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기사에 대한 반론 : 학종에는 ‘최악’의 근거도 있다 – 수다피플

 

인정하자. 어떤 전형이든 가정 배경과 돈의 힘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주 비교육적인 말이지만 ‘최고의 교육은 1:1 과외’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돈을 바르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높은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전제에서 밝혔듯, 이 불평등은 수능을 이러쿵 저러쿵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다만 어느 것이 덜 나쁜지, 문제를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는 것인지 고를 수 있을 뿐이다.

딱 그 정도에서, 나는 학종이 수능보다 ‘덜 나쁜’ 제도라고 생각한다.

 

 

과연 학종이 ‘가정 배경과 돈의 힘’의 영향에서 ‘덜 나쁜’ 제도일까? 글쓴이는 그 근거를 우선 학종의 사교육 밀착도가 낮다는 논문에서 찾고 있다.

 

먼저 전체 학생들의 응답이 과연 진실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진실하지 않을 가능성은,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응답은 회피하고자 하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생긴다. 사교육으로 떡칠해왔던 학생이 ‘자신의 입학 원인은 사교육’이라고 솔직하게 답변한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사교육 지출 비용에서 수능과 내신을 위해 과반수가 ‘2년 이상 50만원 내외의 비용’을 지출했다고 하는데… 2달도 이상한데 무려 2년 동안 50만원이라고? 이거보단 김기춘이 ‘늙어서 3-4일밖에 기억이 안난다’는 김기춘의 말이 더 신빙성 높다. 어쨌든 검증 불가능하니 일단 인정해보자.

 

핵심적인 부분은, 학생들이 받은 사교육의 영역이 무엇인지가 나와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형학원의 인터넷 강의는 사교육인가? 이건 꽤 저렴한 편이지만 어쨌든 공교육 영역은 아닐 거다. 그리고 일반적인 대형강의, 팀별 수업을 생각해보자. 좀 비싸지긴 한다. 하지만 학종은 오직 1:1만 존재한다는 점이 다르다. 학생이 둘만 돼도 진로 컨설팅이든 자소서든 동시에 소화할 수 없다. 당연하잖은가?

 

그렇다면 사교육 참여 비율에 있어 ‘수능 90.8%’(인터넷강의, 대형강의, 팀별수업, 1:1 등) 와 ‘학종 77.6%’(1:1)을 ‘소요되는 비용’으로 추산하면, 실상 학종이 더 높을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학종은 고3 때 1년이 다라고 주장한다면, 수능 역시 그렇게 말하긴 힘들다. 고 1, 2학년 때의 국영수 사교육은 ‘내신 대비’라고 봐야지 ‘수능 대비’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런 저런 변수를 다 고려하기 힘드니 다시 초점을 맞춰보자. 글쓴이가 학종을 ‘덜 나쁜 전형’으로 주장하는 이유는 ‘가정 배경과 돈의 힘’의 영향이 그나마 적게 작용한다는 근거에서였다. 하지만 논문을 믿어준다고 해도, 총비용이 과연 적을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사실 자소서는 1회성이기 때문에, 전체 사교육 시장에서 학종 전문의 학원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이다. 그러니 사교육의 영향력이 적다고 얘기해도 된다. 그런데 글에서 나오듯이, 교과성적에 부담을 느껴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응답이 74%였다. 여기에 근거하면, 학생부 교과전형 및 종합전형에서 사교육이 가장 크게 유발된다, 또는 고교 생활 전반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다는 결론도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정시 전형은 교과 10% 내지는 0% 반영이니 가장 적다.

 

이 부분에서 다시 글쓴이의 대목을 인용해보자.

 

학종은 교과 내신뿐 아니라 교내 수상내역, 동아리 활동, 독서, 봉사 등 ‘교육 과정’을 복합적으로 평가한다. 컨설팅 업체에서 뻔지르르한 포트폴리오와 자소서를 가져간다 한들, 본인 것이 아니면 소용없다. 페이퍼를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페이퍼 참고해 면접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니. 

