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대장이 되었어 – 수다피플

 

   어느 숲에 순한 짐승들이 사는 마을이 있었어. 토끼와 다람쥐와 사슴과 산양과 그밖에도 온갖 크고 작은 짐승들이 사이좋게 살았지. 그들은 늘 함께 풀을 뜯어먹고 열매를 까먹으며 지냈어. 서로 싸우지도 않고 말이야.

   그러던 어느 해에 그 마을에 심한 가뭄이 들었어. 나무들이 많이 말라죽고 풀도 제대로 자라지 않았지. 마실 물과 열매도 부족했어. 그러다보니 여기저기서 먹을 것을 두고 짐승들 사이에 크고 작은 싸움이 끊어지지 않았어. 때로는 심한 싸움이 벌어져 마을이 시끄럽기도 했지.

   어느 날엔가는 산양과 사슴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졌어.

   “너 왜 내 땅에 와서 풀을 뜯어먹는 거야?”

   “네 땅이 어디 있어? 아무나 먼저 와서 먹으면 되지.”

   “무슨 말이야. 지금까지는 여기서 나만 풀을 뜯어먹었단 말이야. 그러니 여긴 내 땅이야.”

   “내 땅은 무슨 내 땅. 힘이 있으면 최고지. 당장 비켜.”

   산양과 사슴은 그렇게 서로 으르렁거렸어. 그러다 마침내 두 마리는 서로 치고받는 싸움까지 벌이게 되었지.

   결국 그 싸움으로 산양이 몹시 다쳤어. 그러자 화가 난 산양들이 몰려와 사슴들과 싸움을 벌였어. 그 싸움으로 평화롭던 마을은 엉망이 되어 버렸지. 몇몇 짐승들이 나서서 질서를 잡으려 했지만 아무도 말을 듣지 않았어. 오히려 그들을 무시하거나 화를 냈지.

   “질서는 무슨 질서야. 내가 굶어 죽게 생겼는데.”

   “저놈이 먼저 내 풀을 빼앗았단 말이야.”

   사슴과 산양은 서로 지지 않으려고 했어.

   “그래도 이러면 안 돼. 다들 굶어죽기 전에 싸우다 죽겠어. 그러니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자. 사실 풀이 아주 모자라는 건 아니야. 다 같이 아껴 먹으면 풀은 충분해. 곧 여름이 다가올 거야.”

   “그렇지만 내 껀 절대로 못 내놔.”

   “넌 그렇게 많이 가질 필요가 없잖아. 조금만 양보하면 다른 짐승들이 굶지 않을 수 있어.”

   “안 돼. 이건 절대로 양보할 수 없어. 이건 내 꺼야. 누구든지 내 풀을 건드리는 놈은 가만두지 않겠어.”

   사슴이 벌컥 화를 냈어.

   결국 그 날의 싸움은 그렇게 끝났어. 그러나 그날부터 짐승들은 모두 자신의 풀밭을 지키며 다른 짐승들이 얼씬도 하지 못하게 했어. 풀을 많이 가진 짐승들은 절대로 양보하려 하지 않았어. 풀이 모자라는 짐승들은 싸움을 무릅쓰고 그 풀밭에 들어갔고 말이야. 그러니 마을이 뭐가 되겠니?

   마침내 참다못한 대표들이 나서서 마을 회의를 열었어. 그러나 모인 짐승들은 서로 간에 옥신각신하며 싸움만 했지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어. 아무도 양보하려 하지 않은 거야.

   “이러려면 회의고 뭐고 다 관두고 집에 가자.”

   마을의 대표가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어. 그 말에 짐승들은 하나 둘 뿔뿔이 헤어지려고 했어. 그때 한 짐승이 급히 제안을 했어.

   “우리끼리는 도저히 질서가 안 잡혀. 그러니 아주 힘 있는 짐승을 데리고 와서 우리의 대장으로 삼는 것이 어떨까? 그러면 모두 복종할 게 아니야?”

   그 말에 모두들 돌아가다 말고 귀가 번쩍 뜨였지. 정말 좋은 생각인 것 같았어. 왜 다들 미처 그 생각을 못 했는지 놀랄 지경이었어.

   풀을 많이 가진 짐승들은 생각했지. 무서운 짐승이 대장이 되면 굶주린 짐승들이 감히 자기들 풀밭에 들어오지 못할 것 같았어. 무서운 짐승이 자기들 풀밭을 지켜줄 테니 말이야.

