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룩 취재]나의 가카유산 답사기 : 4대강 편 (上) – 수다피플

 

 

 

 

 

잔인한 5월이었다. 대선 승리의 기쁨을 맛보기도 전에 집안에는 우환이 찾아들었고, 갈팡질팡하던 연애전선엔 먹구름이 짙게 드리웠으며, 그 외에도 크고 작은 문제들이 나를 수렁으로 이끌었다. 가을도 아닌데 갈대처럼 홀라당 졸라당 흔들리는 마음이 심란하기만 했다. 요즈음의 나는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막 안쪽에서 인자하고 근엄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4대강 살리기는 대한민국을 

다시 약동하게 하는 성장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제 4대강은 최첨단 IT기술과 접목되어 

사시사철 맑은 물이 넘쳐 흐르는 강,

생태계가 되살아나는 강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쉬는 강이 될 것입니다.

청계천 복원을 통해 이미 우리가 체험했듯이 

4대강 살리기는 지금 우리가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것입니다.

 

– 2009.11.23 영산강 살리기 기공식 축사. 가카


나는 언제 어디서든 가카만 생각하면 동공이 확장되고, 가슴이 뛰며, 입꼬리가 실쭉 올라간다. 가카의 비범한 존안을 생각하노라면 가카께서 직접 말씀하셨듯, ‘저거 어떻게 쥐어박고’ 싶어질 때도 있다. 가카사랑이 너무 지나쳐, 한 지인은 이런 나를 보고 ‘어이가 아리마셍’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 가카가 천년만년 종신했다면 글감이 마르지 않는 나날이 이어졌을 텐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여간, 이렇게 마음이 옹졸하고 궁색해질 때엔, 잠시 잊고 있었던 가카의 호연지기를 배우고 다시 일어나는 게 필요하다. 호연지기를 배우는 게 때론 너무 지나쳐, 지난 두 번의 정권이 그러했던 대로 새 정권이 야당 인사에 대한 탄압이 이어져 가카에 대한 찬양고무죄로 잡혀간다고 해도 좋다. 하여 우리 가카가 역사에 남긴 유산, 4대강 물결을 따라 달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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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바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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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좋았던 6월 2일 금요일. 보통 답사를 시작하는 코스로 박물관을 택한다. 일종의 정신수양이라 할지, 사전교육이라 할지, 좌우지간 시작은 눈보다 머리에 채울 것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여주시 강천보는 적절한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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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다운 강천보의 한강 문화관. 건립비 100여억, 연간 운영비 수억짜리 건물에서 가카풍 우람함이 느껴진다. 가슴이 뛰었다. 음, 그리운 가카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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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임에도 차가 많아서 의아했지만, 문화관 내에는 한산했다. 물어보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대여받아 코스를 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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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 보니, 4대강 사업의 5대 목표가 쓰여 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라 아무 말 대잔치를 벌여놔도 어쩐지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가카의 치명적인 매력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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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화관 내부의 전시내용은 정말 빈약했다. 어떤 부스는 시청각 자료가 나오지 않았고, 그나마 공들인 전시품도 황량함을 지울 수 없었다. 없는 컨텐츠를 쥐어짠 게 이 정도니, 전지전능한 가카의 능력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카의 디테일은 살아있었다. 예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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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 사업의 before/after 사진을 비교하면서 before 사진은 흑백으로, after 사진을 컬러로 처리하는 이 뻔뻔함이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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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경험을 이야기하는 어르신들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볼 때 느껴지는 극적인 연출효과. 한강 문화관은 외치고 있었다. “4대강은 꼭 필요했다고 빼애액!!” 뻔뻔함과 우격다짐, 이런 것들이 수십조를 퍼부어 만든 가카의 4대강 물길 아니겠는가. #그게바로 #가카의길



사실상 전망대 외엔 별 볼 일 없는 문화관을 나섰다. 길 한쪽엔 에드워드 무어 장군의 전적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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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가 현충일이기도 해서, 잠시 마음속으로 묵념을 했다. 그러고 보니, 2010년 무렵, 한창 멸종위기 식물인 ‘단양쑥부쟁이’로 시끄러울 때, 한 보수 언론에서 이런 기사를 보기도 했다.



