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면 멈출 수 없는 마성의 수입과자 3인방 by 수다피플

인류는 기원전 5,000년 경부터 과자를 먹었다고 하는데, 초기에는 빵과 과자 사이의 차이가 불분명했다. 중세에 이르러서야 ‘주식’인 빵과 ‘간식’인 과자의 구분이 명확해졌고, 현대적 의미의 과자가 본격적으로 출현한 시기도 이 무렵이다.

 

요즘 우리가 흔히 먹는 과자도 이렇게 빵과 분리되며 다채롭게 발달한 서양식 과자가 대부분이고,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에게는 어떻게 보면 서양인들보다 더 확실하게 구분되는 말 그대로의 ‘간식’인 셈이다.

 

빵이 곧 밥인 서양사람이라면 선사시대처럼 빵 같은 과자, 과자 같은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게 별문제 없겠지만, 한국 사람이 밥은 안 먹고 맨날 과자만 먹으면 몸에 탈이 나기 쉽다. 그런데도 한번 손대면 도저히 멈출 수가 없는 마성의 과자들이 있으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마치 악마를 탐구하듯 이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1. 페레로 하누타 헤이즐넛

독일에서 수입된 하누타는 초코볼 ‘페레로 로쉐’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페레로社에서 만든 와플형 과자다. 그 유명한 ‘악마의 잼’ 누텔라가 와플 두 장 사이에 듬뿍 발려 있는데(페레로 로쉐 안을 채우고 있는 것도 누텔라다), 이 과자의 파괴력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누텔라의 영웅담(?)을 좀 알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제과업체 페레로(회장은 이건희보다 재산이 많다)의 대표상품인 누텔라는 중독성 강한 헤이즐넛 스프레드로서, 지구상에서 가장 살찌기 쉬운 음식 중 하나로 손꼽힌다. 예를 들면 프랑스 노천카페에서 판매하는 ‘누텔라 크레페’는 200kcal가 넘는데, 그 절반 이상은 ‘지방’이라고 한다.

 

누텔라를 제조하는 데 들어가는 재료 중 절반 정도가 설탕인 걸로 알려져 있으며, 그다음으로 많이 들어가는 게 ‘팜유’다. 가장 저렴한 식물성 기름인 팜유는 2016년 5월 유럽식품안전청(EFSA)이 암 유발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이렇듯 ‘공포의 백색 가루’ 설탕과 ‘발암 성분’ 팜유가 주재료인데도 불구하고, 누텔라는 매년 2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전 세계인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2017년 5월 31일, 페레로는 미국 시카고에 ‘누텔라 카페’ 1호점을 오픈한다. 안 그래도 전 세계의 수많은 카페가 누텔라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젠 공식적으로 첫 번째 ‘누텔라 월드’가 열리는 셈이다. “누텔라를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 본 사람은 없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하누타를 뜯어보자. 220g 한 상자 10개들이 개별포장이며, 너무나 독일다운 실용적이고 정직한 패키지다(질소 따위는 없다).

 

금박 포장을 벗기면 바삭한 와플 사이에 누텔라(+헤이즐넛)가 흘러넘칠 만큼 아낌없이 발려 있는데, 특히 유념할 점은 껍질을 제거한 다음에는 쉽게 눅눅해지므로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먹는 게 좋다는 것이다.

 

 

와플과 헤이즐넛의 도움으로, 누텔라만 먹을 때보다 니글거림이 훨씬 적고 죄책감도 덜하다. 그래서 한번 먹기 시작하면 3~4개 정도는 금방 먹게 된다. 특히, 갑작스럽게 단 걸 먹고 싶을 때 하누타가 사정거리에 있다면 6~7개도 게눈 감추듯 사라진다.

 

한마디로 페레로 하누타는 누텔라 맛으로 먹는 과자다. 출출한 밤, 누텔라 통을 끌어안고 밥숟가락으로 퍼먹어 본 사람들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거다. 하누타에서 와플은 누텔라를 편하게 먹기 위한 조력자에 가깝다.

