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언니네 이발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곡들 : 6집 발매를 기념하며 – 수다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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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니네 이발관이 마지막 앨범 6집을 낸 지 이제 한 달이 되어가는군요. 요즘엔 6집도 듣지만 지난 앨범들도 꺼내 듣습니다. 제가 언니네 이발관 최고의 앨범으로 치는 2집<후일담>, 아마추어와 프로의 날선 경계에 머물러 있던 시절의 풋풋한 앨범 <비둘기는 하늘의 쥐>, 2집 이후로 해체 되었던 밴드가 지금의 멤버로 다시 모여 통통튀는 신스팝(Synthpop)으로 돌아왔던 3집 <꿈의 팝송>, 너무나 사랑했던 친구이자 정신적 버팀목이었던 이상문의 죽음이라는 사건과 잇닿아 있는 4집 <순간을 믿어요>, 그리고 밴드의 명성을 가장 널리 떨쳐준 5집 <가장 보통의 존재>까지.


언니네 이발관은 기타 팝으로 시작해서 프로그레시브, 포크, 하드록, 신스팝에 이르기까지 델리스파이스와 더불어 한국의 모던록이 넘볼 수 있는 가장 넓은 경지에까지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2.

<푸훗>에서부터 <혼자추는 춤>(밴드의 첫 곡에서부터 마지막 곡)에 이르기까지 언니네 이발관의 공통된 이야기는 ‘나’ 입니다. 즉, ‘나’를 둘러싸고 맺어지는 모든 관계성에 닿아있는 존재들로서의 ‘너’ 입니다. 여기서 ‘나’는 보편적 세상/세계를 살아가는 ‘나’이자,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거기서 살아가는 ‘나’를 동시에 지칭합니다. 그리고 ‘너’는 그런 ‘나’의 외부이죠. ‘나’가 붕괴해서 일그러진 존재로서의 ‘너’일 수도 있고, 아니면 또 다른 존재자로서의 ‘나’인 ‘너’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나’는 보편적이면서도 (또는 보통의) 특이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나만의 새장 속에 갇혀 나는 법도 모르지만, 외로워서 미쳐버릴 것 같지만 그럼에도 혼자서 꿋꿋이 춤을 추는 그런 존재. 홀로 지친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그 누구도 이해하지 않는 곳에서 꿈을 꾸고, 춤을 추면서도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정말 보통의 작은 존재. 그런 존재는 결국 <혼자추는 춤>에서 ‘나’의 외부로서의 ‘너’가 서로 함께 맞잡은 손으로 춤을 춥니다.



3.

이런 작은 이야기이 언니네 이발관의 모든 앨범에 다 담겨 있습니다. 가늠하기 조차도 너른 세상을 살아가는 작은 존재이지만 누군가의 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또 다른 보통의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에 관한 작은 이야기들. 언니네 이발관의 각 앨범을 살펴보면 이런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곡들이 있습니다(물론 여기서 우리는 다른 곡들의 퀄리티가 나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의 곡들을 들어보면 음악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각 앨범의 특징을 가장 명징하게 뽑아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래 곡들을 쭉 이어 놓고 보면 언니네 이발관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작은 이야기들의 틀이 완성됩니다.




1집 <마음의 제국>


 

<미움의 제국>

나에겐 소원 하나 있어 좀 물어봐 줘

죽이고 싶은 누가 있어 넌 모를거야

어쩌면 그래 나를 보는 저 눈을 보면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넌 나를 믿고 사는구나 너 이걸 아니

죽이고 싶은 누가 있어 넌 모를거야

어쩌면 그래 나를 보는 저 눈을 보면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넌 바로 나였어 넌 바로 나였어



넌 바로 나였어 넌 바로 나였어





미움의 제국이란 나라 안에서는



이 사람도 싫고 저것도 싫어



어쩌면 그래 나를 보는 저 사람들도



내가 싫어하는 것처럼

날 싫어할까



날 미워할까



그래도 난 상관없어

나에겐 소원 하나 있어 좀 물어봐 줘



죽이고 싶은 누가 있어 넌 모를거야



어쩌면 그래 나를 보는 저 눈을 보면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넌 바로 나였어 넌 바로 나였어