 

학종을 대안으로 내세우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주장인데,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숙지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학종이 ‘복합적으로’ 본다는 교육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다.

 

이 기사의 댓글에도 나와 있지만, 교내 수상내역이나 동아리 활동이 완전히 오픈돼 있지 않다. 이과의 경우에, 좋은 실험기재는 일부 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엔 당연한 면도 있다. 공부 못하는 애들은 교과 지식을 확인하는 정도의 실험도 버겁다. 응용 및 창의적인 실험을 할 수 있는 학생의 범위는 제한되어 있다. 만약 완전 오픈된다면, 실험이 1회성이면 모를까 중장기 프로젝트라면, 결과를 제대로 낼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런데 의미 있게 평가되는 활동은 대개 중장기 프로젝트다. 물론 우리나라 고등학교가 전체 학생 수에 맞춰서 기자재를 완비하고 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당연하지 않은 면은, 이 ‘제한된 학생의 범위’가 사실상 1학년 1학기 때 성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일종의 특별반 내지는 특별동아리를 운영하는 것이다. 현재의 학종 방식은 자신의 학업 흥미와 관심을 꾸준히 이어온 학생을 선호한다. 이를 감안하면, 나중에 성적 오른 학생을 여기에 포함시켜줄 이유가 없다. 그냥 유지하면 1명이 유리해지는데, 중간에 섞어 버리면 2명 다 이도저도 아닌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교육 효과가 크지 않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글쓴이가 말한 ‘가정 배경과 돈의 힘’의 영향은 오히려 이 점에서 커진다. 바로 그 힘으로 인해, 어떤 학생이 성적이 떨어졌음에도 특수반 활동을 할 수 있고, 반대로 누군가를 제치고 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수반처럼 운영되는 동아리 조원 수의 문제를 보완하는 것이 ‘자율동아리’인데, 2-3명만 돼도 단기 프로젝트의 동아리를 운영할 수 있다. 그러니까 끼리끼리 모여 단기활동의 동아리를 만드는 셈인데, 여기엔 지도교사가 배정돼야 하고 목표수립, 과정, 결과까지를 조언하고 감독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싹수 있는 애들 몇 명 지목해서 교사가 주제를 던져주는 경우가 더 많다. 그 싹수 있는 애들은 위의 ‘제한된 학생의 범위’ 안에서 뽑힐 가능성이 매우 매우 높다.

 

그리고 독서와 봉사를 복합적 평가 요소에 넣는 걸 ‘명목적’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 요소라고 생각한다면, 학생생활기록부를 제대로 안 본 사람임에 틀림 없다. 수가 적더라도 진실되게 봉사활동을 하고, 책 읽기 좋아하는 학생들이 물론 있다. 그러나 지금 학생생활기록부는, 그렇게 제대로 한 학생이 손해보는 구조다. 이 문제에 맞닥뜨릴 때마다, 나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어차피 다 이렇게 가짜구나’를 일찍부터 터득하게 하는 현재의 학종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면접 평가는 사실 매우 환영하는 바이다. 질문의 수준에 비례해서, 실속 없는 가짜들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면접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면접은 쉬우나 어려우나 사교육의 영향권에 들어가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논문에서 면접의 사교육 유발 정도가 적은 이유는 준비 기간이 매우 짧기 때문일 뿐이다. 또 하나 유념해야 할 점은, 학종에서도 단순 인성 면접보다는 일정 수준의 지식을 점검하는 형태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 이유는 학생생활기록부와 자소서의 내용에서 변별력이 없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교수들이 그걸 믿지 않아서다.

 

다시 글쓴이의 글로 돌아가보자.

 

2016년, 경희대가 국가장학금 수혜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학종으로 들어온 학생들의 국가장학금 비율이(45%) 수능(21%)에 비해 2배가량 높았다. 수능, 논술보다 학종이 저소득층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통념과 배치되는 결과다. 2016년 한국일보 조사 또한 마찬가지다. 가구 소득별 대입 전형을 살펴봤더니, 소득이 높을수록 학종(구 입학사정관)으로 입학하는 비율이 낮았고, 수능은 높았다. 이 역시 학종이 수능보다는 가정 배경에서 자유로운 ‘덜 나쁜’ 제도라는 데이터다.

