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뜻대로”…뉴스 통제권 넘기는 네이버의 속뜻은? by 수다피플

flickr, Chad Kainz, CC BY

법의 지배라는 개념은 인간의 자의적인 판단을 막기 위해서 등장했습니다. 권력이 행사되는 근거를 사람이 아니라 성문화된 법에 두자는 겁니다. 그럼 이 법의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요? 대체로 법은 의회에서 만들고, 의회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에게서 신임을 받은 대표들로 구성됩니다. 국민으로부터 오는 거죠. 법은 이렇게 정당성을 확보합니다.

대부분 국가공동체는 이런 민주주의의 원리로 구성됩니다. 민주주의가 그 자체로 꼭 좋은 결과를 담보하는 제도라서 사용되는 건 아닙니다. 결과란 어떻게 보면 처음 의도 외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온전히 제어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닙니다. 때문에 이 의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적인 정당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 거죠. 민주주의의 장점은 이 정당성에 있습니다. 물론 역사적인 경험에서 숙의의 요소를 갖춰 보완된 민주주의가 대체로 좋은 결과를 내왔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수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영향을 끼치는 문제를 다룰 때는 예상되는 결과보다 정당성이 중요할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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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이면서 공적인 언론과 네이버

특히나 다수, 공공에 영향을 미치는 원칙과 제도를 설정하는 문제는 무척 어렵습니다. 네이버와 언론사 간의 관계가 수많은 밀당과 갈등의 끝에 결국 어렵게 조정되고 틀어지는 과정이 반복되는 이유입니다. 네이버와 언론사의 관계는 단순히 두 개의 사적 부문 간 갈등에 그치지 않습니다. 언론은 사기업이지만, 단순한 사기업이 아닙니다. 일정 부분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이버도 그냥 인터넷 서비스라고 하기엔 준공공부문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정도로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뉴스 콘텐츠를 다루는 문제는 더 이상 사기업이 사용자를 유입하기 위한 전략의 수준에 머무르지 못합니다. 사회의 어젠다를 형성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포털 뉴스의 문제는 국민이 볼 뉴스 콘텐츠를 매니징 하는 문제가 됩니다.

여기서 생기는 갈등의 주제는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편집권’입니다. 언론은 아닌 포털 서비스사가 언론이 행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다른 하나는 ‘돈’입니다. 네이버가 뉴스 콘텐츠에 제값을 주고 있지 않다는 주장 말입니다.

편집과 관련해서 몇 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뉴스스탠드 전에는 ‘뉴스캐스트‘라는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네이버가 사실상의 편집권을 행사하는 상황을 두고 외부에서 말이 많자 도입한 서비스입니다. 뉴스캐스트는 제휴 언론사가 네이버 메인화면에서 직접 편집하고 발행하는 뉴스 서비스였습니다. 언론사가 자사 뉴스를 선택해 올리면 네이버 초기화면 ‘뉴스박스’에 노출되는 방식입니다. 이용자가 언론사를 선택하면 해당 언론사가 나오지만 그렇지 않으면 네이버 제휴 언론사 뉴스가 무작위로 돌아가며 노출됐습니다. 이 서비스 결과, 한국의 저널리즘은 대폭 후퇴했다는 게 중론입니다. 트래픽 경쟁이 붙어 언론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를 남발했습니다. 물론 네이버가 짠 판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긴 하지만, 언론에게 편집권을 넘겨 준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결국 이 선정성 해소를 위해 뉴스캐스트는 사라지고 뉴스스탠드가 나왔습니다. 언론사 트래픽은 폭락했고 네이버 편집의 비중이 다시 올라갔습니다. 이런 식으로 갈등이 지속돼 왔습니다.

돈 문제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6월15일에는 한국신문협회 창립 기념 발행인 세미나가 있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포털 뉴스 서비스에서 뉴스 저작물의 기여도에 관한 계량적 분석’이란 제목의 주제발표를 했습니다. 요지는 포털 체류 시간의 40%가 뉴스 이용 때문이니, 포털 광고 수익의 40%는 뉴스 덕분이며, 이런 논리로 산출된 적정 전재료는 3528억원 수준이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포털이 언론사에 지급하는 전재료는 개별 언론사의 계약이라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지만, 대략 3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민호 교수의 산출치와 대략 10배 차이죠. 입장 차이가 이렇게나 큽니다. 당연하겠지만, 네이버는 이런 언론 측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입장입니다. 광고 매출의 상당 부분이 뉴스와 직접 관계가 없으며, ‘체류시간 40%’란 연구결과도 실제론 훨씬 안 되고, 전재료 등으로 뉴스는 지금도 충분히 적자라고 말했습니다.

