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나는 초보 대리운전 기사입니다 : 누가 대리운전을 하는가 – 수다피플

 

 

 

 

 

저는 약 4개월 전부터 투잡으로 대리운전을 하는 사람입니다. 전업이 아닌 탓에 일주일에 3일 정도씩만 운전합니다. 근무시간은 보통 저녁 9시부터 다음날 새벽 3~5시까지입니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리운전의 생리에 대해서 크게 알지는 못합니다.

 

그렇지만 일을 시작하고서 겪는 일 덕에 하루하루가 새롭고 (좋게 말해) 인상적입니다. 어찌 보면 대리운전을 하는 밤마다 작은 여행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황현산 선생님은 <밤이 선생이다>라고 하셨더군요. 제게는 ‘밤이 여행’이기도 합니다.

 

밤마다 하는 하루짜리 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운전대를 잡고 앉아 많은 이야기를 하기도, 혹은 침묵하기도 합니다. 이 짧은 여행이 반복되면서, 느끼는 것과 배우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어디엔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오랫동안 눈팅만 해오던 딴지, 이곳에 부족한 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좀 더 많이 경험한 후에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일하면서 느끼는 것들이 지금과 달리 익숙해져 버린다면 그때는 이야기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되도록 날이 무뎌지지 않은 감정들을 글로 표현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대리운전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합니다. 엉뚱한 이야기나 사실관계를 틀리게 얘기하는 경우도 있을지 모릅니다. 잘못된 사실이나 오류가 있다면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궁금한 부분에 대한 질문도 좋습니다. 흔쾌히 듣겠습니다. 이제 밤의 여행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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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대리운전을 하는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가장 놀랐던 점은 대리운전하시는 분들의 나이였습니다. 40대 중반의 입장에서, 제가 나이 많은 축에 들지 않을까 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물론 20대부터 70대까지 연령에 관계없이 많은 분들이 이 일을 하지만, 제 경험으로는 50대와 60대의 어른들이 무척 많습니다. 차에서, 혹은 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기사님들 중 저보다 어린 분들을 만난 건 아마 30% 이하일 겁니다.


심지어 70대 어르신들을 보는 일도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대리운전의 가장 큰 시장인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 그리고 두 번째로 큰 시장인 합정역 인근에 모이는 엄청난 숫자의 대리기사들 중 70대 기사분들도 많습니다. 가끔 80세가 넘어 보이는 어르신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여러 감정이 교차합니다. 그리 좋은 기분들은 아닙니다.


20대 기사분들은 대부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이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그럴 만도 한 것이 젊은 사람들이 버는 것 치고는 일당이 꽤 됩니다. 열심히 뛰어 하룻밤 8~10만 원 정도의 소득을 올리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알바비에 비해 센 일당이니 사회 초년생들에게 제법 큰 돈입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재미난 점이 있습니다. 일한 지 1년이 넘었다는 20대를 한 번도 못 만났다는 것입니다. 다들 재미있다더니 왜 그럴까요? 이유가 무엇일까요? 어쩌면 여러 갈래의 가능성이 많은 나이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리운전은 언제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니 말입니다.

 

나이 많은 기사님들이 20대 기사분들에게 하는 말은 한결같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저도 그 의견들에 동의합니다.

 

 

“이 일은 오래 할 게 못 된다. 너는 나이 먹은 우리와 달리 한창 좋을 때 아니냐. 젊은 사람이 이런 일 하는 거 좋은 게 아니다. 차라리 덜 벌어도 기술을 배워라. 그러면 밥은 먹고 산다.”

 

“괜히 이런 일에 재미 붙이지 말고, 빨리 다른 안정적인 일을 배워 해라.”

 

“9급이든 뭐든 공무원을 해라. 어릴 때 이런 일 하며 돈 버는 재미 붙이다간 평생 이런 일 하게 된다. 얼른 그만둬라.”                                                                                

 


나이 든 분들의 조언이 20대에게는 어떻게 들릴까요? 어떤 20대는, 나이 든 사람들이 자신들을 대리 시장에서 쫒아내려고 하는 말들이라며, 기분 나쁘다고 하더군요. 대리 시장은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니까요. 그래서 그런 말들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 나이 든 분들의 말은 진심으로 한 것일 겁니다. 솔직히 말해 제 자식이 20대에 대리운전을 한다고 하면 저도 그만두라고 할 것 같네요. 그게 제 진심입니다.


상대적으로 대리 시장에서 가장 보기 어려운 연령대는 30대가 아닌가 합니다. 확률상으로 보아 10%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아무래도 30대는 가장 열심히 직장에 다니는 연령대라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실히 돈을 벌어 가정을 꾸려가야죠. 암요.

 

40~50대는 퇴직을 하게 되면 다른 직장을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 테지요. 갈 만한 직장도 드물 테구요. 그에 반해 30대는 일단 다른 곳에 취직하고 봐야죠. 어디든 들어가야지요. 창업은 여러모로 시기상조인 연령대가 아닌가 합니다. 


