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마음을 처벌한다?: 일본의 공모죄 국회 통과에 대한 10문 10답 – 수다피플







1. 일본 국회가 무슨 법안을 통과시켰길래 이 난리인가?


2017년 6월 15일, ‘테러 등 준비죄 처벌법안’을 골자로 하는 조직범죄처벌법 개정안이 일본 참의원을 통과했다. 일본 정부는 이 법안이 테러 등의 조직범죄를 준비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 법안이 일본에서 과거 3번이나 제정 시도가 있었으나 번번이 실패한 ‘공모죄’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언론도, 사회도 사실상 공모죄 처벌법으로 인식하고 있는 모양새다.
 


2. 공모죄는 무엇인가?


조직범죄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계획에 합의한 전원이 처벌받는 게 법의 골자다. 지금까진 범행이 실행되어야 처벌할 수 있었지만, 범행을 실제로 저지르지 않고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해진다. 원칙이 크게 뒤바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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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사히 신문>)

 


3. 공모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일본 정부는 ‘테러조직이나 조직폭력단 등 범죄 집단만을 대상으로 한 법일 뿐 일반 시민의 삶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법안을 추진한 일본 정부와 자민당 등 여당, 그리고 법안에 찬성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특히 이를 강조한다. 범죄 집단을 대상으로 한 법이니 일반 시민은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문제는 범죄 집단이 “우린 범죄 집단이다.”라고 밝히고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대파는 이 점을 지적하며 “범죄 집단이 범죄 집단이란 걸 나타내는 배지를 달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결국 이 법이 효력을 가지려면 범죄 집단으로 의심되는 집단이 혹시 조직범죄를 계획하는지 아닌지 감시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민 개개인의 사생활을 광범위하게 침해할 수밖에 없다. 반대파는 공모죄가 일본이 감시사회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을 가장 우려한다.



4. 일본 국민들은 법안 통과를 서두른 아베 정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교도통신이 2017년 5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법안에 대한 일본 정부의 설명이 충분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77.2%에 달했다. 일본 국민 상당수가 이 법안을 밀어 붙인 일본 정부와 여당의 자세를 성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같은 조사에서 아베 정권의 내각지지율이 55.4%로 나왔단 것이다. 4월 조사에 비해 3.3포인트 하락했지만, 이 정도 지지율이면 정권유지에 별 문제가 없다. 적어도 이 법안의 통과를 서두르고 있던 시점에선 일본 국민은 아베 정권에 대한 신임을 거두지 않았다.


6월 15일에 법안이 강행통과된 뒤, 교도통신이 17일~18일 이틀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아베 정권의 내각 지지율은 44.9%로 10.5포인트 급락했으며, 여당이 법안 통과를 위해 이례적인 절차를 밟은 것에 대해서 응답자의 67.7%가 “좋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한 달 사이 10.5포인트나 급락한 내각지지율이 아베 정권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5. 일본 정부는 이 법안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


이 법안 최대의 문제점은 “범죄를 아직 저지르지 않았는데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범죄를 저지르려고 계획하고 있다는 걸 파악하고 그 사람을 수사하느냐”다. 이에 대해 4월 28일, 중의원 법무위원회에서 한 야당 의원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어떻게 범죄를 인식할 수 있냐”고 묻자, 법무대신은 기발한 대답을 했다. 


“예를 들어 (같은 장소에 가도) 꽃구경을 간다면 맥주와 도시락을 들고 가겠지만, 범죄를 위한 사전 조사라면 쌍안경, 지도, 메모장 등을 가지고 갈 수 있다.”


야당 의원은 즉각 “버드 워칭(새를 관찰하는 취미)을 위해 쌍안경과 지도를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라고 반박했다. 법안 통과 두 달 전에 국회에서 벌어진 토론이 이 수준이었으니, 법안을 추진하는 내내 일본 정부가 이 법안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6. 일본 정부는 왜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는가?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앞두고 있다. 오랜 불황에 신음해 온 일본은 도쿄 올림픽을 통해 국가의 위상을 떨쳐 보이려 하고 있으며, 특히 아베 정권이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테러 방지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최근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규모 테러는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테러 방지를 위해서는 이런 특수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은 국제연합 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 협약(UNTOC) 가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내법을 정비할 필요성을 느낀다. 한국은 지난 2015년 11월에 가입한 이 협약에 현재 187개 국가와 지역이 가입한 상태이나, 일본은 G7 가운데 유일하게 이 협약에 아직 가입하지 않았다. 이 상태로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면 국제적인 공조를 통한 테러 방지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7. 공식적인 이유는 그렇다 치고, 아베 정권은 왜 무리하게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했는가?