네이버 뉴스, 사용자를 전면에 세우다

사용자가 없는 서비스는 없습니다. 서비스에서 사용자의 위상은 국가에서 국민의 그것과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네이버는 이 끝없는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서 ‘사용자’를 꺼내 들었습니다.  네이버의 주인이야 주주이지만, 적어도 서비스를 활용하는 주체는 사용자입니다. 사용자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보통의 서비스라면 정말 공기처럼 당연하며, 반박하기 어려운 정당한 개념입니다. 네이버가 지난하게 끌어온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금 강조하는 개념은 ‘사용자’입니다. 네이버는 지난 7월5일 언론사 제휴 담당자들을 초청한 ‘미디어 커넥트데이 2017’에서 이런 생각에 입각한 네이버뉴스의 개선안을 공개했습니다.

네이버 뉴스편집 개선 방향

  1. 현재 편집 방식
  2. 외부 전문편집자(생산자 편집)
  3. AI 추천(네이버 ‘에어스’)
  4. 사용자 구독
  5. 사용자 피드백(많이본, 댓글많은, 공유많은 등의 랭킹 활용)
  6. 사용자 추천(이 콘텐츠를 메인으로 보내기)

알고리즘 자동 추천을 좀 더 상세하게 보겠습니다.

  1. ‘개인 관심사 추정’ : 네이버 뉴스 기사 소비 데이터(메인, 검색, SNS, 외부유입클릭 등)을 기반으로 시간에 따라 변하는 개인의 관심사를 추정한다.
  2. 기사 소비 패턴(체류시간, 클릭, 리퍼러 등)를 분석해 추천에 적합한 세대/성별/주제 등을 판별
  3. 추천 대상 문서와 유저 시퀀스 학습 딥러닝 기술(Doc2Vec, RNN 등)을 이용해서 추천 대상 문서와 유저 시퀀스를 학습하여 추천에 활용
  4. 추천 에이전트 구축 : 강화 학습을 통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추천 Agent를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

‘사용자’, ‘유저’가 강조된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외에 말이 많은 메인 편집도 사용자 추천 뉴스를 활용합니다. 기사 하단에 ‘이 기사를 메인으로 추천’ 카드를 넣고, 최근 48시간 동안 메인에 반영되지 않은 기사 중 사용자 추천이 많은 기사를 배열하겠답니다.

이전부터 지속해온 주제판 편집도 확대됩니다. 이미 네이버는 다양한 주제판을 구성해놓고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배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추후에는 하나의 판 안에서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배치할 수 있게 변경할 계획입니다. 예컨대 기본 편집이 ‘네이버 현재 편집 – 사용자 구독 – AI 추천 – 사용자 피드백(랭킹)’ 같은 순서였다면 이를 ‘사용자 피드백(랭킹) – 네이버 현재 편집 – AI 추천 – 사용자 구독’ 순으로 바꾸는 식입니다.

아예 네이버 ‘MY 판’에 사용자가 고른 외부 사이트도 넣을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렇게 외부 사이트를 넣는 비율은 9.4%로 적잖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언론사 페이지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뉴스 콘텐츠 생산자의 책임도 강조됩니다. 정확하게는 뉴스 콘텐츠 생산자가 사용자의 선택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구조로 바뀝니다. 네이버는 “외부 전문가 편집가치가 반영되는 서비스 구조로 바꿔가겠다”라고 밝혔으며, 기자별 페이지 활성화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알렸습니다. 네이버 플랫폼에서 좋은 기자를 인지하고, 사용자의 구독을 높이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아까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돈’이라고 했습니다.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수익적인 보상이 안 따라올 수 없습니다. 첫째가 광고수익 배분이고, 둘째가 ‘구독펀드’입니다. 광고수익 배분은 네이버 편집 방식 중 현재 방식의 편집면에서 생기는 수익을 제외한 생산자 편집, AI 추천, 사용자 구독 및 피드백 등의 영역에서 플랫폼 비용 30%를 빼고 이뤄집니다. 플랫폼 비용 30%도 네이버가 가져가지 않겠다고 공언했습니다. SNU팩트체크 기금으로 쓰거나 언론사 주요뉴스 편집 운영비로 쓴다고 합니다. 사용자의 선택을 많이 받은 언론사를 위한 연 100억원 규모의 구독펀드도 운용합니다. 정리하자면 기존에 주던 전재료에 거의 전재료만큼의 돈을 더 얹어서 주겠다는 이야기고, 구체적인 운영방식이 나오진 않았지만 핵심은 ‘그 돈을 가져가려면 언론사가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노력을 해라’가 되겠습니다.

