육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육장의 면적, 통풍 등의 위생관리 측면에서 한국보다는 상황이 낫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40일 이상 키울 수 있다.

밀집사육장에서는 한 마리가 질병에 걸리면, 순식간에 모든 개체가 폐사한다. 육계의 출하 타이밍은 집단 폐사의 타이밍보다 빨라야만 하며, 그렇지 않으면 이윤을 남길 수 없다. 한국에서 출하되는 닭은 정확히 말하면 닭과 병아리의 중간 단계이다. 중병아리를 치킨으로 만들어서 팔기 때문에 1인 1닭이 가능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뭘 하고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사육되는 가축을 위해 존재하는 부서가 아니라, 가축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농민을 위하는 부서이다.

 

 

3. 친환경농산물? 친인간농산물!

농경과 목축은 자연친화적인 산업이라는 막연한 이미지가 존재한다.

 

아름다운 자연 가축 사진.jpg

 

수렵 사회 시절의 인류는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생태계의 구성원으로서 생태계의 기능을 유지해 주는 하나의 생물종에 불과했다. 농경 사회에 들어오면서 인류는 자연을 이용하여 농사를 짓고 집단생활을 시작하였다. 이 때는 거의 모든 생산적 기반을 자연자원인 토지와 삼림에 의존하였다.

사실 농경은 엄청난 자연 파괴 행위이다. 좁은 면적에 수확량이 많은 작물이 집중적으로 생산되는 논이나 밭은 자연 생태에서 존재할 수 없으며, 농경지는 자연 상태인 숲을 파괴해야만 확보할 수 있다. 농경지를 확보하기 위해 산이나 숲을 불태우고 그 자리에 농사를 짓는 화전(火田)은 인류가 고전적으로 써왔던 농경지 확보 방법 중 하나이다. 농경 자체가 자연 파괴 행위인데, 이를 통해 생산된 농산물이 친환경적일 수가 있는가?

 

농산물을 소비하는 인간의 니즈에 맞추어 재배 과정에서 화학물 사용을 최소화하였다는 의미에서 보면, ‘친환경농산물’이 아니라 ‘친인간농산물’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타잔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호모사피엔스로 태어난 이상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자연을 파괴하고 착취해서 이윤을 취하고 문명을 건설하는 것은 호모사피엔스의 숙명이다. 다만, 친환경농산물을 먹으면 자연이 보호될 것만 같은 느낌적 느낌은 거짓임을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4. 육식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볼 때, 육식은 채식보다 지구환경을 훨씬 더 많이 파괴한다.

에너지 순환도.jpg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인간이 먹을 수 없는 태양열 에너지를 먹을 수 있는 화합물 형태로 바꾼다. 동물은 식물을 먹고 자란다. 동물이 생존 활동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는 과정에서 식물성 식량이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에너지는 소모되며, 결과적으로 식물성 식량보다 훨씬 적은 양의 동물성 식량만을 얻을 수 있다.

사육 환경이나 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00kg의 사료를 소모했을 때, 약 4.6kg의 소고기를 얻을 수 있고, 약 12kg의 돼지고기를 얻을 수 있으며, 약 17kg의 닭고기를 얻을 수 있다. 가축을 사육할 때 사용되는 사료의 대부분은 옥수수이며, 옥수수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자연 상태의 숲을 파괴하여 농경지를 만들어야 한다.

 

(무게만을 기준으로 단순 비교한다면) 인간이 옥수수를 직접 식량으로 사용할 때에 비해, 옥수수를 먹고 자란 소고기를 식량으로 사용할 때 약 21.7배의 옥수수가 필요하다.

 

 

5. 지질 시대의 구분: 인류세의 등장

지질시대는 지구가 생긴 이후부터 지구의 역사를 나타내는 지질학적 구분 개념이다. 주류 학설에 따르면, 현재는 신생대 제4기 홀로세에 속한다.

지질시대의 구분-대교학습백과.jpg

<출처: 대교학습백과>

 

‘인류세’는 인류가 지구 환경 변화에 미친 막대한 영향을 고려할 때, 신생대 제4기 홀로세와 ‘인류세’를 따로 구분해야 한다는 학설이다. 현재로서 주류 학설은 아니지만 인류세는 점차 힘을 얻고 있으며, 주요한 주장은 다음과 같다.

 

– 무분별한 동물 남획, 서식지의 파괴,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멸종을 ‘인류세 대멸종’으로 정의해야 한다.