 

아마도 유전자변형재료가 들어간 걸로 보이는(그래도 방부제는 들어있지 않다) 하누타 220g 한 상자는 흰 쌀밥 4그릇(840g)과 맞먹는 어마어마한 칼로리 폭탄(1,190kcal)을 선사한다. 가히 다이어트 파괴자라 부를 만한데, 참고로 이와 중량이 비슷한 맥도날드 빅맥 1개(213g)가 512kcal다.

 

 

정신없이 하누타를 까먹은 양심의 가책을 조금이라도 상쇄시키기 위해서, 귀리로 만든 식물성 건강음료 ‘오틀리’를 함께 마시자. 스웨덴에서 자국의 깨끗한 귀리로 만든 우유 대체 음료 오틀리는 ‘세계 10대 수퍼푸드’ 중 하나인 귀리가 90% 이상 함유되어 있으며(그래서 곡물을 갈아 먹는 맛이다), 식물성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칼슘과 비타민도 함유되어 있다.

 

원래 독일에서는 아이들이 하누타를 우유와 함께 먹는다는데, (술을 더 오래 그리고 더 많이 마시기 위해 운동하는 사람이 있듯이) 우리는 누텔라를 좀 더 즐겁게 먹기 위해서 오틀리가 필요하다.

 

 

2. 미주라 토스트 비스킷

세상에는 악마도 있지만, 천사도 있다. 미주라 토스트는 ‘다이어터들의 인생 과자’ 또는 ‘다이어트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린다. 통밀가루 98.4%의 이 식빵 모양 비스킷은 과일, 샐러드, 잼 등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이 가능한 이탈리아의 건강 간식이다.

 

1977년부터 웰빙간식을 팔았다는 미주라 社는 유전자변형재료를 쓰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사용하며 제품에 별다른 첨가물도 거의 없다. 2009년에 생산을 시작한 이 통밀 러스크(식빵을 구워낸 과자)는 요거트나 치즈 등과도 잘 어울리는 과자인데, 국내 수입사는 특히 꿀을 추천하고 있다.

 

미주라 토스트 320g(1,070kcal) 한 상자는 부피도 상당하고 꽤 많은 양(총 40개)을 자랑하는데, 10개를 먹어도 밥 한 공기(300kcal)보다 칼로리가 적다. 섬유질이 풍부한 일종의 빵 형태 과자여서 포만감이 높으므로 체중 조절 중에 한 끼 정도는 식사 대용으로도 괜찮을 듯하다.

 

 

겉포장을 벗겨내면 흰색 각목처럼 보이는 두 개의 길쭉한 직육면체가 드러나고, 한 줄에 20개씩 담겨 있다. 미주라는 정말 필수적인 최소한의 포장만을 하고 있으며, 역시 질소가 들어갈 틈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 미주라 토스트만 먹으면 퍼석퍼석하고 좀 심심한 감이 있지만, 우리가 평소에 식빵 먹는 방법들을 이 과자에도 대부분 다 적용할 수 있고 ‘치즈 퐁듀’에 찍어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달걀과 몇 가지 채소, 적당한 소스만 있으면 생각보다 훨씬 더 그럴싸한 요리가 될 수 있겠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토스트 비스킷은 커피와 잘 어울릴 텐데, 이번에는 좀 색다르게 이탈리아에서 커피 대용으로 흔히 마시는 ‘오르조’와 함께 먹었다. 오르조는 이탈리아어로 ‘보리’라는 뜻이고, 100% 보리차이기 때문에 카페인이 없고 구수한 맛이 난다. 커피 향과 굉장히 흡사하며, 어린아이들과 같이 마시기에도 참 좋다.

 

미주라 토스트에는 오렌지 마멀레이드를 발라서 상큼함을 더했고, 오르조 한 모금은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이 정도면 이탈리아 현지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모습과도 별 차이가 없지 않을까 싶다.

 

 

3. 캐롤 누가 크래커

대만 카스테라가 여행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다가 국내에 프랜차이즈가 생긴 것처럼, 캐롤 누가 크래커 역시 대만 여행객들의 필수품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도 수입되기 시작했단다. 이 과자는 크래커 사이에 ‘누가(한국의 엿과 비슷한 쫀득하고 달달한 비결정체 캔디)’가 들어있는데, 마치 믹스너트처럼 겉에 소금(+건조된 파)이 시즈닝되어 있어서 야채크래커(짠맛)와 하얀 누가(단맛)의 절묘한 단짠 조화를 보여준다.