저널리즘이라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온 네이버의 선택은 결국 사용자입니다. 서비스 운용의 근거에 사용자를 뒀습니다. 편집도 ‘사용자’가 중심에 있고, 수익 배분의 중심에도 ‘사용자’가 있습니다. 서비스에서는 어디에 가져다 붙여도 손색없는 말이 사용자입니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기술적으로 사용자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그러면서도 뉴스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을 크게 해치지 않는 준비를 해 왔겠죠. 언론사 입장에서는 영 탐탁치 않지만, ‘사용자가 선택한다’는 명분 앞에서 얼마나 괜찮고 그럴듯한 반박이 맞설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서비스에서 사용자의 뜻, 사용자의 선호는 마치 국가에서 국민의 뜻과 유사한 위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언론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네이버는 협상 대상이지만, 사용자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간 언론사는 네이버와의 협상을 통해 언론사 콘텐츠를 소비하는 숫자를 조정해왔고, 사이트로 유입되는 독자 숫자를 조율해왔고, 사용자당 수익을 올리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여기서 네이버가 빠져버리면 언론사는 누군가의 탓을 하기 어려워집니다. 네이버는 네이버가 갈등에서 빠지는 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스틸컷(출처 : 네이버 영화)

언론사의 선택은?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세계를 지키겠다고 나선 슈퍼 히어로들은 정의롭게 행동한다고 했지만, 세계적으로는 누구의 제어도 받지 않으면서 국가 하나는 우습게 날려버릴 수도 있는 그런 불안정한 무력 취급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나온 게 히어로의 행동에 제약을 거는 ‘소코비아 협정’입니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는 이런 말로 친구들을 설득하려고 합니다.

“우리 마음대로 결정하는 건 안 돼. 우리는 관리 받을 필요가 있어. 결과가 어떻든 나는 수용하겠어. 만약 우리가 제한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통제 바깥에 있는다면, 우리는 나쁜놈들과 다를게 없어”(There’s no decision-making process here. We need to be out in check! And whatever form that takes, I’m game. If we can’t accept limitations, we’re boundaryless, we’re no better than the bad guys.)

이 말을 들은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는 “토니, 눈 앞에서 누군가 죽어갈 때 너는 포기하지 않을 거야” 라고 말합니다.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싶은 토니는 “당연히 포기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죠.

이어서 스티브는 이렇게 말합니다.

“같은 거야. 만약 우리가 우리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이 문서는 책임을 전가할 뿐이야(We are If we’re not taking responsibility for our actions. This document just shifts the blame.)”

네이버가 어벤저스처럼 정의롭고 강력하다고 해서 이런 비유를 가지고 온 건 아닙니다. 어떤 책임과 그 책임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이처럼 어렵다는 거고, 정당성과 책임의 문제는 어떤 좋은 제도를 들고 온다고 해도 항상 남는다는 겁니다.

네이버가 천명한 이런 변화는 뉴스 콘텐츠 편집과 수익 배분으로 생기는 언론사와의 갈등 지점을 외부화하는 흐름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간 생겼던 갈등과 문제의 전면에서 네이버를 제거하는 과정입니다. 이미 뉴스 제휴는 외부인사로 구성된 ‘뉴스제휴평가위원회’로 넘어갔습니다. 네이버가 뉴스 개편을 거듭하며 ‘사용자’를 강조할수록 네이버를 향했던 비판지점들은 ‘사용자’와 ‘알고리즘’에 의해 사라지거나, 넘어가거나, 가려집니다. 네이버가 플랫폼과 서포터를 자처하는 이유는 플레이어가 되고 싶지 않다는 의지의 발화입니다.

전반적인 개편 방향이 한국의 저널리즘에 긍정적일지, 언론사에 새로운 수익모델로 자리잡을지는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결과에는 수많은 변수가 끼어들기 때문입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네이버가 이 판을 마련하는 절차를 구성하며 ‘사용자’라는 서비스 특유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진행하고 있고, 이런 방향에서 네이버의 책임은 갈수록 흐려지리라는 겁니다. 이는 사기업으로서 네이버가 취해야 할 적절한 입장처럼 이해할 수도 있고, 위치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뭐가 맞는지는 헛갈리지만, 테크 중심의 플랫폼이 주도하는 ‘사용자 저널리즘’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from Bloter.net http://www.bloter.net/archives/285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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