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강경화 장관의 첫 업무, 일괄사표 – 수다피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취임 후 첫 번째 업무로 재외공관(대사관), 공관장(대사)과 총영사관의 총영사에게 사표를 내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이름하여 일괄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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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여느 언론사들의 보도와 같이 정권이 교체되고 새로운 장관이 들어서면 의례적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새로운 리더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재신임을 묻는 의례적 절차라고(단 160여 명의 일괄사표는 전에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례로, 주영국대사관의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마무리 즈음인 2012년 10월경 박석환 대사가 임명되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후 9개월여 만인 2013년 7월, 임성남 대사(현 외교부 제1차관)로 전격 교체되었다.

 

영국은 대사가 파견되면 영국 여왕으로부터 직접 ‘아그레망’(agrément)을 받는다. 아그레망은 외교사절로 임명하기 전 해당 국가에게 이의가 있는지 조회하는 국제 제도. 따라서 영국에 대사로 파견될 경우, 영국 여왕으로부터 ‘아그레망’을 부여받아야만 정식 외교 사절로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보면, 주영국대사관의 박석환 대사의 9개월간의 짧은 임기는 우리측에서야 관례라는 이름으로 용인될 수 있겠지만, 상대국에는 굉장한 실례가 될 수 있다. 보통 2-3년 임기를 예상하는 대사의 아그레망을 9개월여만에 다시 요청을 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여왕이 피곤할까봐?라고 ‘딴지’거는 분 없기를 ^^;;)

 

따라서, 이번 강경화 장관의 ‘일괄사표’ 지시는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대사나 총영사들에게, 또 그 상대국에 실례가 될 수 있다. 또 상대국과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맺고 긴밀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라면 이러한 ‘일괄사표’ 업무 방침이 무리수가 될 법도 하다. 그러면, 여기서 궁금한 점 한 가지. 강 장관이 과연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일괄사표’를 지시했을까?


그럴 리가. 이미 외교부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강 장관이 이를 몰랐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강 장관이 일괄사표라는 결단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일보는 “국격을 떨어뜨린 외교관 교체해달라”라고 하며 ‘일괄사표’의 직접적인 이유를 제목으로 언급했다. 만약, 실제 강 장관이 “국격을 떨어뜨린”이라고 언급했다면, 그녀가 지목한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란 무엇인지, 천천히 알아보자.



1.자체 정화능력 상실


외교부는 스스로 ‘엘리트 집단’이라 생각하는 것 같지만, 언론에 비춰졌던 외교관, 대사관의 이미지는 그와는 큰 거리가 있었다. 주칠레대사관의 외교관이 현지 미성년자를 성추행해 파문을 일으킨 것을 시작으로(관련 기사), 중동 지역 한 공간 대사가 여직원을 성추행 한 사건까지(관련 기사). 재외공간에서는 매우 후진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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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필자가 대사관에서 5년 정도 근무하며 본 외교관들의 형태는 그야말로 ‘뜨악’이었다. 위 사건들은 그나마 기사화됐기 때문에 알려졌지만, 보도가 되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다.

 

직원은 여자가 좋고, 처녀가 더 좋고, 처녀가 아니면 자녀가 없고, 자녀가 없으면서 자녀 계획도 없는 여자를 뽑으라고 지시하는 외교관도 있다. 출근할 때 본인 손으로 직접 문을 열기 싫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것도 싫어 미리 준비를 해 놓으라고 지시하는 외교관도 있다. 그뿐인가? 직원들 감시하기 위해 CCTV 돌려 보고, 업무네트워크 추진비로 여자친구와 데이트하고 술값까지 내는 외교관도 있다.

 

전 세계에 있는 각 재외공관으로부터 익명의 신고를 받아보면 더 자세히 알 수도 있겠지만,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이와 같은 사례들은 각 공관마다 비일비재 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단순히 부정에서 그치지 않는다. 칠레와 중동의 대사관의 경우, 내부에서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사전에 이와 같은 외교관들의 범죄 사실들은 이미 주변에서 다 알고 있었던 일들이었다고 한다. 쉬쉬하고 넘어갔으면 아무도 몰랐을 일들이다. 피해자들만 억울하게 되는 상황.

