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저는 전직 G-Bus 기사입니다 – 수다피플





버스와 관련된 커다란 사고들이 보도될 때마다 늘 아쉬웠던 것이, 기사 개인의 잘못으로만 치부해 버리는 보도행태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쩐 일인지, 기사가 그럴 수밖에 없던 배경까지 보도되어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이게 다 대통령 때문인가?)


뉴스에서 쉬는 시간이 없네, 18시간 정도 일을 하네, 이런 말들이 많은데, 숫자를 통해서는 느낄 수 없는 더 절박한 느낌을 조금이라도 더 전달하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전직 G-Bus 기사로서, 18시간의 근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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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초보연수


면허를 따고 버스연수니 뭐니 하는 업체를 찾는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G-bus는 그런 연수도 필요 없습니다. 대형 면허 따고 한 번도 대형차 운전 안 해본 사람도, 그 사람의 상태를 봐서 운동신경이 나쁘지 않아 보이면 하위노선으로 바로 투입해서 견습 때 연습을 시킵니다. 여러분들이 항상 타고다니는 그 시내버스로요. 저도 저상버스로 처음 버스 도로연수 했습니다. 승객 태우면서요.


운동신경이 좀 나빠보이는 사람이라고 별도의 연수코스가 있지는 않습니다. 사람 별로 없고 땅콩버스 돌리는 노선에서 일하면서 연습하는 겁니다. 한 번도 대형차 안 몰아 봤어도 사람 싣고 자체연수 시키는 G-Bus의 위엄 되시겠습니다.



ㅇ 노선연습


G-bus의 노선견습에는 또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특별한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데요.


– 사고 안 나게 신호 까기

– 나의 진행방향이 빨간불일 때, 어디가 파란불인가 외우기

– 이 신호를 까면, 어디쯤 신호는 파란불이니 무조건 까야하는 신호등 외우기

– 어디의 특정 신호를 받기 위해서 최대로 밟아야 하는 구간

– 왕복 10차선 도로의 4거리 신호 까기

– 먹통인 단속카메라 외우기

– 단속카메라 미적용차선 외우기

– 역주행 구간 역주행 타이밍 외우기 (퇴근시간에 송내역에서 부천전화국까지 6분에 간다면 믿으시겠어요? 그것도 버스가…)

– 4차로 도로인데, 1차로에서 우회전들어가는 역주행 타이밍

– 꽉 막힌 도로에서 차선 바꾸는 방법 (유투브에 나온 고속도로에서 밀어붙이는 그런 무식한 방법 말고, 베테랑만의 티 안 나는 방법이 있음)

– 결정적인 3분 30초 짜리 신호의 파란불 들어오는 시간, 그걸 받지 못하면 앞 차와는 4분이 추가로 벌어짐.


뭐, 이런 걸 배웁니다. 그런데 이런 걸 하지 않으면, 앞뒤 차 간격에 문제가 생깁니다. 회사에서는 앞뒤 맞추라고 하고, 모든 기사들은 달려나가고, 미친듯이 달려야만 맞출 수 있는 간격입니다. 나중에 익숙해지고 경력이 쌓이면, 이런 시간들을 우습게 조절하기도 하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서로서로 그런 거 없이 자신의 모든 노하우와 함께 버스와 박으면 니 목숨이 날아갈까 내 목숨이 날아갈까 하는 치킨게임을 하면서 치고 나가지 않으면 그 탕에서는 개고생합니다. 이렇게 되면, 간격의 문제를 떠나서 버스 기다리던 사람들이 난리를 칩니다. 배차간격 안지키냐고. 회사도 아니고 사람들이 뭐라 합니다.


이미 인터넷에 수원-사당 77** 노선 유명하고, 일산에서 서울역 가는 10**하고 11**의 강변북로 레이스 생각하시면 될 듯. 그리고 앞뒤차의 간격도 중요한 게, 앞 차와 너무 벌어지면, 버스에 타는 사람이 많아져서 앞 차와의 간격을 회복하기가 불가능해집니다. 게다가 차고지 들어가면 바로 나와야 합니다. 그렇다고 뒷차가 붙으면 회사에서는 그 뒷차에게 붙었다고 뭐라 하니까 또 도와주기도 애매한 상황이 되기도 하고 좀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앞뒤차 간 간격도 중요합니다.