“단양쑥부쟁이 죽을까 걱정만 하나요? 대한민국 지켜낸 미군 장군의 정신도 배우세요.”


– [뉴데일리] 6.25때 전사, 미군 무어 장군 아시나요 (기사 원문 링크)



단양쑥부쟁이는 이따가 좀 얘기하기로 하고, 지금은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무어 장군의 정신을 배우도록 하자. 이 전적비는 4대강 공사 전의 위치에서 다소 옮겨졌다고 하는데, 이곳을 찾는 이들이 가카의 반 만큼이라도 애국력을 쌓을 수 있다면 적절한 위치선정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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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강천보의 웅장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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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천보를 순시하시며 환한 미소를 지으신 우리 가카. 15년 12월 –


걸음걸음마다 G20 어느 지도자와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았던 가카의 근엄함을 회상하며 잠시 걸었다. 그런데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녹조가 심각한 보들이 개방한 날이었다. 4대강 감사 지시가 떨어지자, 3개 보를 보유한 여주시의 분위기는 꽤 시끄러운 것 같았다.



여주지역 농민들은 이날 “4대강 사업은 남한강 여주지역에선 물 부족으로 인한 농업용수 확보 등으로 가뭄 극복을 위해 잘 한 사업이다. 이 사업으로 풍부한 수자원 확보와 가뭄 물관리가 크게 향상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민서 여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남한강 상류 이포보와 강천보 구역 등지에서 수질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가 발견됐다. 이는 모래사장과 여울이 형성됐던 곳이 4대강의 보로 막혀 각종 부유물이 쌓이면서 펄이 생기고 썩어가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어 “4대강 사업으로 고인 물에 동양하루살이가 많이 생기면서 보 주변 식당은 물론 시내 옷가게 등이 장사를 하기 힘들 정도로 피해를 당하고 있으며, 이는 4대강 사업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이어 “감사는 물론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준설토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는 지난 2009∼2010년 4대강 사업 추진과정에서 남한강에서 퍼낸 3천 500만㎥(15t 덤프트럭 233만대 분)의 준설토를 적치장 19곳에 쌓아놓고 준설토를 팔아 1천억 원의 수입을 올릴 것이라는 부푼 꿈을 꿨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는 현재 준설토 적치장 19곳 가운데 9곳을 매각하고 10곳에 2만3천㎥의 준설토를 쌓아두고 있고 적치장 10곳 중 국유지와 하천부지 2곳을 제외한 8곳은 농지를 임대, 매년 30억 원 정도 임대료를 토지주에게 지불하고 있다.


– [경기일보] 새정부, 4대강 사업 ‘정책감사’ 여주민심 찬반갈등 수면위로 (기사 원문 링크)


 

농업용수 사용과 환경파괴. 어느 쪽이 정답일까. 일단, 강천보 인근에서 녹조를 확인하고 싶었으나 쉬이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15년간 남한강 가에서 살았던 내 경험으론, 낙동강의 사진처럼 충공깽 녹조라떼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상류 지역이라 녹조의 영향이 덜 할 것이다. 그렇다고 강천보에 녹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거의 매해 강천보의 녹조 기사가 떴었고, 지난달 22일에도 강천보의 녹조 사진이 기사로 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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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4대강 보들이 댐인지 보인지 한창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는 강천보를 보자마자 어느 댐이 떠올랐다. 충주에는 충주댐을 보조하는 조정지댐이 있는데,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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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보를 보자마자 조정지댐의 스몰사이즈 버전이라는 느낌이 팍 왔다. 충주댐과 조정지댐의 녹조 문제는 심각하진 않았지만, 90년대부터 종종 발생해왔다. 그런데 녹조문제가 4대강 보와는 관련 없다는 주장을 되새겨보니, 가카의 치세동안 가카의 혜안을 배운 사람들이 나를 비롯해 수두룩하게 많았다는 보람찬 기분이 들었다.