넌 바로 나였어 넌 바로 나였어

널 알았으니 널 알았으니



넌 바로 나였어 넌 바로 나였어



너 이제 알았어 넌 바로 나였어

다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



처음부터 그 곳은 너를 미워해

1집에 실린 <마음의 제국>이란 곡입니다. 정말 풋풋했던 시절이었던 1996년에 발표된 앨범 <비둘기는 하늘의 쥐>에 실린 곡인데 기타 팝의 성격이 두드러진 곡입니다. 그런데 나름 프로그레시브한 면모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엉성한 부분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가사를 살펴보면 언니네 이발관이 추구하고자 하는 작은 이야기들의 핵심 내용들이 잘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20대 초, 중반의 삶을 살아가는 남성 주체들이 거칠게 발화할 수 있는 그런 작은 이야기들.
2집, <어제만난 슈팅스타>, <인생의 별>, <청승고백>


https://youtu.be/GcpHAdQxSlQ


언제들어봐도 명반인 2집에서는 <어제만난 슈팅스타>, <인생의 별>, <청승고백>이라는 곡을 뽑고자 합니다. <어제만난 슈팅스타>에는 삶이 막막해서든, 아니면 연애에 실패해서든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앞이 보이지 않는 칠흙과 같은 어둠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는 마치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3km나 되는 칠흙과 같은 터널을 너무도 막막한 채로 아무런 불빛도 없이 가슴과 목이 턱턱 막힌 채로 울면서 달리는 사람의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멜로디는 유려하고 리듬은 빠르고 박진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달리 매우 서글픈 가사가 이율배반적으로 들립니다. <인생의 별>이라는 곡에는 “누군가의 별”이 되고자 하는 어떤 존재의 꿈이라는 모티브가 처음 나옵니다. 이 모티브는 이후로 다른 앨범에서도 직, 간접적으로 활용됩니다.


<청승고백>은 <후일담>으로 명명된 2집 앨범의 성격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입니다. 이 곡은 이미 회색빛으로 바래져가는 실패를 맛 본 20대의 끝자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미래의 어느 시점에 위치한 화자의 입을 현재적 시점으로 끌어와서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합니다.




3집, <헤븐>, <울면서 달리기>, <2002년의 시간들>


https://youtu.be/-GcbewQNw1o


3집은 저주받은 명반이었던 2집이 찬란하게 실패한 뒤 3년 만인 2002년에 발표된 앨범입니다. 전체적으로 통통 튀고 밝은 분위기가 인상적인 앨범입니다. 정무진(베이스), 이능룡(기타), 전대정(드럼)이라는 꿈의 3기 라인업이 형성된 시기도 이때 쯤 입니다. 음악적 스타일도 기타 중심에서 신디사이저 중심, 즉 기타팝에서 신스팝으로 옮겨 갑니다.


3집에서는 여러모로 보아서 5집과 6집, 그리고 더 나아가 언니네 이발관이 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이야기들의 원형이 쓰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헤븐>, <울면서 달리기>, <2002년의 시간들>과 같은 곡들에서 그런 원형이 잘 나타납니다.




4집, <순간을 믿어요>, <천국의 나날들>


https://youtu.be/cou0PfdpHSA


4집은 2005년에 발표된 앨범으로 멜로디나 사운드는 밝은 곡들이 많은 앨범입니다. 무엇보다도 사운드의 공간감을 최대한으로 살리기 위한 실험들이 곳곳에서 엿보이는 앨범입니다. 하지만 4집은 언니네 이발관, 특히 이석원의 친구이자 정신적 버팀목이었던 이상문의 죽음 이후에 제작된 앨범입니다. 이상문은 윤병주가 리더로 있던 노이즈 가든의 베이스 주자로서 언니네 이발관 2집에서 베이스를 치기도 했습니다.