회사에서 말로는 천천히 다니라고 하죠. 하지만 왕복 랩타임을 3시간 30분을 잡는다고 하면 그 3시간 30분 안에 한 탕 해결하고 쉬고 다음 나가는 시간간격인데, 천천히 버스 운행규정 다 지켜가면서 다니면 왕복 한 탕에 3시간 40분이 걸립니다. 최대한 달려서 3시간 10분에 끊어야 그나마 쉬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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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일의 육체적 강도


많은 분들이 얘기하죠. 앉아서 운전만 하는데 뭐가 힘드냐고. 뭐 저도 사실 그럴 줄 알고 시작하기는 했습니다. G-bus는 보통 하루를 풀로 일하는 형태가 많습니다.


하위 노선은 5시 첫 차로 해서 10시 30분 정도 막차가 나갑니다.

주력 노선은 4시 첫 차로 해서 12시 30분쯤에 회차지점에서 막차가 출발합니다.

그리고 경기버스에서도 심야 타임이 있습니다. 갖다 오면 새벽 세 시 넘습니다. 근데 이 사람이 아침 6시반쯤부터 운행 시작했다는 거…


처음 일하는 사람이 겪게되는 흔한 증상입니다.


– 목에 먼지가 낀 것처럼 칼칼하고 아프고, 목소리가 안 나옵니다.

– 잠을 자려 누웠는데, 몸에 계속 진동이 느껴지고, 술취한 것처럼 머리속이 빙빙 돕니다.


앉아서 운전만 하는데, 몸이 저렇게 됩니다.



ㅇ 일의 시간적 강도 (일일)


앞서 언급했지만, 첫 차는 5시 또는 4시에 출발합니다. 하지만, 버스는 시동을 걸어놓고 에어라는 것을 채워야 움직이기 때문에 미리 나와서 점검해야 합니다. 새차는 에어가 빠지지 않으니 괜찮은데, 대부분의 경기버스는 똥차기 때문에 에어가 남아있을 리가 없습니다. 또 한겨울에는 시동이 안 걸려서 뜨거운 물 들고 뒤에 엔진룸에 가서 물 붇고, 오일 체크하고, 하물며 방전이면, 점프선 들고 뛰어야 하고 바쁩니다.


첫차라 하면, 보통 늦어도 3시반까지는 나와야 합니다. 그렇게 보통 경기도 버스는 5탕에서 7탕을 돕니다. (탕이라는 말은 중국어로 탕 “趟”을 뜻하는 듯합니다) 왕복 3시간 20분짜리 코스를 이렇게 하루 돕니다. 한 탕에 8시간짜리 시내노선버스도 있습니다. 무려 숙박도 합니다. 그 노선은 하루 2탕 반!


새벽차는 사람이 없어서 2시간이면 돕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4시간 가까이 걸리고, 그렇게 돌고 오면, 도착한 시간보다 빠른 출발시간을 배정받아서 다시 달려나가야 합니다. 쉬는시간이라고 간혹 있는데, 그 시간 중에 텀이 좀 있는 쉬는시간에는 온전히 쉬느냐, 그건 아닙니다. 가스 충전하러 가야합니다. 세차도 해야하고, 차량 점검도 해야하고, 기사가 차 몰고 다니면서 줄 서야합니다. 근데, 기록에는 쉬는 시간으로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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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일의 시간적 강도 (주간)


퐁당퐁당이 있고, 복격일이 있습니다. 복격일은 2일 타고 하루 쉬고 퐁당퐁당은 하루 타고 하루 쉬고의 반복. 복격일의 차량은 보통 5시첫 차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가장 늦게 나와도 6시 반 출발하는 게 늦은 것이고, 일찍 끝나는 차가 11시 정도. 그리고 다음날 뒤 순번으로 가서 나름 잠자고 오라고 순서를 짜죠.