강 바닥을 얼마나 팠는지도 들어가 보지 않아서 모를 일이다. 다만 연간 30억 원의 임대료를 납부하면서 처치곤란해진 준설토의 양을 보면, 대략 느낌적인 느낌이 팍 든다. 7년간 준설토를 처리해 왔어도 아직 이 정도가 남았다니, 가카의 드넓은 아량만큼 강바닥을 긁었을 것이 분명하다. 연간 30억 원의 임대료를 내야 하는 여주시 입장에선 꽤 골칫거리겠지만, 그거야 가카의 유산을 받은 대가로 내는 상속세쯤이라고 여기고 기분 좋게 내시라. 국민 혈세가 다 무어냐, 가카에겐 걸림과 막힘이 없는 법.


그렇다면 강천보의 물은 농업용수로 적극 이용되고 있을까? 남한강과는 다소 떨어진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여주시 거주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요즘 기사 보면 강천보 물 끌어다가 모내기 한다는데 맞아요?”


“야, 그거야 강변 사람들 얘기고. 여기까지 물 끌어올 방법이 없는데 무슨 수로 물 대냐. 강변 사람들이야 강천보가 없을 때도 강물 끌어다 썼지. 우리 같은 동네는 저수지나 하천에서 끌어 써야 하는데, 비가 안 와서 다 물이 부족해 큰일이야 큰일. 어떤 때는 물탱크차로 한강물 퍼다가 저수지에 채우긴 하던데, 택도 없지.”


“아, 물 끌어 쓰는 시설이 없어요?”


“다른 동네는 모르겠지만, 우리 동네는 그래. 여주시에 산다고 다 한강물 쓰는 건 아니잖아. 그러고 보니 뉴스 보니까 너네 동네에는 강천보 물 끌어다 쓰는 시설 짓는다더만.”


생각해보니, 비록 보는 설치되어 있지 않지만, 우리 동네도 예전부터 강에서 물 끌어다 썼다. 강변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4대강 공사 후의 농업용수는 별 의미가 없다. 적어도 강물이 마를 일은 없으니까.


선배의 전화를 끊고 나서 관개시설에 관한 기사를 찾아보았다.

 


서부지구 사업은 4대강 사업으로 추진한 남한강 강천보(경기 여주)의 여유 수자원을 활용해 충주시 앙성면, 노은면, 중앙탑면과 음성군 감곡면 지역에 안정적인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개발면적은 총 905㏊로, 사업 내용은 양수장(13개소), 송수관로(24㎞), 용수로(15㎞) 개설이다. 총 사업비는 1천209억 원으로 전액 국비다.


이 사업은 정부가 지난 2015년 극심한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하천수를 농업용수로 이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추진됐다. 당시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4대강 보의 여유수량을 활용해 상습 가뭄지역의 항구적인 가뭄대책을 수립했으며 하천수 활용 농촌용수공급사업 대상지 19개지구를 확정했다.


이 가운데 금강 공주보와 낙동강 상주보는 지난 2015년 11월 조사설계비를 국비로 지원받아 지난해 착공했다. 낙동강 상주보의 경우 지난해 7월 물을 농업용수로 공급하기 위한 신설 양수장이 건립, 농업용수가 공급되고 있다.


– [충북일보] 충주 서부지구 농업용수 공급사업 ‘청신호’  (기사 원문 링크)


천억 이상의 예산이 들어가는 대공사다. 가카의 유산을 제대로 써먹으려면 역시 이 정도 예산은 시원하게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가카께서 얼마 전 ‘4대강 후속사업’을 염려하신 것도 납득이 갔다. 어쨌든, 기사에 나온 다른 지역들은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동네는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농민들의 농업용수 걱정에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 나름의 사정과 이유가 있는 법, 좌우지간 실태조사와 시급한 대처방안이 필요한 것은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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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보 답사를 마치고 떠나기 전 다시 바라보니, 유명한 답사기의 문장이 떠올랐다.