 

 

이런 데이터를 인용하는 기사를 볼 때마다 기자에게 따지고 싶은 생각이 든다. 만약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성균관대, 서강대, 중앙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이 전부 기회균등전형만을 실시한다고 하자. 그리고 위처럼 데이터를 조사하면, 지방 학생과 저소득층의 합격률이 더 높게 나타날 것이다. 그럼 이로써 대학 입시 문제가 완화되었다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

 

위에 대해 답이 부정적이라면, 교육계에서 대놓고는 얘기하지 않는 ‘대학서열화’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들어가고 싶은 대학(일반적으로 ‘인서울’이란 말로 대신한다)에 경쟁률이 치열하고, 그 밑으로 가면 수시 전형이라도 작년도 입학성적을 친절하게 공개하며 입학생을 모시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애초에 변별력이 의심되던 학종이, 대학 서열이 좀 내려가면 아예 변별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사실상 내신이 평가의 전부가 된다.

 

지방 학생들의 경우엔 전교권으로 1점대 내신이 나오면 인서울의 학생부 교과전형을 노린다. 2점대가 되면 ‘인서울’이 어려우니 수도권으로 넓힌다. 학생회장을 했거나 특이점이 있다고 평가되는 학생은 인서울 학종도 지원할만 하다. 나머지는 복마전이다.

 

이런 현상이 의미하는 것은, 저소득층이나 지방 학생이 다수 입학하는 학종 전형은 특목고와 자사고, 서울 강남권과의 경쟁을 피한 결과라는 것이다. 대학 정원 전체 수를 놓고 보면 수가 많겠지만, ‘인서울’의 범위를 놓고 보면 저소득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결코 많다고 예측되지 않는다. 왜 경쟁을 피하느냐고 묻는다면, 역시 대놓고 얘기하지 않는 ‘고교등급제’가 존재하기 때문이고, 이것이 ‘가정 배경과 돈의 힘’이 오래도록 쌓아온 결과물이라고 대답하겠다.

 

경희대의 국가장학금 수혜율 역시 나는 반대로 분석하고 싶다. 특목고, 자사고, 서울 강남권에서는 학종으로 경희대를 지원하는 경향이 적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가령 서울 소재의 과학고에서 학종으로 경희대를 지원한다는 것은, 전교 꼴찌라도 마다하는 짓이다. 강남의 일반고에서도 경희대에 학종으로 지원하려면 그래도 내신 3점대 초반은 돼야 하는데, 그렇다면 중앙대나 성대도 쓰고 볼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학생들은 수능 성적이 더 나을 확률이 높아서, 정시로 성균관대를 노리거나 상위 대학의 단기 논술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경희대 붙어도 재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정도로 눈높이가 다르다. 주위에 특목고 다니는 누군가는 있을 테니 한번 물어보시라. 중앙대 들어가면 좋겠냐고 물으면 그러느니 재수하겠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경희대 학종 입학자의 가정 소득 수준이 낮은 게, 대학 서열을 감안하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중앙일보 역시 재미난 데이터를 근거로 학종 확대를 주장했었다. 2017년 3월, ‘리셋 코리아’라는 주제로 특별취재팀을 꾸려 교육 정책 전반을 점검했다. 그 일환으로 현재 29%인 서울대 정시 비중을 50%로 확대한 결과를 시뮬레이션해 공개했다. 그 결과, 수능을 확대하면 일반고 합격생은 줄고, 자사고와 외고, 강남 학교의 합격자수가 대폭 증가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자사고가 그토록 학종을 싫어하고, 학종 때문에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위 시뮬레이션의 대상은 서울대다. 입시에 있어 서울대는 특이점이 있다. 무슨 전형을 쓰든 결국 지식 수준이 변별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시쳇말로 결국 똑똑한 놈이 서울대 들어가는 것이다. 관건은 그 ‘똑똑한 놈’을 어떤 방법으로 뽑느냐일 뿐이다.