근데, 5시 출발하려면 4시 반까지 와야 하고, 그 전에 집에서는 늦어도 3시 반에는 일어나야합니다. 일찍 끝나서 11시 정도면, 돈 통 털고, 주차하고, 청소하고 그러면 11시 반. 집에 가면 12시 반. 잠자면 1시에 잠들어서 바로 5시쯤 일어나서 6시까지 차고지에 가야 6시 반출발이 가능합니다.


5시간? 4시간이나 잘까 말까에요. 그렇게 이틀을 뛰면 이틀 째는 보통 막차니까 12시 반 정도 끝나서 집에 가면 새벽 2시. 이럴 때는 그냥 잠이 안 와요. 맥주 한 피쳐, 아니면 소주 한 병. 몸이 아파서 술 없으면 잠이 안 오는 걸 정말 느껴본 사람은 알 겁니다. 그렇게 자고 12시쯤 일어나서 밥 먹고 하면, 계속 멍한 상태가 지속됩니다. 그러다가 정신 좀 들라치면 새벽 출근을 위해 일찍 자야합니다.


격일근무 하는 거. 퐁당퐁당. 제가 예전에 퐁당퐁당 할 때 저장해 둔 시간표 시간만 기재해 드리겠습니다.


1탕 06:05 출발     08:55 차고지 도착

2탕 09:04            11:48  세차

3탕 12:34             15:08  CNG충전

4탕 15:48             18:42

5탕 18:58             21:47

6탕 22:34            24:59


스탠다드하게 나오는 시간이 이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도 저는 다른 데 비해 좋은 회사의 좋은 노선에 나름 쌕쌕이라 이정도지만, 달리는 개인적 역량이나, 노선의 좋고 나쁨, 운수회사의 레벨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납니다. 저런 시간표를 가지고 7탕을 뛰게 하는 회사도 있어요. 저는 회차지에서 쉬지는 못했지만, 갖다 오면 그래도 숨 쉴 텀은 되었어요. 


회사 나온 게 5시 반. 막탕 뛰고 돈 통 털고 회사 나오면 1시 반. 회사에 있는 시간 20시간. 집에서 보통 30분 정도 일찍 출발하니까 집에는 21시간만에 귀가. 씻고 뭐 하는 거 감안하면, 일어난 지 22시간만에 취침. 근데 이걸 따블, 이른바 3일빵으로 간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저 짓을 연속으로 3일을 하면, 3일째는 점심먹고 나면 미쳐버립니다. 이상하게 앉아서 운전만 하는데도, 2일째 점심 때부터 반응이 오기시작해서 3일째 가면 정말 몸이 미칠 것 같고, 멘탈도 다 무너져서 오로지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앞에서 달려가는 차와의 간격은 벌어지고, 뒤에서는 붙고, 차는 막히고, 양보는 안 해줘서 차선변경 못하고. 가끔 들이대는 진상손님과 막히는 길에서의 스트레스가 겹쳐서 멘탈이 무너지면, 그때부터는 이건 운행이 아니라 전쟁터에 나와있는 탱크 운전병이 된 느낌으로 레이스하는 겁니다.


거기다가 경쟁 노선과 손님 경쟁 해야죠, 경쟁 노선 차선 잘못타서 빌빌거릴 때 빨리 역주행으로 우회전 끼어들어가야 앞서 갈 수 있죠, 앞의 신호를 받아야 앞 차와 벌어진 시간을 조금이라도 만회 할 수 있는데, 그 신호 받으려면 양보고 나발이고 빨리 달려 나가야죠, 손님 타든지 말든지 뒷 문 닫혔다고 뒤에 불 꺼지면, 앞 문은 출발하면서 닫죠, 그러다 사람 떨어지죠. 뭐 이런 악순환입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세 달이 넘어가면 몸과 마음은 이미 지칠대로 지쳐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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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얼마를 받는가?


