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아파트 참사는 한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 수다피플

이주일 쯤 전에 송파구에 있는 원룸 건설 현장에 작업을 들어가게 되었다. 벽면 마감작업을 하는 작업자들을 위해 발판을 깔아주기 위해서였다. 함께 간 사람이 벽면을 보자말자 “어라? 드라이비트네? 요즘 잘 안 하는데.” 이랬다. 잠시후 타일 작업을 하러 온 사람도 벽면을 보더니 “어? 드라이비트네? 이거 요새도 하나?” 또 이런다. 나는 비계 이외의 건축 공법 등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많고, 드라이비트라는 용어도 처음 들었기 때문에 건축을 전공하고 전반적인 것을 아는 사람에게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대략 이런 것이다. 건물을 지을 때는 보통 단열재를 콘크리트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워넣는다. 그리고 건물 외벽에는 대리석이나 타일을 붙여 마감을 한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이 과정을 축약한 공법이라 할 수 있다. 콘크리트 타설을 할 때 단열재를 넣지 않고 건물 외벽에 단열재를 붙이고는 거기에 미장을 해서 외벽 마감을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드라이비트 작업자들은 한 뼘 조금 못되는 두꺼운 스티로폼을 잘라내서 접착제를 발라 벽에 붙이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미장 작업만 한 번 하면 단열재 시공과 외벽 시공이 모두 끝나는 것이다. 건축 공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방법이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설명을 듣다 보니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를테면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을 덕지덕지 둘러놓은 셈인데 여기에 불이 붙으면 어떻게 하나. 사실 드라이비트 공법은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서 한 동안 규제 대상이었다고 한다. 작업 과정에서 용접 불똥이 튀어 불이 붙는 경우도 부지기수이고 누군가가 마음먹고 건물 외벽 스티로폼에 불을 붙여도 큰 화재로 번질 위험성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 불이 붙으면 건물 전체가 일종의 오븐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용 절감을 내세워서 다시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건물 외장을 마무리하는 건물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전에 런던의 그린펠 아파트 화재가 발생했다. 현장 사진은 얼마 전 내가 드라이비트 공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저 건물에 불이 붙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했던 그림이 실사로 구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그래도 영국인데 어떻게 이런 한국형 후진국형 참사가 벌어지다니.

 

시간이 흐르면서 이 참사는 영국의 보수당 정권이 규제 완화라는 명목으로 기업의 요구를 들어준 결과라는 것이 밝혀지는 중이다.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공법이 규제 완화라는 명목으로 부활했고, 스프링 쿨러 설치 의무화도 폐지되었다. 안전은 내팽게치고 당장의 비용 절감만을 추구한 결과가 이런 대형 참사로 돌아온 것이다.

 

이미 우리 역시 특히 MB 정부 시대부터 시작된 이른바 규제 완화의 이면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세월호 참사로 인해 똑똑히 경험한 바 있다. 그렇지만 이번 그린펠 화재를 바라보는 언론과 사회의 태도는 그야말로 바다 건너 불구경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 시공되는 수 많은 건물은 그린펠 아파트와 똑같은 구조로 시공되는 중이다. 요행히 아직 런던과 같은 대참사가 일어나지만 않았을 뿐이지, 스티로폼으로 외벽을 꽁꽁 둘러싼 건물 중 하나라도 불이 나면 그린펠 아파트와 똑같은 참변이 발생할 것이다. 정부는 당장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된 건물의 화재 예방 문제에 대한 전수검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규제 완화가 언제나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도 필요하다.

from 딴지일보 RSS http://www.ddanzi.com/18864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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