<천국의 나날들>은 그런 슬픔이 모두 전해져오는 곡입니다.


https://youtu.be/ugoBZlVJW2E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가고 있나요

그중에 단 한사람 나를 믿는 나의 친구 이제 멀리 가려해

당신이 아니어도 나는 괜찮아 그대 나를 떠나요



그대를 잊을게요 나는 괜찮아 그대 멀리 잘가요



사랑이라 했나요 이렇게 아파하는데



그대를 잊을게요 나 너무 사랑하는데

잊으려 난 잊으려 애를 쓰네 안되는줄 알지만



그대를 따라서 나는 가네 그대는 너무 멀리 가려고 하네

당신이 아니어도 나는 괜찮아 그대 나를 떠나요



그대를 잊을게요 나는 괜찮아 그대 멀리 잘가요



사랑이라 했나요 이렇게 아파하는데



그대를 잊을게요 나 너무 사랑하는데

1993년 12월부터 2003년 8월 18일까지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이 바로 천국의 나날들이었어



이젠 태양이 되어 나를 비춰줘

당신이 아니어도 나는 괜찮아요



그대를 잊을게요 나는 괜찮아요



그대 나를 잊고서 어디로 그리 멀리 가나요



그대 나를 볼수는 없는가요



5집, <가장 보통의 존재>, <산들 산들>

6집,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 <영원히 그립지 않을 시간>, <홀로 있는 사람들>, <혼자 추는 춤>



5집과 6집 앨범은 이란성 쌍둥이 같은 곡입니다. 언니네 이발관이 음악적으로 하고 싶었던 궁극적인 이야기들이 모든 것들이 이 두 가지 앨범에 담겨 있습니다. 물론 그것의 원형은 3집에 숨어 있다고 해도 무방하지만 말입니다.


5집에서는 <가장 보통의 존재>, <산들 산들>를 꼽고자 합니다. 특히 <산들 산들>은 4집을 발표하면서 소망하고자 했던 ‘순간의 것을 믿는 것’, ‘그것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것으로 간직하는 것’이 무효로 돌아가버린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의 인생의 별(이 모티브는 2집 앨범의 <인생의 별>에서 따온 것입니다)이 되기엔 너무나 평범한 자신을 자책합니다.


그렇지만 그 자책은 유약한 자아에 대한 성찰을 하면서도 나에게 주어진 길을 나아가는 데에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티브는 6집의 <영원히 그립지 않을 시간>에서도 반복됩니다.


5집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가 보편적 존재로서의 ‘나’와 ‘너’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헤어짐의 연기적 관계성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면, 이번 마지막 앨범은 그런 보편적 존재로서의 ‘나’의 특이성 또는 단독성이 보다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강조는 가장 보편-특이적 존재로서의 홀로 있는 ‘나’가 또 다른 ‘나’ (혹은 ‘너’)와 함께 손을 맞잡고, 혼자 추는 춤이지만 함께 추는 춤으로까지 나아갑니다.


이번 마지막 앨범은 언니네 이발관이 <가장 보통의 존재>에서 충분히 다루었지만 다루지 못했던, 그리고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에서부터 마지막 앨범인 6집 <홀로 있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음악의 궁극적 지향에 이르는 주제를 온전히 펼쳐내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트랙인 <혼자 추는 춤>은 지금까지 발표된 언니네 이발관의 모든 곡들 중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첨예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오직 언니네 이발관의 방식으로 말입니다. 그 마지막 곡에서 그들은 음악적으로 ‘쇠진한 인간들’이 할 수 있는 가장 극단의 것을 이끌어 냅니다.


전 이 마지막 곡 만으로도 언니네 이발관은 대한민국의 대중음악사에서 또 다른 큰 획을 그었다고 자부합니다. 그들은 이번 마지막 앨범에서 아직도 홀로 있으면서 외로운 춤을 추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춤을 출 수 있는 그런 곳을 꿈꾸지 않았나 싶습니다.





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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