– 20세기 표준화석은 플라스틱 쓰레기이다. 생존기간이 짧고, 분포면적이 넓고, 개체수가 많아서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종의 화석을 표준화석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고생대의 표준화석은 삼엽충이다. 지각변동으로 발견된 지층에서 삼엽충이 발굴되었다면, 그 지층은 고생대에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새로 발견된 지층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굴되었다면, 그 지층은 인류세에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질시대를 이름 짓는 특징을 ‘인류’로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될 만큼, 인류는 지구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6. 잔혹한 자연 파괴: 동물쇼의 뒷면

동물쇼는 해맑고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가? 투견이나 투우는 잔인하지만, 호랑이가 점프해서 불타는 링을 통과하고, 곰이 훌라후프 돌리는 것은 해맑고 순수하게 보이는가? 참으로 인간다운 인간을 위한 생각이다. 어느 쪽이나 잔혹 행위인 것은 마찬가지다.

 

동물쇼, '오락'이 아닌 '학대'입니다. - YouTube (720p)-vert.jpg

<영상출처: 동물보호단체 『PeTA』> 

<영상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0ViFU0mu0w8>

 

<범고래 틸리쿰(Tilikum) 이야기>

 

– 1983년 2살의 어린 수컷이었던 틸리쿰은 아이슬란드 동부 해안에서 포획되었다. 유년기에 틸리쿰은 다른 범고래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훈련 과정에서 틸리쿰의 잘못으로 먹이는 받지 못하는 벌을 받게 되자, 동료 범고래들이 틸리쿰을 왕따시킨 것이다.

– 1991년 10살이 된 틸리쿰은 캐나다 시랜드에서 쇼 도중 실수로 수조에 빠진 조련사의 발을 잡아 물 속으로 끌고 들어가 질식사 시켰다.

– 1999년 플로리다 올랜드 시월드에서 야간에 수조에 몰래 들어온 관람객을 질식사 시키고 시신을 훼손시켰다. CCTV나 목격자와 같은 확실한 물증은 없지만, 정황상 틸리쿰의 의도적 살해가 확실하다. 관람객은 동물쇼를 보여준 범고래가 행복할 것이라는 영화적 상상력으로 교감을 나누고 싶었을지도 모르지만, 틸리쿰은 행복하지 않았다.

– 2010년 16년간 함께한 조련사를 공격해 숨지게 했다. 틸리쿰은 묘기를 선보인 후 먹이를 받아 먹기 위해 조련사에게 갔지만, 조련사는 먹이를 주지 않았고 이에 틸리쿰은 화가 나고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정황상 추정된다.

 – 2017년 1월 6일, 틸리쿰은 36살의 나이에 플로리다 올랜드 시월드에서 박테리아성 폐렴으로 사망한다. 틸리쿰의 죽음 이후, 동물보호단체들은 그를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그가 비로소 죽음으로 자유를 찾았다고 말했다.

 

동물쇼에 동원되는 범고래와 돌고래들은 평생을 좁은 수조에 갇혀서 보낸다. 동물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손바닥만한 고시원에 평생을 갇혀 산다고 상상해보라. 과연 그 인간이 정상적인 멘탈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인간은 먹기 위해 가축을 사육한다. 인간도 생물인 이상 먹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그러나 다른 종에 대한 가혹행위를 보면서 동심을 찾고 박수를 치는 것은 생존에 필요한 행위가 아니다.

 

 

7. 자연과 자본주의

수렵 사회에서 농경 사회로 들어오면서부터 자연 파괴는 호모사피엔스의 숙명이자 인간 문명의 본질적 특징이 되었다. 자본주의 시대 이전에도 인류는 자연을 파괴해 왔으나, 자본주의는 파괴의 양상을 더욱 끔찍하게 만드는 가속 페달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 자본주의를 포기한다고 한들 수렵 사회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인류가 자연 파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자연 파괴이며 잔인한 일인지 실상의 끔찍함을 알고, 자연 파괴의 속도를 늦추고, 동물권(동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밖에 없다.

인간이 자연을 이용할 때, 자연에게 돈을 지불하지는 않는다. 만일 자연을 이용하고 돈을 지불했다면, 그것은 자연을 배타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가진 인간에게 지불한 것이지, 자연 자체에게 지불한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자연은 공짜이기 때문에 더 많이 이용하고 착취하고 파괴할수록 많은 이득을 거둘 수 있다.

어차피 잡아 먹을 닭이지만, 살아 있는 동안 최소한 생물로서 존중은 필요하지 않을까? 사람도 챙기기 바쁜데, 동물권까지 생각할 여유가 어디 있냐고 반론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동물권을 챙기지 않는 사회가 사람의 인권이라고 잘 챙길 리는 없다. 사람의 인권도 여유가 있어서 챙기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만들어서 챙겨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생물에 대한 존중과 다른 인간에 대한 존중은 본질적으로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다.

 

Naiveself

블로그: talesfactory.imweb.me

from 딴지일보 RSS http://www.ddanzi.com/187168132

Advertisements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