 

기타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다. 모두 알고 있는 문제들도 어떻게 해서든 덮고 넘어가려는 것이 재외공관과 그곳에서 일하는 외교관들의 특성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누군가의 제보로 잘못이 기사로 보도될 경우 제보자를 찾아 은밀하고 교묘하게 보복까지 한다.

 

해외에 있으니까 본국의 감시가 멀다는 단점을 악용해 자기들 입맛에 맞게 운영되는 곳이 대사관이다. 따라서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는 것보다, 어떤 부정적인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안은, 자체적으로 잘못된 이들에게 형벌을 주고 조직을 정화를 할 수 있는 자생능력을 상실했다는 것. 이것이 핵심이다. 주변국 관계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부분 다 알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오랜 해외 생활과 함께 외교관으로서의 경험이 있는 강경화 장관이 이런 사안들을 모르지 않았다고 본다. 해서 ‘일괄사표’ 방침은 이러한 문화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이자 시작이라 판단된다.

 

 

2. 끼리끼리


그렇다면 자체 정화 능력을 상실하게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

 

외교관들 사이에서 비외무고시 출신들은 ‘서자’라 불린다. 은어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 이 단어는 그 의미만으로 많은 것을 말해준다. 아주 직접적으로 뜻을 풀이하자면, 어느 정도 진급이 되면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부류를 통칭한다. 특별채용이나 기타 외무고시 외 다른 방법으로 외교부에 입부한 서자는 외무고시 출신과 다른 출발선을 받는다. 사실, 금수저, 흙수저는 최근에 만들어진 단어일 뿐,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알다시피 이미 한국의 왠만한 조직 안에는 이러한 무형 계급이 존재해 왔다. 심지어 정규채용과 특별채용을 ‘정통성’이라는 이름으로 나누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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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각 재외공관의 대사나 고위공직자의 경우 대부분은 외무고시 출신의, 소위 ‘정통’이라고는 표현을 달고 다니는 외교관들의 몫이었다. 서자 출신들은 아주 뛰어나야 한두 사람이 될까 말까. 그래서 더 서로서로 감싸주고 밀어주고 당겨주고 했을지도 모른다.

 

강경화 장관은 외무고시를 통해 외교부에 입부한 정통(?) 라인이 아니다. 게다가 70년 만에 첫 여성 장관. 아주 이례적인 인사로 외교부의 수장이 된 인물이다. 결국엔 UN에서 지속적으로 경력을 쌓아 사무총장실에서 근무할 수 있었고, 지금의 위치까지 오게 되었지만, ‘서자’ 출신으로서 그녀는 누구보다 외교부 내의 ‘끼리끼리 폐쇄적인 조직문화’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번 ‘일괄사표’ 업무 지시에 대해서는 향후 어떤 인물들이 현직 외교관의 대체자로 선정이 되는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끼리끼리 덮어주고 밀어주고 당겨주는 폐쇄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를 깨 버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조직 문화 자체를 단번에 뿌리 뽑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조직이 그렇듯, 윗물이 맑아지면, 아랫물도 맑아지는 법.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일괄사표’를 지시한 그녀의 첫 발걸음을 응원한다.

 



뱀발.


1. 외교관들은 국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도록 타국에 보내진 ‘신사’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나타나는 외교관들의 특징은 겉으로 보이는 태도와 말투 등은 고품격으로 보이지만 속내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2. 스스로를 특별하다 여기는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은 ‘오만’이다. 내가 제일 잘났고, 내가 옳다. 그러다 보니 잘못한 것은 최대한 숨기고, 들키면 조금이라도 더 감추고, 내가 잘한 것을 이용해 잘못한 것을 상쇄시키려는 습성이 있다. 아마도 지금까지 외교관들이 보여준 모습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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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


편집 :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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