   반면에 풀이 없어 굶주리는 짐승들은 생각했지. 무서운 짐승이 대장이 되면 풀이 많은 짐승들이 함부로 자기들을 때리거나 차지 못할 것 같았어. 무서운 짐승이 자기들을 지켜줄 테니 말이야.

   그런 생각에 모두들 만족했지. 그래서 짐승들은 다시 모여 누구를 대장으로 데려올까 의논을 했어. 그러다 마침내 늑대를 대장으로 삼기로 했지. 늑대는 숲에서 사는 가장 무서운 짐승이거든. 물론 아무도 늑대를 본 적은 없었어.

   다음 날 순한 마을의 대표들은 늑대를 찾아 나섰어. 며칠이나 묻고 또 물어 겨우 늑대 마을에 갔지. 그러고는 숲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늑대를 한 마리 만났어.

   그들이 다가가자 늑대는 자다 말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침을 흘리며 달려들었어. 그 모습에 대표들은 모두 깜짝 놀라 오들오들 떨었어. 그러면서 생각했지. 정말 저런 늑대라면 모두 말을 잘 들을 것 같았어.

   “자, 잠깐만. 우 우린 부탁이 있어 왔어.”

   그 말에 늑대는 입을 벌리다 말고 의아한 듯이 바라봤지.

   “부탁이라고? 뭔데? 빨리 말해. 난 배가 고프니까.”

   “다 다름이 아니라 네가 우리 마을의 대장이 되어주었으면 해.”

   “뭐라고? 나보고 대장을 하라고?”

   “그래. 우리 마을은 차 착한 짐승들만 사는 마을이야. 그런데 요즈음 가뭄이 들어 풀이 모자라. 그래서 짐승들 사이에 싸 싸움이 자주 벌어져. 우리끼리는 아무리 해도 해결이 되지 않아. 그러니 너처럼 무서운 짐승이 우리 마을의 대장이 되어 질서를 잡아주었으면 좋겠어.”

   그 말을 들은 늑대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어. 장난인 줄 알았지. 그렇지만 곧 너무나 기뻐서 입을 다물 수 없었어. 그 마을의 대장이 되면 짐승들을 마음대로 잡아먹을 수 있을 테니 말이야. 안 그래도 요즈음 먹을 것이 적어 고생하던 참인데 이건 호박이 넝쿨 째 굴러온 것이나 다름없었어.

   그러나 늑대는 짐짓 아닌 척 하면서 말했지.

   “그래 그것 참 안 됐구나. 허긴 나라면 그런 일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그렇지만 난 바빠서.”

   “꼭 부탁해. 네가 우리 대장이 되면 모두 네 말을 잘 따를 거야. 우리 마을은 예전처럼 행복해질 거고. 부탁해.”

   마을의 대표들이 모두 늑대에게 간절하게 부탁했어. 그 부탁에 마침내 늑대는 마지못한 듯 승낙을 했지. 그리고 그들을 따라 그 마을로 갔어. 가면서도 그 대표들을 잡아먹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았지. 그렇지만 꾹 참았어.

   늑대가 대장이 되자 마을의 모든 짐승들은 박수를 치며 환영했어. 모두들 이제 평화롭게 살게 되었다고 좋아했지. 풀이 많은 짐승들은 그들대로, 풀이 모자라는 짐승들은 그들대로 늑대가 자기들을 보호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어.

   늑대는 대장이 되자 하루 종일 마을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녔어. 그러다 누구든지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마구 때렸어. 또 다른 짐승들이 그의 말에 대꾸를 하면 무섭게 물었지. 아이들이 우는 소리만 들려도 야단을 쳤고 말이야.

   마을의 짐승들은 다들 그런 늑대를 무서워했어. 늑대가 너무 심하게 야단을 치고 때린다고 생각했지. 그렇지만 이제 더 이상 마을에서 싸움이 벌어지지 않아 좋아했어. 역시 늑대는 대장이라고 말이야.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늑대는 점점 더 사나워졌어. 늑대가 지나가면 아무도 감히 밖으로 나갈 수 없었어. 괜히 잘못하다 늑대의 눈에 띄면 호되게 맞았거든.

   게다가 가끔씩 마을의 짐승들이 하나씩 사라져 버렸어. 흔적도 없이 말이야. 늑대를 찾아가 이야기를 하면 늑대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신경을 쓰지 않았어.