무량수전에 이르면 자연의 장대한 경관이 펼쳐진다. 남쪽으로 치달리는 태백산맥의 줄기가 한 눈에 들어오며 그것은 곧 극락세계로 들어가는 서막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제 우리는 상처받지 않은 위대한 자연으로 돌아온 것이다. 무량수전에서 한 호흡 가다듬고 조사당, 응진전으로 오르는 길은 떡갈나무와 산죽이 싱그러운 흙길이다. 그것은 자연으로 돌아온 우리를 포근히 감싸주는 여운인 것이다. 인공과 자연의 만남에서 인공의 세계로, 거기에서 다시 자연과 그 여운에로 이르는 부석사 순례길은 장장 시오리이건만 이 조화로움 덕분에 어느 순례자도 힘겨움없이, 지루함없이 오를 수 있게 된다. 지금 나는 저 극락세계에 오르는 행복한 순례길을 여러분과 함께 가고 있는 것이다.


–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2>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이 고려시대를 상징하는 역사적 유산이라면, 4대강 보들은 가카의 치세를 상징하는 역사적 유산이다. 인공과 자연의 만남, 지루함 없이 가카세계를 향해 행복한 순례길을 걸을 수 있는 곳. 강천보의 콘크리트는 가카에게 홀라당 빠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요즘 4대강 보를 폭파하느니 말이 많은데, 일부라도 꼭 보존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떼어다가 삼전도비 옆에 갖다놓고, 후세에 길이길이 가카의 치세를 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토목 + IT + 거시갱제 + 재테크를 혼합한 융합정책의 표본, 시대정신이 그대로 담겨있는 보를 날려버린다면, 혹 또 누군가 역사를 잊고 감히 가카를 본받으려 할지도 모른다. 가카는 오직 가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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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구경하고 강천보를 떠났다. 떠나는 길에, 인근에 들어선 전원주택지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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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여주, 충주 지역의 강변에는 이런 전원주택지가 대거 조성되었다. 한 때 가카의 대운하 드립이 무성하던 시기에는 충주의 땅값이 폭등하기도 했다. 4대강으로 그 원대한 꿈이 조금이나마 이뤄지자, 눈치 빠른 사람들은 진작부터 지역민의 땅을 헐값에 사서 비싸게 팔기도 했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재테크 방법들이 깨알같이 이루어진 모양이지만, 땅 한 뙈기 없는 나와는 관련 없는 일들이다. 어떤 지역민은 눈치 빠르게 팔아서 돈을 좀 벌기도 했고, 어떤 지역민은 눈치 없게 팔아서 자신이 평생 농사짓던 땅을 어느 날부터 임대로 농사짓다가, 전원주택 건설이 결정되자 그 해 추수도 못 하고 갈아엎은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가카를 좀 더 열심히 배웠다면 나도 재벌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힌 가카의 호주머니로 손 한 번만 넣었다 뺄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본격적으로 자전거 도로를 답사하기 위해, 단암지역으로 이동했다. 이 지역은 경기도 여주시, 강원도 원주시, 충청북도 충주시가 맞닿은 삼도 접경지역이다. 2012년, 충주시 의회의 회의 기록을 보니, 단암 지역부터 조정지댐까지 제방 건설, 하천 정비, 자전거 도로 설치, 수변공원 조성 등으로 들어간 예산은 752억 원. 충주댐까지 합한 충주시 전체 지역 사업비는 1200억 원이 넘었다. 700억이라는, 그야말로 가카의 스케일 다운 땅에 대한 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생각에 맘이 설렜다. 그 시작은, 단암지구 수변공원이었다. 단암 공원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졸라 멋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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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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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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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독 오를까봐 건너기가 무서웠다.


