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를 성추행한 판사 : 정직 1개월에 웃고 갑니다 ^.^ – 수다피플

 

 

 

아이고~~~판사님. 술을 으얼마나 잡쉈길래 이런 ‘실수’를 저지르셨는지요. 나라에서 제일가는 똑똑이들 중에 한 분이시고, 또 ‘최후의 보루’라 불리는 사법부의 일원이며, 판결문에 ‘사회 통념’을 운운하며 시대의 통념을 제시할 수 있는 이른바 ‘사회지도층’으로 꼽히는 분이니 성추행이라는 파렴치한 범죄가 탁월한 지성을 바탕으로 발현된 이성의 행위가 아닌, 술을 졸라게 들이붓다가 의식이 안드로메다로 웜홀 여행을 떠난 상태에서 저지른 ‘실수’일 것이라 확신합니다요. 판사님도 닝겐이니까요.

 

듣자 하니 판사님과 피해 검사님은 같은 사건을 맡고 계시는 관계였다지요? 그러니까, 아코, 제가 머리가 후달려서 다시 정리가 필요합니다. 검사님은 피고를 상대로 죄를 입증해서 판사님을 설득해야 하는 분이고, 판사님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원고와 피고의 변론을 듣고 법률에 근거해 판단하시는 분인 걸로 압니다.  요즘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공정위 직원들과 기업 인사 간의 이루어졌던 식사 ‘관행’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카던데, ‘밥 먹다 보면 일 얘기도 하는 거고 뭐 그런 거지~’ 라는 ‘사회 통념’이란 게 있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퇴직 직원의 축하 자리니 공사를 제쳐두고 싹 다 모이는 법원의 으으리에 탄복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지나가는 얘기로 두 분이서 사건 얘기를 한 두 마디 나눴을지도 모릅니다만, 그러셨다고 해도 이해합니다. 판사님도 닝겐이니까요. 

 

법관 윤리강령에서는 ‘재판에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판사가 사건 당사자나 대리인을 법정 밖에서 만나는 것을 금지한다’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또 연합뉴스에 보도를 보니, “재판이 늦게까지 진행되면 법원 재판부가 저녁을 할 때 공판 검사가 합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직장인이 사소한 사규 하나하나 얽매여 일한답니까? 아무리 위법 행위를 단죄하는 기관이지만, 괜찮아요. 판사님도 닝겐이니까요. 그 자리에 없었을 변호사의 불리함 따위 판사님이 알 바 아니셨겠지요.

 

피해 검사님이 그 자리에 나선 것이 온전한 자의였는지, 관행이라서 어쩔 수 없이 따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쇤네 역시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연명하는 직장인인 만큼 아무래도 후자의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뭐 저야 회식 자리도, 술도, 성추행도 딱 질색이지만, 우째 판사님은 세 가지 다 좋아하시는 분인듯하니, 어쩌면 맨정신이든 술을 졸라게 먹어서 개가 된 상태든 간에 기저에 판사와 검사라는 관계를 은근히 이용해볼…까…? 하는 심리가 깔려있진 않나 상상해 봅니다. 아니, 그게 나쁘다는 게 절대! 아닙니다요. 판사님도 닝겐일진대, 닝겐은 누구나 권력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고 싶어 하니까요. 

 

피해 검사님이 성추행을 당할 때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요. 판사님이 이전에 성범죄 사건을 맡으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러셨다면 재판장에 앉은 피해자들의 표정과 감정을 익히 목격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추행 피해자가 입을 상처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저질러버리신 그 패기! 뭐, 사실 그리 놀랍지는 않습니다. 그 자리는 판사님이 아닌, 법복을 벗고 퇴근해 넥타이를 풀어헤친 회식 자리의 개저씨가 대신 계셨던 것이리라 싶습니다. 개저씨였어도 괜찮습니다. 판사님도 닝겐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사건이 불거지자 피해 검사님께 보내는 사과문을 퀵서비스로 보내셨다구요? 피해 검사님이 다음날 소속 검찰청에 사실을 알렸고, 검찰은 판사님이 속한 법원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으며, 그러자 판사님이 사과문을 작성해 바로 옆 건물에 있는 피해 검사님께 퀵서비스로 보내셨다고 기사에는 쓰여 있습디다. SBS의 보도에는 “현장에서 직접 수석 부장 판사를 통해 사과문을 전달했는데, 연락이 안 돼 한 번 더 퀵서비스로 보냈다”라는 판사님의 해명이 적혀있군요. 역시 ‘사회 지도층’ 답습니다. 사과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시는군요! 늘 유행의 선봉에 서고 싶은 마음 이해합니다. 판사님도 닝겐이니까요. 판사님의 사과법을 저도 만나고 있는 분과 싸운 뒤 써먹어 봐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소인은 무지몽매한 닝겐이라, 다소 괴랄한 지점이 있습니다. 검찰청이나 법원 같은 용어를 빼고 회사 이름을, 부장 판사란 단어 대신 인사부장을 대입해서 봐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 하더라도 ‘당사자에 대한 직접 사과’ 빠진 정황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요. 보통 이런 경우라면, 사실상 ‘사과할 맘이 없다’로 비칠텐데요. 설사 판사님이 실수 한 번 한 거 가지고 대강 사과하고 넘어가셨다고 해도 물론 이해합니다. 판사님도 닝겐이니까요. 닝겐은 자신의 잘못을 다 축소 은폐하고 싶어 하지요.

