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 수다피플

지난 주 일요일 우리 딸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

 

휴대폰을 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휴대폰 – 정확히는 스마트폰- 없는 삶이 너무 고달프다고 매일 같이 이야기 했고

 

같은 반에 스마트폰이 있는 딸의 친구 이름을 거의 외울 지경이었다.

 

스마트 폰의 폐해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나 – 스맛폰 때문에 아무것도 못해- 는

조금이라도 사주는 시기를 늦출려고 하였으나 조건으로 내 세웠던 ‘센 수학’ 도 다 풀었고

하필이면 애 생일도 겹쳐 어쩔 수가 없었다.

 

사기로 약속한 2일 전 금요일 부터 아이의 마음은 붕 떠 있었다.

 

휴대폰 사러 가는 길에 평소에 하지 않던 팔짱도 껴 주고 손도 잡아 주었다.

 

뽀뽀도 해달라면 해 줄거 같은 근래 보기 드문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평소 아이폰을 동경하던 내 딸은 

 

‘아이폰을 가지고 있어야 애들이 멋있게 봐’

 

라며 아이폰을 원하였다.

 

물론 스맛폰이 필요해서기도 하지만 과시용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밝힌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행히 최근 아이폰6가 청소년 요금으로 나와서 아이폰으로 사기로 했다.

 

아이폰이 딸 손에 쥐어주는  순간 최근 1년 동안 나는 그렇게 밝은 우리 딸의 얼굴을 본적이 없다.

 

첫 통화는 당연히 내가 했다.

 

 

 

갑자기 20년 전 첫 여자 친구의 얼굴이 떠 올랐다.

 

그 때는 IMF 직후 였고 나는 시골 보건소에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보건지소에 있었다.

 

보건소는 비록 시골이지만 버스도 다니고 택시도 있고 결정적으로 011,017은 물론 016,018,019 까지

모두 다 잘 터졌다.

 

그러나 더 시골인 보건지소에서는 오직 011 만 터졌다.

 

당시 친구가 삼성전자에 다녔는 데 그 친구 덕분에 삼성 휴대폰과 SK telecom 을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 번호는 정말 자랑스러운 011 에 검정색 삼성 브랜드의 휴대폰이었다.

 

여자 친구는 휴대폰 사기를 몹시 원했고 나는 서울에 올라가면 사주겠노라고 약속했다.

 

마침내 그 날이 되어서 우리는 휴대폰을 사러갔다.

 

여자 친구의 얼굴이 그렇게 밝은 것은 참 오랬만이었으며 평소 잡지 않던 손도 잡아주고

팔짱도 껴줬다. 뽀뽀도 해 달라면 해 줄 것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

 

당시 PCS 가 막 시작되어 팔리기 시작했는 데 PCS 는 통신료도 저렴하고 폰도 더 이쁘고 더 쌌다.

 

하지만 보건지소에 근무하는 나는 016 , 018, 019 같은 PCS 를 사면 여자친구와의 연락이 어려웠다.

 

꼭 011 을 사야만 했다. 문제는 폰이었는 데 여자친구를 설득하여

 

‘야 어차피 퀄컴 기술이야, 삼성이나 현대나 엘지 다 똑같아.’

 

그러면서  제일 싼 현대 것을 슬며시 골랐다.

 

‘ 여자는 꼭 작은 휴대폰이 필요없어. 항상 가방 가지고 다니잖아. 거기에 넣어 다니면 되고

물론 내가 전화할 때 못 들을 수도 있으니까 벨 소리는 커야겠지 ‘

 

시티맨큐.jpg

 

 –> 대략 이런 느낌 그 이름하여 시티맨 큐.. 벽돌 크기이고 단단해서

      유사시 호신용으로 쓸 수도 있었다.

 

 

단축 번호 1번을 내 번호로 저장하고 내가 제일 처음 전화를 하였다.

 

정말 우렁차게 소리가 울렸고 여자친구는 정말 좋아하였다.

 

삐삐에서 첫 휴대폰을 가지게 된 여자친구는 정말 행복해 했고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퀄컴의 앞선 기술 덕분에 ( 좀 무겁기는 했어도 ) 한 번도 전화가 안 된 적은 없었던 것 같고

우리는 그 전화로 3년 정도 통화를 했었다.

 

 

오늘 이렇게 기뻐하는 딸의 얼굴을 보니 20년 전 그렇게 밝았던 우리 딸의 엄마 얼굴이

떠올라서 주저리 주저리 읊어보았다.

from 딴지일보 RSS http://www.ddanzi.com/190959956

Advertisements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