 

현재의 서울대 입시는 수시 비중이 80%에 달한다. 1차 서류로 1.5~2배수 정도로 면접 인원을 걸러내는데, 이를 이용해 서울대는 특목고 출신의 입학에 제한을 두고 있다. 결코 겉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일종의 TO가 있는 셈이다. 또 학종이라고는 하지만 교과 내신의 강력한 변별력으로(1점대 초반이 아니고선 힘들다) 사실상 학교별 지원인원수를 제한하고 있다. 서울대만 놓고 보면 강남권 학교 가느니 지방에서 전교 1등하는 게 훨씬 낫다. 서울시립대의 경우에도 학교장 추천으로 인원수를 제한하고 있다. 두 대학은 고교등급제를 무력화시키는 수단을 쓰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고교등급제를 반영하는 현재의 학종을, 서울대의 경우를 놓고 유불리를 얘기할 수가 없다.

 

특목고도 모두 같은 게 아니라서, 과학고의 경우엔 수학과 과학에 특화된다는 문제가 있어 정시에 불리하다. 지금 과학고 학생들의 국어 수준은, 고등학생 전반적으로도 그렇긴 하지만, 정말 어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과학고 내의 내신 성적으론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고, 별의별 수행평가와 동아리 활동을 해대는 통에 학종에선 유리하다. 서울대의 구술면접은 심화 수학이니까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정시로 들어가면 국어가 발목을 잡는다. 이에 비하면 외고 학생들은 수학을 못하지만, 국어 점수 올리는 것보다는 수학 점수 올리는 편이 더 쉽다. 어쨌든 외고 애들이 수학 못하는 정도보다도 과학고 애들이 정말 형편없게 국어 못한다고 보면 된다.

 

자사고라고 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종에 들어가는 동아리 활동의 양과 질에 있어 상당수의 자사고는 특목고를 따라갈 수 없다. 그와 비교하면 수능 영역에선 어쨌든 ‘똑똑한 놈’이 있기 마련이다. 좀 가려서 이해해야 할 것이, 자사고에서 툴툴대는 역차별은 특목고와의 비교에서 그런 것이지, 전반적으로 비교하면 학종에서 일반고보다는 유리하다. 그리고 서울대 입시는 이것과는 전혀 별개의 현상이다.

 

마지막으로 글쓴이는 이렇게 글을 맺고 있다.

 

실은 지금까지 제시한 데이터는 교육의 ‘계층이동 기능‘의 측면에서 학종을 살펴본 것이다. 나는 이것보다 ‘교육의 목적‘ 측면에서 학종이 교육 현장에 기여하는 바가 크고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학종 전형 관련된 글을 쓴 적이 있다. 당시 내가 우려했던 점은, 학종이 ‘권위에 복종’시키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변하지는 않았다. 학종에 신경쓰는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선생님에게 찍혔다가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무슨 부정적인 언급이 들어가서가 아니다. 블랙리스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학종에 가장 심층적인 연구를 해온 대학은 서울대다. 서울대의 학종 연구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학생생활기록부의 행동발달사항 및 특기사항의 기재에서 교사의 심층적인 평가가 구체적인 어휘로 나타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엇을 이수하고 발표했다는 단순 사실의 나열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당연히 이런 부분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선생님의 지시에 일방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 서울대의 이 연구보고서는 사실 이 문제보다도, ‘과연 교사가 이렇게 할 수 있는가’라는 원초적인 의문을 떠올리게 하지만… 여기서는 논의하지 않겠다.

 

내가 읽기에는, 글쓴이는 서두에 말한 ‘가정 배경과 돈의 힘’으로 벗어나, 학생 자체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여러 활동을 접할 수 있고 그 과정을 평가하는 학종이 입시 전형으로 차악의 선택이라고 주장한다고 여겨진다. 사실 무슨 시스템을 도입하든 차악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본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학종이 차악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최악과도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학종을 지지하는 주장에는 이런 공통점이 있다.