 

다만 이 경우는 검찰청-법원의 관계이기 때문에, 바로 옆 건물에 있더라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판사과 검사가 직접 대면하는 것은 피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이는군요. 부장 판사를 통해 사과문을 전달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겠지요. 그런데, 어라? 회식과 성추행은 비공개자리니까 직접 만나도 되지만, 사과는 공개적인 자리기 때문에 직접 할 수 없다는, 괴랄한 논리가 성립되는 것 같아 쪼오금 걱정됩니다. 바로 해당 사건을 다른 판사에게 넘기고, 어떻게든 찾아가 직접 사과해야 바른 자세로 보입니다만, 괜찮아요. 판사님도 닝겐이니까요. 지킬 게 많은 닝겐은 궁지에 몰릴 때 때론 비합리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있더라고요.

 

어쨌든 그 결과 정직 1개월이라는, 어마무시한 중징계가 내려졌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헌법상 보장되는 법관의 지위에 따라 파면이나 해임 등의 징계는 할 수 없다더군요. 무더운 여름날이 이어지는 요즘, 일하기 졸라 싫은 이때에 1개월간의 꿀휴가가 주어졌으니, 부러워 죽겠네요 증말. 물론 커리어에 중대한 오점이 생겨서 출세는 이제 힘드시겠지만, 어쨌든 정년을 다 채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실수’에 대한 징계를 상쇄할 큰 위안거리 아니겠습니까. 동료들도 시간이 지나면 다 이해할 겁니다. 판사님도 닝겐이니까요. 그분들도 곧 ‘우리가 남이가!’라는 자세로 아량을 보여주실 겁니다.

 

호오옥시, 부랴부랴 어떻게 해서든 사과문을 피해 검사님께 남기시려고 한 것이 어쩌면 징계위원회의 절차를 한 수 앞서 내다보신 건 아니신지요. 문서는 다 참작의 근거가 되니까요.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인의 과대망상이겠지만, 도대체 사법계 내부의 징계에 대한 정보는 전혀 알려지지 않으니까 그려러니 하시지요. 물론 외부인들은 때때로 사람의 생명을 박탈할 권능을 지닌 사법부인 만큼 더 엄중한 징계 절차가 있기를 바라지만, 어느 언론에서는 1개월의 징계를 ‘중징계’라 표현하더군요. 아무래도 사법부의 세계와 외부인의 세계는 평행우주론을 적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헌법상 보장된 판사의 특권을 좀 더 즐기셔도 됩니다. 판사님도 닝겐이니까요. 닝겐은 누구나 특권을 꿈꾸며 삽니다.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글이 흘러가서 걱정입니다. 판사님도 한낱 우리와 같은 닝겐으로 읽히는군요. 우리 사회에서는 ‘설마 판사가 그러겠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사법부가 불의에 굴복한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지만, 몇 년 사이에도 종종 그런 정황이 있었지만, 그래도 대다수 판사는 제한된 법률의 틀 안에서 최대한의 정의를 세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믿음이 있지요. 법의 무거움을 일깨우는 존재인 만큼, 판사 개인에 대한 인식도 ‘법보다 무거운 양심의 삶을 살아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존재합니다. 헌법상 보장된 판사의 지위는 아마도 이를 전제로 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같은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와 검사가 함께하는 ‘관행’도, 성추행을 저지른 판사님 개인의 ‘양심’도, 그에 대한 징계 ‘시스템’ 모두가 판사님도 닝겐이라는, 그것도 온갖 범법행위와 양심 이반의 행위들이 판을 치는 사회의 닝겐이라는 사실 증명만 이뤄질 뿐이니 다소 씁쓸함, 아니지, 다소 만족감에 젖게 합니다. 판사님도 우리네와 다를 바 없는 닝겐! 이것이 하향 평준화의 매리트일까요. ‘대다수 판사는 그렇지 않다!’고들 합니다만, 닝겐과 닝겐이 모여 관행과 시스템을 만드는 법이지요. 사법부의 관행과 시스템은 지극히 닝겐스러워서 따스한 인류애를 절절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납니다.

 

무더운 여름날 남은 휴가 잘 보내시기를 바라며, 절대로 사직서 따윈 내지 마십시오. 가장으로써 정년을 꽉꽉 채우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아 참, 앞으로 회식 자리에 가실 때는 꼭! 딴지마켓에서 판매중인 술술풀리고를 드시고 가시기를 강력히 권해드리는 바입니다.

 

 

p.s 이 글은 어쩌면 저와 판사님의 직장을 뺏어갈지도 모르는 알파고니뮤의 명령으로 작성되었으니, 소장은 알파고 님께 보내세요 헤헷

from 딴지일보 RSS http://www.ddanzi.com/jabmoonga/19500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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