앞에서 50대와 60대가 많다고 이야기했지만, 제가 보기에 가장 많은 숫자의 연령대는 60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좀 더 구분해보자면 50대 후반~60대 중반, 말로만 듣던 ‘베이비 붐’ 세대의 수적 위력(?)을 대리운전하면서 가장 많이 느낍니다. 예상과 달리 40~50대보다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언제 어디서 대리기사분들을 만나도 두세 명 중 한 사람은 60대 기사분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분들의 사회와 가정적 위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복잡한 건 모르겠고, 이분들이 돈을 벌 데가 마땅히 없는 겁니다. 직장에 다니는 분들도 그 연령대에서 드물 테고, 자영업자 아닌 이상 돈벌이가 마땅치 않죠. 자영업을 하다 실패한 분들도 적지 않을 테구요. 저는 그렇게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60대가 무엇을 해서 얼마나 돈을 벌까요? 그 나이가 되면 이제 어느 정도 돈벌이를 손에서 놓아도 되는 나이일까요? 대리운전을 하다 보니 왜 60대가 많은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지랖 넓게도, ‘다들 큰일이구나. 50대와 60대와 그리고 70대가 되는 우리나라의 장년·노년들은 어떻게들 살아가려나’ 하는 걱정이 되더군요. 물론 그 걱정 안에는 저도 포함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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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닷컴(링크)


 

대리운전은 쉬운 일일까요? 운전만 할 수 있다면 누구나 쉽게 하는 일일까요? 혹은 어지간한 사람은 직업적으로 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일까요? 대리운전을 하는 사람들 개개인의 만족도는 얼마나 될까요? 또한 그것을 소비하는 이들에게 대리기사들의 모습은 어떻게 비칠까요? 제가 요즘 갖고 있는 의문과 고민입니다.


김민섭 씨의 <대리사회>라는 책을 작년 말에 읽었습니다. 그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어느 지방사립대와 대학원에서 교수가 되기 위해,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 그리고 상당한 감정의 소모를 희생해가며 고민한 이야기들입니다.

 

그리고 그들 리그의 부조리에 대한 내부고발도 어느 정도 다루고 있습니다. 유학도 다녀오고 박사학위도 취득했지만, 교수 임용의 꿈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뿌연 앞날을 둔 룸펜 지식인의 애환이 담겨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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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리사회>에서 변신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맥도날드에서 시간제 노동을 하고 밤에 대리운전하며 돈을 법니다. 그는 교수가 되기 위해 10년 넘게 몸담았던 대학과 대학원이라는 공간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며, 한편으로 노동의 대가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이른바 지식사회의 모순과 불합리를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맥도날드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일을 하고, 정해진 날에 정해진 월급을 받고서, 내심 놀라고 감격했던 이야기를 합니다. 또한, 대리운전하고 다음날 오전에 바로 노동의 대가가 입금되는 것을 경험하고도 신기해했다고 합니다. 책 말미에 저자는 선언합니다. 


“나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겠다.”


처지는 다르지만, 묘하게도 그 마음에 동화되어 재미있게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 일을 한번 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삶이 따분하다거나, 내 경제적 상황에 아쉬움이 있다거나, 일상의 전복을 꿈꾸시는 분들은, 한번 읽어 보시기 권합니다. 저처럼 대리기사가 되실 수 있습니다.


책 한 권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대리사회>가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 책입니다. 별 두려움 없이 이 일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처음 쓰는 글이니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겠습니다. 다음 편 제목은 ‘누가 대리기사들을 움직이는가’입니다. 대리운전의 요청과 배정, 그리고 운행 및 결제의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자연히 대리시장의 가장 큰 힘, 로지와 카카오대리의 이야기가 나오겠네요. 능력은 부족하지만 아는 만큼은 최대한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미리 감안해 주십사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1. 대리기사의 입장에서 대리 시장과 이용 고객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식입니다. 시각이 일방적일 수밖에 없겠네요. 양해를 부탁드리고, 넘어가기 힘든 부분에 대해 지적해주시면, 감사히 듣겠습니다.



 



2. 저는 대리업계의 대표적 프로그램인 로지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투잡이라 매일 일을 하기 힘들어서 카카오 프로그램만 쓰고 있습니다. 카카오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만 할 수 있어 제한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점 미리 양해 바랍니다. 다만 큰 틀에서 본질적으로 대리운전은 같은 일이라고 봅니다. 프로그램이 다르다고 해서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큰 차이는 없을 듯합니다.



 



3. 서비스 이용자분들의 이야기도 많이 듣고 싶습니다. 저도 대리운전을 이용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다양한 의견과 이야기들을 듣고자 합니다.



 



4. 저보다 경험이 풍부한 대리기사님들의 따뜻한 조언과 바른 정보를 담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5. 이곳에 쓰는 이야기 대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과 판단입니다. 조심해서 이야기해나가겠지만, 실수도 있을 것입니다. 큰 배려의 눈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편집부 주


위 글은 독자토론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바,

톡자투고 및 자유게시판(그 외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3번 마빡에 올라가면 필진으로 자동 등록됩니다.




                                                                                                                          달팽이대리운전


편집 : 딴지일보 인지니어스


from 딴지일보 RSS http://www.ddanzi.com/18867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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