이렇게 19~20일 일하면, 그래도 실수령액 기준으로 300 가까이 받을 수 있습니다. 돈 욕심에 저 스케줄로 5일빵 타는 사람도 봤습니다. 탄다는 놈이나 태우는 놈이나 둘 다 이해가 안 갑니다. (가끔 기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저렇게 태우는 배차 담당도 있음 : 까라면 까야하는 게 기사입니다) 그러다 결국 사고나면, 기사가 옴팡 뒤집어 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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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정도면 버스기사의 상황이 어떨지 감이 오실까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의 G버스 기사들이 경기도 소수의 좋은 회사, 좋은 노선을 목표로. 또는 서울의 공영제회사 입사를 목표로 경력을 쌓기위해 일합니다. 하지만, 저런 분위기에 무사고라는 경력을 달성하기가 너무 힘들죠. 노선버스의 최고봉이라는 공항리무진에 입사하기 위해, 서울에 있는 버스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혹은 빅3 버스회사에 가기위해 저러고 참고 있는 겁니다. 근데 너무나 힘이 듭니다.


위 글처럼 3일빵을 타고나면, 진짜 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술을 한 잔 하고 잠이 듭니다. 그리고 다시 새벽에 눈을 뜨게 되면, 3일 동안 고생할 생각에 출근 할 때부터 몸이 아파오고, 겁이 납니다. 제 기준에서 알려드리고 싶은 게 더 있지만, 이 정도로 기사들 상황에 대해서는 마무리를 해야겠네요.


버스회사에 대한 적폐를 청산하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경기도지사가 버스회사 집안의 아들이고, 또 대부분 몇몇 대형업체로 흡수합병되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각 지역별로 매우 큽니다. 또한 옛 새누리 계열의 국회의원들이 각 지역구 차고지에 선거운동 다니고 있구요. 친분도 있습니다. 사무직원들은 구청/시청과 이미 오랫동안 업무를 해왔기에 안면 다 트고, 편하게 서로서로 알음알음 그냥저냥 잘 넘어가구요. 사고가 나면 기사만 불려다니는 거구요. 뭐 그렇게들 있으니까 버스회사 적폐청산 요원할 겁니다.


화가 나는 일이 있었는데요. 전방감지 장치인가를 나라돈으로 달아준다는 걸 이 버스회사들이 지원금 받아서 토지를 늘렸다는 기사를 2년 전에 본 것 같습니다. 뭐하러 나라돈으로 지원하는지. 답답했습니다. 만성적적자가 쌓이면 사업을 접어야지, 뭐하러 사업을 계속하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 버스회사들이 게다가 다른 버스회사를 흡수합병도 해요. 그 만성적 적자에 시달린다는 회사가 말이죠.


또 하나 진짜 화가 나는 건, 노조 지부장들입니다. 보통 한국노총이 대부분인데, 이 지부장이라는 사람들은 노동자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에게 똥을 싸고 있습니다. 노조라는 게 제대로 굴러갔다면, 저런 이상한 근무형태가 나왔겠냐는 말입니다. 지부장이라는 사람들이 해외연수를 뭣 때문에 가는지, 도대체 앉아서 뭣들을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부장 왈, 1일 8시간 근무가 말이 되느냐? 이런 소릴 하면서, 월급에서 4~5만 원씩 노조비 뜯어갔습니다. 이번 기회에 회사의 적폐와 더불어, 저런 어용노조의 배임도 함께 털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부족한 글, 감정에 치우쳐 쓰게 된 것 같습니다. 며칠을 쓸까말까 고민하다가 최대한 꾹꾹 참으면서 써보긴 했는데, 잘 전달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큰 차 운전하는 사람들도 조심히 주변에 피해없이 운전해야겠지만, 회사의 저런 고질적인 병폐도 이번기회에 모두 털어서, 요즘 같은 불경기, 짤리는 사람도 많은데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돼 주었던 경기도 버스기사라는 직업이 조금이라도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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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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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자투고 및 자유게시판(그 외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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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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