 

첫째로 대학 서열, 고교등급제의 현실상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어느 대학을 가도 좋은 현실에선 관계 없겠지만, 선호 대학이 뚜렷하다면 전체 대학의 현상으로 입시의 유불리를 설명할 수 없다. 특정 대학의 데이터는 그 대학이 위치한 서열을 감안하지 않으면 왜곡된 해석을 낳는다. 그러면서 특목고나 자사고가 학종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외면한다. 이렇게 현실을 무시한 주장은 공염불일 수밖에 없고, 이에 기초한 정책은 해당 학년 학생들과 학부모의 스트레스만 가중시킨다. 현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반발을 ‘님비’로만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사고 학부모들이 시위를 한다고 지방 일반고에서는 만세를 부르리라 생각하고 있는 건가? 나 역시 특목고 극소화와 자사고 폐지에 찬성인 입장이지만, 그것이 지방과 저소득층에 유리하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최대 수혜자는 강남 8학군이다.

 

둘째로 교육과 소득의 악순환 문제를 사교육의 억제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같은 단체의 주장이 이런 식인데, 사실 이 단체는 사교육만 관련되면 비상식적인 주장도 서슴없는지라 정말로 교육에 관심이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 이러한 주장에서 찾을 수 있는 문제의 핵심은 사교육 억제로 공교육이 정상화된다는 믿음이다. 내 생각엔, 공교육 정상화가 사교육 억제의 방법이다. 그러니까 교사들이 ‘진정으로’ 양적인 확충이 되고, 질적으로 우수해질 때 사교육의 영향력은 적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주장들은 사교육에 불리한 정책을 궁리하기는 하지만, 지금 학교가 가진 수많은 문제들, 그러니까 내가 학교를 다녔던 약 30년 전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은 ‘적폐’를 손대지 않는다. 당장 이번 달에도 성추행 교사가 보도된 게 몇인가? 학종 때문에 촌지가 부활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가? 학종이 사교육의 영향력이 가장 적은 전형이라면, 학종을 못 미더워하는 이유는 학교와 교사에게 더 크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지적과 보도는 이상할만큼 적다. 내 생각엔, 학교의 적폐는 군대의 문제와 똑같다. 안정적인 철밥통을 찬 자들이 서로를 위하며 문제를 덮고, 이곳을 거쳐가는 의무병들에게 ‘안전하고 위생적이며 지덕체의 인성을 함양케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는 뻥을 친다. 그러면서 비판에 접하면 상명하복의 권위를 조직의 특성이라 강조하며 이를 강화할 방법만 찾는다.

 

나는 수능 줄세우기를 전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 근거를 말하자면 최소한 수능 점수엔 거짓말과 허위포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고민 없이 학종으로 학업 전반의 과정에 대한 복합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접하면, 나는 뉴스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설날 아침의 거센 눈발 속에서 눈을 무릅뜬 최전방 병사가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적의 침입을 철통방어하고 있다는 인터뷰다. 그는 인터뷰가 끝나고 포상휴가를 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느니 사격 점수로 휴가 보내는 게 깔끔하지 않은가.

 

결론을 내자. 학종의 순기능이 있겠지만 한편 학종이 최악이라는 근거도 댈 수 있다. 학종이 있는 걸 반대하지는 않지만, 의도적으로 확대하는 건 반대한다. 사실 지난 정권에서 입학사정관을 시작으로 이미 지나치게 확대시켜온 것이 학종 문제의 시발점이었다. 그러니 대학에서 알아서 하게끔 특정 전형을 밀어붙이지 않았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학종을 축소시키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 정부에서는 너무 성급하게 나오는 느낌이다. 대선 공약과 토론을 통해 봤을 때, 나는 대통령이 수시와 정시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보았다. 대통령이 특정 분야에 취약할 수도 있으니, 교육 정책을 추진한다면 소통과정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러리라 믿었다. 아직은 그렇게 믿고 있다.

 

from 딴지일보 RSS http://www.ddanzi.com/19004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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