   “아마 어디 놀러 갔겠지.”

   “벌써 며칠이 되었어. 좀 찾아줘.”

   “집을 나간 놈을 내가 어떻게 찾아. 버려둬. 또 한 놈이 없어지면 그만큼 먹을 게 늘어나 다들 좋잖아. 그런데 뭐 하러 찾아?”

   늑대는 그렇게 말하며 돌아앉는 거야.

   그러는 사이 마을에는 늑대가 사라진 짐승들을 잡아먹었다는 소문이 퍼졌어. 그러나 아무도 그 말을 입 밖에 낼 수가 없었어. 다른 짐승들이 한 말을 늑대에게 일러바치는 짐승들이 있었거든. 물론 아무도 실제로 본 적도 없었어. 그저 소문이었지.

   오래지 않아 모든 짐승들은 늑대를 대장으로 뽑은 것을 후회했어. 그렇지만 이제 아무도 늑대에게 달려들 수 없었어.

   풀이 많은 짐승들은 늑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맛있는 풀을 가져다주기도 했어. 그러나 늑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난 풀 같은 건 안 먹어. 당장 갖고 가!”

   그렇게 말하며 늑대는 풀을 발로 차버렸지.

   더욱이 풀이 많은 짐승들은 모두 살이 포동포동 쪄서 늑대는 그들을 보면 늘 군침을 흘렸어. 그걸 아는 살찐 짐승들은 더더욱 불안에 떨었어. 밖에 나오지도 못했어. 풀이 많은 짐승들은 후회를 했지. 늑대를 데려오지 말고 못 사는 짐승들에게 풀을 좀 나눠줄 걸 하고 말이야.

   마을에는 매일 늑대의 고함 소리가 가득했어. 여기저기서 늑대에게 맞아 다친 짐승들이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고. 또 마을의 짐승들은 자꾸만 사라졌어.

   그뿐만 아니야. 늑대는 풀이 많은 짐승들에게는 풀이 없는 짐승들을 욕하며 그들이 몰래 풀을 훔쳐 먹는다고 거짓말을 했어. 또 굶주린 짐승들에게는 풀이 많은 짐승들을 욕했지. 욕심쟁이라고 말이야. 그래서 이제 짐승들은 서로 간에 의심을 하고 만나면 싸우거나 헐뜯었어. 심지어 서로 싫어하는 짐승을 늑대가 잡아먹기를 은근히 바라기도 했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토끼 한 마리가 숲에서 혼자 돌아다니는데 어디선가 돼지의 비명소리가 들렸어. 토끼는 놀라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어. 그런데 세상에 늑대가 마을의 돼지 한 마리를 막 물어뜯고 있었어. 그것을 본 토끼는 너무나 놀라 마을로 달려갔어.

   “큰일 났어. 늑대가 돼지를 잡아먹고 있어.”

   토끼가 고함을 질렀지.

   “뭐? 뭐라고? 정말이야?”

   여기저기서 짐승들이 뛰어나오며 고함을 질렀어.

   “내 눈으로 똑똑히 봤어. 빨리 가.”

   그 말에 마을의 짐승들이 모두 숲으로 몰려갔어.

   짐승들은 늑대를 보자 놀라서 걸음을 멈추었어. 세상에 토끼의 말이 정말이었어. 늑대가 돼지를 잡아먹고 있는 거야.

   그것을 본 마을의 짐승들은 모두 너무나 화가 났어. 그들은 모두 너나없이 늑대를 포위했지. 늑대는 돼지를 뜯어먹다말고 그들을 돌아보며 말했어.

   “당장 꺼져. 그렇지 않으면 다 물어 죽여 버릴 거야.”

   그 말에 짐승들은 모두 오금이 저렸어. 그러나 그들은 아무도 물러나지 않았어. 자기들의 친구가 늑대에게 물어 뜯겨 죽어 있었거든.

   늑대가 짐승을 잡아먹는다는 말은 사실이었어. 화가 난 짐승들은 두려움도 잊어버리고 늑대에게 서서히 다가갔어. 그러자 늑대는 먹이를 먹다 말고 놀라 조금씩 뒷걸음쳤어. 짐승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거든. 늑대는 한참 뒷걸음을 치더니 갑자기 홱 돌아서서 꼬리가 빠지게 달아났어.

 

from 딴지일보 RSS http://www.ddanzi.com/nimaeumdaero/195554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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