대략 봐도 몇 가지 문제점들이 있었는데, 첫째는 사람이 찾지 않는 지역이라는 것. 삼도 접경지역이긴 하지만 이 지역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강을 찾은 사람들도 이 공원보단 건너편 모래밭에서 쉬고 있었다. 둘째는, 기껏 지은 공원이 형편없다는 것. 잡초는 그렇다 치고, 여기서 뭘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쯤 되면 왜 지었는지 궁금해지지만, 그거야 나도 알고, 독자도 아시고, 물론 가카께서도 잘 아실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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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뭇한 마음으로 공원을 떠나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저 노란 꽃은 끊임없이 심어놨다. 이 꼼꼼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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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중간 화장실을 동반한 쉼터가 있는데, 관리가 잘 되는 곳도 있고 이곳처럼 잡초가 무성한 곳도 있다. 시는 화장실과 쓰레기 수거 등 쉼터 관리를 업체에 위탁해서 운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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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 침수 지역’이란 안내판이 눈에 띈다. 제방이 끊어지고 들어서는 이 길은, 원래 산모퉁이를 끼고 있는 비포장도로만 있었고 사람도 거의 찾지 않았다. 2011년 7-8월, 충주댐에서 물을 방류하자 이 구간이 침수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곳 밖에 길을 낼 수 없었던 이유는, 여기가 아니면 강변에서 한참 벗어난 루트를 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안 되면 되게 하라, 현대를 정벅한 가카의 뜻이 여기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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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전용 구역을 만들거나 도색으로 처리한 구간이 있는 반면, 이렇게 간단한 표식 외엔 기존 도로와 다른 게 없는 구간도 있다. 때때로 차와 사람이 많을 때는 꽤 위험해지기도 한다.


달리다보니 어느새 비내 쉼터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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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라이더들이 쉼터에서 보급하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면 당분간 보급을 할 만한 곳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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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이면 이런 정자에서 라이더들이 풍찬노숙을 하기도 한다. 일부 라이더는 노래를 크게 틀어놓거나, 쓰레기를 마구 투척해서 지역민들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하지만, 대게는 매너 있게 있다 가는 편이다. 가끔씩 우퍼 스피커로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있는데, 짜증 나긴 하지만 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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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턴 고향이라 편하게 물어볼 수 있었다. 비내 마을에선 강으로 통하는 개천이 마르자, 강에서 물을 끌어다 쓰고 있었다. 안면이 있는 어르신께 여쭤보았다.



“어르신, 강에서 물 끌어다 쓰는 건 언제부터였어요?”


“뭔소리여. 아유 개천 마르면 매년 그랬지 뭘.”


“이 물은 어디까지 가요?”


“아랫말은 논에 대거나 수로에 대고, 위엣말 사람들은 상류 개천물 쓰거나 아랫말 물 끌어다 쓰고 있지”


“옛적부터 그랬던 거죠?”


“그럼. 저기 수로 만든 지가 하먼 20년도 더 됐나.”


말씀을 들어보니, 마을마다 수로가 있어 보통은 위에서 내려오는 물을 쓰지만, 강물을 위로 끌어다 쓸 때도 있다고 했다. 산골짜기 마을은 강변 양수장에서 퍼올린 물을 보낸다고. 그러나 양수장도 수로도 모두 4대강 사업 훨씬 이전에 지어졌으니, 가뭄 해소를 위해선 4대강이 아니라 양수장과 관개 시설을 확충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은데. 어쩌면 강천보에서 물 끌어다 쓰는 사업도, 굳이 강천보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닐까? 아이쿠, 이런 불충한 말을. 못 들은 걸로 해주시라.


이윽고 비내섬으로 들어가는 다리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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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빵꾼


편집 : 꾸물

from 딴지일보 RSS http://www.ddanzi.com/18703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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