 

그래서 지나치게 달거나 극단적으로 심심한 앞의 두 과자에 비해 캐롤 누가가 맛의 균형은 제일 좋다. 적당히 바삭한 크래커와 약간 찐득한 누가가 잘 어우러져서 식감도 뛰어나고, 건조된 파가 첨가된 야채크래커의 냄새는 마치 고로케 향처럼 식욕을 자극한다.

 

언제나 그렇듯 단짠은 중독성이 있고, 상대적으로 덜 질리면서도 자꾸 손이 가게 만든다. 입에 넣으면 체온에 의해 부드러워진 누가와 섞인 크래커가 어느덧 녹아 없어지므로, 금세 빈 봉지만 남을 것이다.

 

 

독일이나 이탈리아 과자와는 달리 대만 패키지에는 조금 허세가 있으며, 개별포장 사이에 빈 공간도 많다. 그래서 셋 중 유일하게 플라스틱을 사용했는데도 내용물 보호는 썩 만족스럽지 않고, 중간 중간에 크래커가 부서진 부분도 눈에 띈다.

 

 

캐롤 누가 크래커는 전자레인지에 10초 정도 돌리면, 누가가 녹아서 치즈처럼 쭈욱 늘어난다. 이 과자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싶은데, 그냥 먹는 누가가 좀 딱딱하다고 느껴진다면 이렇게 먹는 방법을 적극 활용해보길 권한다.

 

가로 세로 5cm 크기의 누가 크래커는 한 통에 10개가 들어있고, 150g에 총 705kcal다. 그러니 먹는 양이나 칼로리를 감안하면, 한마디로 이 과자(100g당 470kcal)는 페레로 하누타(100g당 약 541kcal)와 미주라 토스트(100g당 약 334kcal)의 중간자적 위치인 셈이다.

 

 

사실 단짠은 음식에 있어서 꽤나 강력한 포지션이고(식감도 찐득찐득), 냄새도 어느 정도 있는 캐롤 누가 크래커는 웬만한 음료로는 쉽게 대적하기 힘들다. 그래서 맥주치고는 도수가 상당한 편이지만 데낄라 특유의 샤프한 존재감이 돋보이는 ‘데스페라도스’를 함께 마셨다. 달짝지근하면서도 라임의 상큼함이 가미되어 있는 이 맥주는 누가 크래커의 텁텁한 뒷맛을 한 방에 날려주는 데 제격이다.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정리를 좀 해보자.

 

이 세 과자를 만약 다이어트 상황에 빗대어 설명한다면, 미주라 토스트 비스킷은 닭가슴살(평소에 먹는 음식) 정도의 위치에 있고, 캐롤 누가 크래커는 라면 한 개(가끔 먹는 음식), 페레로 하누타 헤이즐넛은 피자 한 판(참아야 하는 음식)쯤 될 것이다.

 

하지만 악마의 장난인지, 중독성은 페레로 하누타가 가장 강하다. 닭가슴살을 막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듯이, 미주라 토스트도 상대적으로 그런 편에 가깝지만 어쨌든 다양한 ‘푸드 페어링’을 통해 입이 심심하지 않게 계속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단 게 먹고 싶더라도 웬만하면 캐롤 누가 정도에서 타협을 보는 게 낫겠다.

 

맨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우리는 쌀이 주식이고(칼로리도 낮다) 과자는 어디까지나 간식일 뿐이다. 제아무리 손대면 멈출 수 없는 마성의 과자라고 해도, 항상 영양 밸런스를 잊지 말길 바란다.

from 얼리어답터 http://www.earlyadopter.co.kr/95235?utm_source=rss&utm_medium=rss&utm_campaign=%25ec%2586%2590%25eb%258c%2580%25eb%25a9%25b4-%25eb%25a9%2588%25ec%25b6%259c-%25ec%2588%2598-%25ec%2597%2586%25eb%258a%2594-%25eb%25a7%2588%25ec%2584%25b1%25ec%259d%2598-%25ec%2588%2598%25ec%259e%2585%25ea%25b3%25bc%25ec%259e%2590-3%25ec%259d%25b8%25eb%25b0%25a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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