일본 국회는 회기 종료(6월 18일)를 앞두고 있었다. 회기 내에 이 문제를 마무리하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 국회에서 분쟁이 이어지는 꼴을 보이면, 7월 2일로 예정된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여당이 고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자민당의 유력 정치가로 지난 해 도쿄도지사 선거에 당선됐지만 당선 이후 일종의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지역 정당인 ‘도민퍼스트회’의 대표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 도민퍼스트회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자민당과 공명당이 도쿄도의회에서 다수당의 위치를 빼앗길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자민당 입장에선 하루라도 빨리 이 문제를 기정사실로 만든 뒤 도쿄도의회 선거에 전력을 쏟아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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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수상 개인의 스캔들도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한국에도 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모리토모 학원 문제와 가케 학원 문제(지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의 수의학과 신설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는, 경우에 따라서 내각의 존립이 어려울 정도의 대형 스캔들이다. 공모죄 논의를 위해 국회 회기가 연장되면 국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추궁도 이어질 텐데, 아베 정권에겐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법안을 통과시키고 국회를 닫아버리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했다.



8. 얼마나 무리한 통과였나?


원래 절차대로라면 참의원 본회의 뒤 법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다시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하지만 법무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중간보고라는 형식으로 본회의에 법안을 걸어, 현재 242석 중 151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의 압도적인 의석 차이로 법안을 통과시켜 버렸다. 중간보고는 일종의 직권상정으로, 일본 언론은 “편법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강행통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의원에서 이런 식의 강행 표결이 진행된 것은 전례가 드물다. 과거 중간보고 형식으로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들은 모두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 법안들이었지만 이번은 강행돌파를 할만 한 명분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여러모로 훗날 화근이 될만 하다.



9. 야당과 국민은 가만히 있었는가?


현재 일본 국회는 ‘여당의 압도적인 다수’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중의원은 475석 가운데 여당이 327석, 야당은 135석, 무소속/결원이 13석이며, 참의원은 242석 가운데 여당이 151석, 야당이 88석, 무소속/결원이 3석이다. 이 상황에선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이 지극히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일단 할 수 있는 저항은 했다. 법무대신 불신임 결의안을 내고 내각 불신임안도 냈지만, 당연히 부결됐다. 참의원의 한 야당 의원은 이른바 ‘소걸음 전법’을 쓰기도 했다. 필리버스터의 물리적인 버전인데, 표결을 위해 등단할 때 아주 천천히 걸어서 시간을 끄는 것으로 항의의 뜻을 표하는 것이다. 물론 상징적인 의미 이외의 효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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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들도 국회 주변으로 모여 모처럼 대규모 시위를 벌였지만 법안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일본은 한국처럼 시민들이 광장에 나와 정치적인 의사를 전달하는 민주주의를 실현해 본 일이 적어, 이런 식의 급작스런 법안 강행 돌파에 시민사회는 사실상 속수무책이었다.



10. 일본은 영원히 감시사회로 전락하는가?


속단하긴 이르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만으로는 감시사회 완성을 부르짖기엔 조금 이르다. 법이 제대로 효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관련법 정비 등이 여전히 필요하고, 수사 현장에서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정권의 유지에도 도움이 안 된다. 한동안은 지켜볼 확률이 높다.


그러나 법안의 내용뿐만 아니라 법안이 강행 통과된 과정에서도 일본의 민주주의가 큰 타격을 받았다는 지적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것이 일본이 감시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지, 정권 교체의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다른 정치적 타협점을 모색할지. 일본의 민주주의가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알려지지 않은 주시자

트위터 : @unknownbeholder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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